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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by 석현준

삶은 선택의 연속이야



어느 날이었다. 하루 종일 열심히 살고 내 속에 얽히고설킨 아픔을 웃음으로 덮으며 여느 때처럼 나에게는 평범하게 살아가던 날이었다. 다른 사람들의 칭찬에 가벼워진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고 살아가던 나의 삶이었다. 사실은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은 텅 빈 마음이었지만 겉치장만은 요란하게 하는 나였다. 아마 그것이 나였다.


수수하고 소박한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내려다보며 무엇이라도 된 것처럼 우월감을 느끼고 나보다 뛰어난 사람은 배 아파하는 비열하고 독선적인 사람이었다. 이런 내가 너를 보았다. 하나의 인격체로 사람들을 도구로만 생각하던 내가 너를 보았지. 그렇다고 너는 다른 사람들의 말은 크게 신경 쓰지 않고 그저 묵묵히 네 일을 해나가는 모습이 멋있었다. 너는 화려하게 너를 치장하지 않아도 네게 선 무엇인가 느껴졌고 다른 사람들에게 환심을 사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네 곁에는 사람들이 끊이질 않았다. 어쩌면 내게 있는 친구라고 불리는 사람들보다 더 너를 생각해 주고 너를 위해주는 것 같았다. 그래서 심술이 나기도 했지.


그래서 네게로 다가가 보기로 했다. 네가 얼마나 뛰어난지 알아보고 싶어서 단지 작은 궁금증으로 시작된 일이었지. 네 곁으로 조금씩 다가가면 갈수록 나는 점점 볼품 없어지는 내 모습을 직면하게 되었고 이때까지는 허영과 자만에 가려서 보지 못했던 것들이 보이고 느끼지 못한 사랑이란 감정도 내 속에서 북받쳐 올라왔다.


내가 평생을 살면서 사랑이라고 말하고 다닌 것은 Give and Take가 확실한 비즈니스 관계였다. 아마 그래서 마음에 남는 것이 없었지. 하지만 네 곁은 달랐다. 볼품없는 내 모습 그대로 너는 받아주었다. 그런 너를 좋아지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어릴 때에 나는 열등감 덩어리였고 언제나 공격할 수 있는 자세를 취하고 있었지. 부모 없이 고아원에서 나고 자란 탓이었지. 그래서 성공해야 한다는 강박 속에서 이때까지 살아왔지. 그렇게 남부럽지 않은 이름 있는 회사를 다니게 되었지만 가슴 한구석이 비어있는 것 같은 이 느낌은 어쩔 수 없었어. 그래서 더 높은 곳을 오르다 너를 만났고 나를 처음 본 너는 혼잣말처럼 말을 중얼거렸고 아마 내가 듣지 못했다면 평생을 후회하며 살았을 수도 있는 귀중한 말이었지.


"어떤 선택을 하던지 그 선택이 맞았는지 틀렸는지는 아무도 모르지

시간만이 알고 있을 거야

혹시 잘못된 선택을 하더라도 너무 후회하지 않아도 돼

아직 너에게는 기회가 있어 잘못된 선택을 바로잡을 수많은 기회들이 너를 기다리고 있지

기회가 있다는 말은 아직은 우리가 살아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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