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친절

17년의 첫 페이지

by 가을강사

처음 일본에 발을 디딘 날, 우리는 오사카성을 보러 가기로 했다. 남편과 나, 둘 다 일본어라고는 한 마디도 몰랐다. 『일본말 몰라도 일본 간다』— 얇은 책 한 권이 우리의 전부였다.


지하철 노선도를 펼쳐보니 환승이 한 번 필요했다. 표를 끊고 전철에 올랐지만, 어디서 갈아타야 하는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말이 통하지 않으니 물어볼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한참을 망설이다가 옆에 앉아 계시던 일본인 아주머니께 지도를 내밀었다. 그리고 가져간 책자에서 찾아놓은 문장을 또박또박 소리 내어 읽었다. 아주머니가 뭔가 대답해 주셨지만 알아들을 수 없었다. 다음 역에서 내리라는 뜻인 것 같았다.

다음 역에서 내렸다. 그런데 아주머니도 함께 내리셨다.


아무 말 없이 우리 앞에 서시더니 걷기 시작하셨다. 따라가는 수밖에 없었다. 여러 노선이 얽힌 큰 역이었다. 계단을 오르고, 통로를 꺾고, 또 계단을 내려갔다. 아주머니는 한 플랫폼 앞에 멈춰 서셨다. 그리고 우리 쪽을 보시며 짧게 뭔가 말씀하셨다. 여기서 기다리라는 뜻인 것 같았다. 그렇게 셋이 나란히 전철을 기다렸다.


드디어 전철이 들어왔다.

남편이 먼저 탔다. 나도 발을 내딛으며 돌아보았다. 아주머니도 타실 거라 당연히 여겼다. 그런데 아주머니는 타지 않으셨다. 플랫폼에 서서 가볍게 고개를 숙이셨다. 전철 문이 닫혔다. 창밖으로 아주머니의 뒷모습이 보였다. 다른 플랫폼 쪽으로 천천히 걸어가고 계셨다.

남편과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주머니는 처음부터 이 전철을 타실 분이 아니었다. 우리를 위해 가던 길을 멈추셨다. 낯선 역에서 내리셨다. 플랫폼을 찾아 안내하시고, 전철이 올 때까지 옆에 서 계셨다. 그리고 우리가 탄 것을 확인하고서야, 본인의 길로 돌아가셨다.

창밖으로 역이 멀어지는 동안, 나는 보이지 않는 아주머니의 뒷모습을 쫓고 있었다.


사실 나는 오랫동안 일본이라는 나라에 선을 그어두고 살았다. 역사적인 이유로. 알고 싶지 않았고, 그래서 아는 것도 없었다. 고등학교 때 친구들 사이에서 일본 잡지 『논노』가 돌아다닐 때도, 주변 사람들이 일본 여행을 간다고 할 때도, 속으로 조용히 선을 그었다. 하필 왜 일본이지.

그 선이 흔들린 건, 말 한마디 통하지 않는 낯선 역에서였다.


머물면서 보니 그런 순간이 그날 하루만이 아니었다. 식당에서 종업원이 주문을 받을 때, 손님과 눈을 맞추기 위해 무릎을 꿇었다. 백화점에서 신발을 사러 갔을 때, 직원이 직접 무릎을 꿇고 신겨주었다. 처음엔 어쩔 줄 몰랐다. 그 정성이 뭔가 다른 것이었다.

물론 그것이 훈련된 서비스라는 걸 안다. 판매로 이어지는 태도라는 것도. 하지만 그 자리에서 느낀 것은 분명 있었다. 자동차 손잡이 하나도 승객의 팔 높이를 고려해 설계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나는 생각했다. 이 감각이, 그냥 만들어진 것은 아니겠구나.


지금도 역사 앞에서는 여전히 복잡하다. 좋아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나라였다. 아주머니의 뒷모습이 멀어진다. 나는 그동안 선을 긋는 것과 눈을 감는 것을 같은 일로 여기고 살았던 것은 아닐까.


창밖으로 도시가 흘러갔다. 나는 조금 더 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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