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카타가 핀 봄날의 졸업식
일본의 신학기는 4월에 시작된다. 그러니 졸업식은 3월, 아직 벚꽃이 피기 전이다. 꽃망울이 막 부풀기 시작하는 그 계절에, 나는 오사카행 비행기를 탔다.
첫째 딸이 드디어 대학을 졸업했다. 쉽지 않은 시간이었다. 아르바이트로 버텨낸 생활비에, 코로나에, 가족과 떨어진 시간까지. 혼자 견뎌낸 4년이었다. 졸업을 하는 것만으로도—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입학식 때도 참석하지 못했다. 그러니 딸의 대학 교정에 발을 디딘 건 처음이었다.
그런데 코로나의 여파로 졸업식장에는 생들만 들어갈 수 있었다. 학부모들은 밖에서 기다렸다. 날씨는 약간 흐렸지만, 봄 햇살과 기운은 교정에 가득했다. 졸업식이 끝나기를 기다리며. 그냥 서성이고 있었다. 딸이 저 안에서 졸업장을 받고 있겠구나, 생각했다. 한편으론 서운했다. 그리고 미안했다. 입학식도 못 갔고, 졸업식도 못 봤다. 그래도 괜찮았다.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드디어 문이 열렸다.
쏟아져 나오는 학생들 사이로 하카마를 입은 여학생들이 보였다. 순간 눈이 멈췄다. 화사하고, 이색적이고, 생각보다 훨씬 아름다웠다. 짙은 청록색 하카마에 노란색 바탕의 꽃무늬 기모노를 받쳐 입은 학생, 짙은 남색 바탕에 큼직한 붉은 꽃무늬가 수 놓은 상의를 입은 학생, 밝은 초록색 하카마에 일본 전통 무늬로 온몸을 감싼 학생.
기모노는 치마폭이 좁지만 하카마는 사진처럼 폭이 넓어요.
머리도 제각각이었다. 화려하게 올려 비녀를 꽂은 학생, 옆으로 땋아 내린 학생, 앞머리에 작은 꽃 장식을 단 학생. 대부분은 하카마와 어울리면서도 자기만의 느낌을 살린 올림머리가 많았다. 같은 하카마인데 이렇게 다를 수 있구나 싶었다. 다채롭고 아름다운 하카마를 보느라 눈이 휘둥그레졌어요.
하카마는 기모노의 일종이다. 메이지유신 이후 여성들도 학교에 다닐 수 있게 되었는데, 폭이 좁은 기모노로는 공부하기가 불편했다. 그래서 활동하기 편한 하카마를 입기 시작했다고 한다. 하카마는 치마의 폭이 넓어서 활동하기 편합니다. 졸업식의 하카마는 그 시절의 흔적이다. 지금도 많은 여학생들이 입는다.
빌리고 머리 손질까지 하면 70만 원가량이 드는데, 예약은 몇 달 전부터 해야 한다. 기모노를 입은 학생도 있었고, 한국 유학생 중에는 한복을 입은 학생도 있었다. 딸의 친구는 개량 한복을 입고 왔다고 했다.
딸에게 한복을 가져갈까 물었더니, 잠깐 고민하다가 그냥 정장을 입겠다고 했다. 회색 슈트였다. 남학생들은 대부분 검은 정장이었다. 그 사이에서 하카마를 입은 여학생들은 더욱 눈에 띄었다. 나란히 걸어가는 모습이 예뻤다. 교정 곳곳에 포토존이 마련되어 있었고, 삼삼오오 모여 웃고 사진을 찍었다. 대놓고 찍을 수는 없어서 남모르게 셔터를 눌렀다. 그 웃음소리에서 젊음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나의 젊은 날이 아련하게 스쳤다.
딸에게 하카마의 유래를 듣고 나서, なるほど— 그렇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나라도 중요한 자리에 한복을 입는 문화가 자연스러워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
교정 곳곳의 포토존에서, 학교의 상징이 되는 곳에서, 딸의 모습을 가득 담았다. 아빠와 한 컷. 일본에서 할아버지 할머니 같은 존재가 되어준 도미상 부부와 한 컷. 그리고 나도 딸과 나란히 섰다. 셔터를 누르는 순간, 딸이 환하게 웃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고맙다, 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