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학교 운동회
운동회 하면 무엇이 떠오르나요?
나는 청명한 가을 하늘 아래에서 열심히 달리고, 숨찬 가슴으로 분위기에 휩싸여 도시락을 먹었던 추억이 떠오른다. 특히 삶은 밤의 고소한 냄새와 어머니의 손때 묻은 도시락 보자기가 생생하다.
일본 소학교의 운동회
딸들이 소학교에 입학하면서, 운동회는 내게 새로운 의미로 다가왔다.
일본 소학생들은 6월 초부터 여름방학 전까지 수영을 배운다. 모든 학교마다 수영장이 있어서, 졸업할 즈음이면 대부분의 아이들이 짧은 거리는 거뜬히 헤엄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여름방학이 끝나면, 본격적인 운동회 준비가 시작된다.
달리기 연습, 공굴리기, 장애물 경기... 고학년들은 인간탑 쌓기까지. 체육시간은 운동회를 위한 시간으로 바뀐다.
어느 날 딸이 말했다.
"엄마, 오늘 계주 연습했어."
"연습? 그냥 운동회 날 뛰면 되는 거 아냐?"
딸의 설명을 듣고 나는 적잖이 놀랐다. 아이들은 단순히 달리기만 연습하는 게 아니었다. 바통을 어떻게 주고받아야 실수가 적은지, 어떤 타이밍에 손을 뻗어야 하는지 선생님께 배운다. 같은 조가 된 네 명은 호흡을 맞추고 또 맞춘다.
"바통 전달할 때 실수가 많이 생기거든."
딸의 말처럼, 바통 전달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네 명은 달릴 때마다 초를 잰다고 했다.
"다른 팀이랑 경쟁하는 거야?"
"아니. 우리 기록을 깨는 게 목표야."
그 말을 듣는 순간, 가슴 한편이 따뜻해졌다. 타인과의 경쟁이 아니라 어제의 우리보다 나은 오늘의 우리를 만드는 것. 이것이 진정한 배움이 아닐까.
운동회 날이면 새벽부터 부산했다. 도시락을 싸고, 돗자리를 챙기고, 가을 뙤약볕을 각오해야 했지만, 나름의 즐거움이 있었다. 딸들이 친구들과 어떤 모습으로 지내는지, 어떻게 성장했는지 한눈에 볼 수 있는 날이었으니까.
저학년 아이들의 공굴리기는 보는 것만으로도 웃음이 났다. 공은 엉뚱한 방향으로 굴러가고, 아이들은 우르르 몰려다니며 정신없이 쫓아간다. 장애물 경기에서는 넘어지고 일어나기를 반복하면서도 끝까지 달려가는 작은 등이 보였다.
내 아이가 하는 경기가 아니어도, 한 경기 한 경기가 진검승부처럼 재미있었다. 부모들의 응원 소리가 운동장을 가득 채웠다.
마지막 피날레는 6학년의 인간탑이었다.
120명의 아이들이 모두 참여한다. 말 타듯 뒤로 올라가서 층층이 탑을 쌓아 올린다. 한 명만 무너져도 전체가 와르르 무너지기 때문에, 균형이 생명이다. 맨 아래 있는 아이들은 위의 무게를 온몸으로 견뎌내야 한다. 어깨가 짓눌리고 다리가 후들거려도, 완성될 때까지 함께 버텨야 한다. 체중을 고려해 자리를 조정하고, 힘의 분산을 계산하면서 쌓아 올린다.
딸이 말했다.
"엄마, 연습 때 계속 무너졌다. 운동회 전날까지도 한 번도 성공 못 했어..."
걱정스러운 목소리였다.
운동회 당일, 인간탑이 시작되었다.
1층, 2층 조금씩 쌓아 올라간다. 관중석은 숨을 죽였다. 넘어지지 않을까, 다치지는 않을까.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보다가, 마침내 탑이 완성되는 순간 여기저기서 안도의 탄성과 함께 힘찬 박수가 터져 나왔다.
하지만 끝이 아니었다.
내려오는 것도 문제였다. 위에서부터 조심조심 한 명씩 내려와야 한다. 자칫 잘못하면 무너져 내리면서 다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신중하게 해체 작업을 진행했다. 마지막 아이가 무사히 내려왔을 때, 다시 한번 안도의 박수가 울려 퍼졌다.
딸의 운동회를 보며 깨달았다.
운동이든 미술이든 음악이든, 그것은 재능을 뽐내는 도구만이 아니라는 것을. 함께 호흡하고, 함께 견디고, 함께 완성해가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협동을 배운다. 어제의 기록을 깨려고 노력하는 네 명의 아이들, 120명의 무게를 나눠 지는 아이들, 엉뚱한 방향으로 굴러가는 공을 함께 쫓아가는 아이들.
교육의 장에서만큼은 경쟁보다 협동을, 일등보다 함께 하나 되는 아름다움을 느꼈으면 좋겠다. 운동과 미술과 음악을 통해 기쁨과 재미를 함께 나누는 법을 배웠으면 좋겠다. 높고 파란 가을 하늘 아래,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