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 예비 창업자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 2
입추와 말복이 지났건만 무더위가 이어지고 있네요.
아마도 추석이 지나야만 제대로 된 가을이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까 싶어요.
식당의 여름은 한가합니다.
새벽 4시에 일어나 5시 30분 첫차를 탑니다.
30분을 달려 6시면 5호선 광나루역에 도착, 10분을 걸어 점방에 닿습니다.
밥을 안치고 재료를 손질합니다.
더하여 잡다한 일을 마치면 9시가 됩니다.
1시간 정도 노트북 앞에 앉아 휴식을 취하며 놀다가 10시가 되면 본격적인 오픈 준비를 합니다.
11시, 드디어 영업의 시작!
그러나 여름 식당은 아주 많이 한가합니다.
손님이 적어 걱정이지만, 여유로운 감정은 그대로 이어지면 좋겠습니다.
요식업을 준비하고 계시는 분들을 위한 이야기를 이어가겠습니다.
3. 그것이 지속 가능한 것인지 한번 더 생각하세요
창업을 하여 사업을 시작하면 하고 싶은 것이 정말 많습니다.
공부가 재미있습니다.
유튜브와 먹방에서 본 새로운 메뉴도 개발하여 출시하고 싶고 다른 가게의 좋은 서비스는 벤치마킹하여 도입하고 싶어집니다. 그런데 아무리 의욕이 앞서고 도전 정신이 강하다 하여도 가볍게 시작하면 낭패를 보기 쉽습니다.
한 두 번 하다가 말 것이면 아예 시작을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제가 그랬습니다. 하고 나서 깨달았습니다. 잦은 변동을 좋아할 사람은 없습니다. 고객에게는 좋은 평판을 얻기 어렵습니다.
꼭 해보고 싶은 메뉴가 있다면 계절 메뉴로 해보면 좋을 것입니다. 아니면 신메뉴의 목적을 고객에게 알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겠지요. 평가 기간을 가진 후에 정식 메뉴화를 검토하겠다고 말입니다.
저의 경우에는 안 하면 미칠 것 같아서 저지르듯 한 일이 많습니다. 다만, 초능력자가 개발 단계에서 많은 조언을 해주었기에 대충대충 신메뉴를 만들지는 않았습니다. 사장의 독단은 항상 위험합니다. 주변에 멘토는 그래서 필요합니다.
오늘도낙지는 초능력자가 직접 만든 식혜를 손님들께 제공하고 있습니다. 또한 잔치국수를 서비스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일은 엄청나게 수고스럽고 번거로운 작업을 요합니다. 이 수고로움을 기꺼이 감당할 자신이 없다면 처음부터 시작을 하지 말아야 합니다. 저라면 못합니다. 그래서 답답한 마음에 고생하는 초능력자에게 투덜거리며 그만하라고 말린 적도 많습니다. 그러나 지속하여 보니 그것이 저희 식당의 경쟁력이 되었습니다.
처음에 아무리 좋은 의도로 시작을 하였다 해도 중간에 멈춰 버리면 손님들께 우스운 가게가 되고 말 것입니다. 신중해야 합니다. 정말 하고 싶은 메뉴가 있다면 정식으로 출시하기 전에 지인과 단골손님께만 제공하고 평가를 구하는 것이 좋습니다. 사실 이런 과정을 겪고 출시한 메뉴도 실제로 메뉴판에 올리면 후회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식당에 대한 내공이 아직도 부족한 저 같은 사람은 많은 수를 내다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일전에 감자전을 신메뉴로 생각하고 개발을 한 적이 있습니다. 개발이 완료되어 손님상에 나갈 정도의 수준은 되었는데, 한 가지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결국은 출시를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손님이 몇 분 오실 때는 어찌어찌하여 주문을 쳐낼 수 있었지만 갑자기 많은 손님이 들이닥치면 빠른 시간 내에 주문을 소화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주방 화구 숫자가 적었고 이를 만들 주방 인원도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그때그때 감자를 갈지 않으면 갈변되는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였습니다(나중에 친구를 통해서 방법을 알아내기는 하였습니다). 즉, 지속 가능한 메뉴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새로운 메뉴나 서비스를 시작하고자 할 때는 우선 전제 조건으로서 지속 가능한 것인가를 먼저 따져 봅니다. 아무리 좋은 것도 하다 말면 나쁜 것이 되어 버리기 때문입니다.
4. 최소한 2명의 멘토를 곁에 두세요
경험이 부족할수록, 초보일수록, 좋은 스승이 아쉽습니다. 어려운 문제가 생길 때마다 그것을 해결해 줄 해결사 같은 전문가가 너무너무 생각납니다.
그래서 멘토가 필요합니다.
그렇다고 많은 사람이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주변에 사람이 많으면 사장의 결정을 혼란스럽게 만듭니다. 배가 산으로 가고 맙니다. 따라서 멘토는 2명 정도가 딱 좋습니다. 한 사람만의 조언을 맹신하는 것도 위험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모든 결정은 사장 본인이 하는 겁니다.
모든 것을 준비했다 생각하고 창업에 나서지만, 시작하고 보면 문제의 연속입니다. 그래서 멘토가 필요합니다. 그 사람이 전문가이면 좋겠지만 반드시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동 업종에 종사하는 선배나 동료로도 충분합니다. 저는 초능력자(아내)와 함께 식당을 하기 때문에 많이 다투기도 하지만, 제게는 가장 소중한 멘토입니다. 서로 의견이 충돌하면 답답하기도 하고 짜증도 나지만, 결국 아내 말을 들어서 손해 본 적이 없습니다. 아내의 말은 진리입니다. 그가 있기에 식당이 유지되고 있습니다. 저 혼자 했다면 1년을 못 넘기고 망했을 겁니다. 과장이 아닙니다. 저는 사나운 개이기에 저의 일을 스스로 망쳤을 겁니다. 저처럼 서비스업에 종사하기 어려운 분이라면 더더욱 현명한 멘토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분의 말을 잘 들어야 합니다. 사업을 하면서 고민에 빠지거나 길을 잃었을 때, 슬럼프에 빠졌을 때 함께 걱정해 주고 조언을 해줄 멘토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다만 멘토의 역할은 조언의 단계까지가 좋습니다. 걱정이 있거나 결정을 머뭇거릴 때 단지 멘토에게 자신의 생각을 토로하는 것만으로도 해답을 찾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 결정은 자기 자신이 먼저 해놓고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필요했던 것뿐일 수도 있습니다. 멘토에게는 조언을 구하고 최종적인 결정은 사장이 하는 겁니다. 모든 결과는 사장의 책임입니다. 멘토이건 주위 사람이건 조언을 구했던 사람을 탓하는 사람은 사업을 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시행착오를 두려워해서는 안됩니다. 식당 일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닙니다. 인간은 실수도 하고 실패도 합니다. 물론 실수와 실패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라는 말이 아닙니다. 생각대로 되지 않는 결과를 미리 예측하여 실행에 옮기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저는 무슨 일을 도모할 때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을 세우는 편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시간의 여유가 있을 때의 일입니다. 사람이 살다 보면 긴급히 결정해야 하는 일이 수시로 발생합니다. 그런 경우에 저는 자신의 감을 믿고 직관적으로 행동합니다. 그래서 매번 잘했다는 말이 아닙니다. 매사에 머뭇거리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겁니다.
그저 상식에 입각해서 일을 처리하고 선하게 행동하면 될 것입니다.
그릇된 신념을 경계하면 될 것입니다.
중용을 지키면 될 것입니다.
좋은 생각을 하고 시작한 일은 좋은 결과를 가져올 확률이 높습니다.
어차피 인간은 불완전한 동물입니다.
열심히 하되 결과에 휘둘리지 않습니다.
자신을 존경할수록 나의 존엄은 커지고 높아집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