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 예비 창업자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 3
(오늘의 대문 사진은 2019년 2월 개업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방문한 단체 손님과 초능력자가 교감하는 장면입니다. 모두 환하게 웃고 있습니다. 다시 보아도 기분 좋습니다. 잊고 있던 과거의 한 순간 덕분에 무더위 속에서도 힘을 얻습니다.)
제가 예비 창업자분들께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모든 이가 따라야 할 창업의 절대 원칙일 수 없습니다. 그저 먼저 창업의 문을 연 선배의 조언에 지나지 않을 것입니다(단언컨대 애정 어린 조언입니다).
당연히 창업의 모범답안이랄 수도 없습니다. 창업 후에 초보 사장이 걸어갈 수많은 갈래길 중의 하나에 지나지 않을 것입니다.
세상에는 훌륭한 멘토가 많고 내공 깊은 전문가도 넘쳐 납니다.
저는 그저 아무런 이해 관계없이 여러분의 성공을 기원하는 사람입니다.
제가 전하는 말들이 시간 낭비만 하는 엉터리 이야기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부디 즐겁고 편안한 마음으로 읽어 주십시오.
5. 하는 일을 기록하고 널리 알리세요
창업의 준비 과정뿐만 아니라 개업 이후의 일들을 꾸준히 기록하여 나갑니다.
이것은 자신의 업을 홍보하는 것이 될 수도 있고 지극히 사적인 일기장 같은 것이 될 수도 있습니다. 어떤 형태로든 창업 이후에는 다이어리에 일과 관련한 기록을 남깁니다.
그리고 브런치, 페이스북, 블로그, 인스타그램, 밴드 등 자신의 성향에 맞는 SNS에 사업을 홍보하고 선전합니다. 다다익선이겠으나 꾸준함이 더욱 중요합니다. 여러 곳에 알리겠다는 마음도 훌륭하지만 페이스를 잃지 않고 뚜벅뚜벅 걸어 나가는 것이 더욱 값집니다.
그것 자체가 힘 있는 온라인 마케팅이 되어줄 것입니다. 물론 실패 사례보다 성공한 사업이 좋습니다. 성공한 사업을 세상 사람들과 공유하겠다는 마음으로 매일매일을 열심히 사는 겁니다. 나의 성공을 자랑하겠다는 마음으로 치열하게 사는 것입니다. 최선을 다하여 이루어낸 결과물을 세상에 알리는 일은 결코 교만한 자세가 아닐 것입니다.
모든 상황을 염두에 두고 사업을 시작합니다. 시간이 지나도 기록만 남아 있으면 다시 펼쳐 보고 확인을 할 수 있습니다. 잘못은 반성하고 잘한 일은 도약시킵니다.
타인이 찾아와 내 기록을 보지 않아도 상관없습니다.
내 기록을 보아야 할 가장 중요한 사람은 바로 나 자신입니다.
6. 공부하는 만큼 가게가 성장합니다
우리가 해야 할 공부는 책상머리에 앉아 책에 밑줄 치며 하는 공부가 아니랍니다.
나와 가족을 위해, 내가 이루고자 하는 업을 위해 기꺼이 공부합니다. 배우지 않는 사장은 도태될 뿐입니다. 내가 속한 자영업의 생태계에서는 경험은 부족해도 도전 정신 충만한 겁 없는 후배들과, 수십 년간 쌓아온 경험으로 무장한 내공 강한 선배들이 벌이는 사투 - 도전과 응전이 매일 벌어지고 있습니다. 오직 정글의 법칙만이 존재하는 살벌한 공간입니다. 시장을 지키고 그 시장을 빼앗는 싸움을 목숨 걸고 하는 겁니다.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끊임없이 공부해야 합니다.
1) 책과 신문과 전문 서적을 읽고, 유튜브와 각종 SNS를 구독합니다.
2) 주변 동업종 선배들의 성공과 실패담에 귀를 기울입니다.
3) 전문가 및 멘토에게 배웁니다(나와 함께 일하는 아르바이트생도 소중한 고객이자 훌륭한 스승입니다).
4) 경쟁 식당 및 맛집을 탐방하여 배웁니다.
5) 꼭꼭 숨긴 고객의 마음을 읽어냅니다.
배운 것은 철저히 현장에 적용합니다.
고객의 인사치레에 까불지 않습니다.
스스로를 과대평가하지 않습니다.
공부를 안 하면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신문을 보고 잡지 한 권을 읽고, 관련 기관의 교육을 수강하고 소상공인 지원 기관의 정책을 확인하는 것 모두가 공부입니다. 바쁘다고 공부를 게을리하면 세상과 고객과 멀어집니다. 그래도 돈이 따라오면 그것은 일순간의 운에 지나지 않습니다.
4년 전인 2021년 8월 이맘때의 일기를 펼쳐 보았습니다.
당시에는 전염병과, 폭염과, 이어지는 가을장마로 힘든 나날의 연속이었네요.
그날의 며칠을 옮겨 봅니다.
20210823 월
가을장마.
오늘부터 며칠간 많은 비가 내린단다. 태풍도 올라오고 있다.
요 며칠 새로운 점포를 얻어 2호점 형식으로 가게를 확장하는 건으로 마음이 어수선했다.
결과는 가족 토론을 거쳐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마음은 홀가분하지만 생각은 많다.
두려워하는 자신의 모습도 보았다.
아직도 새로운 변화와 확장에 준비되어 있지 않은 자신의 모습에 너무나 크게 놀랐다.
20210824 화
가을장마. 오늘도 하루 종일 비다.
비가 오면 사람들이 밖으로 나오길 싫어한다. 귀찮아한다. 그래서 매출이 떨어진다. 코로나로 바닥을 치고 있는데 비가 온다. 방역수칙은 오락가락. 식당과 카페는 어제부터 2주간 9시 영업 제한이 걸렸다. 우리는 그나마 낫다. 술집과 고깃집처럼 밤늦게까지 장사를 하던 식당들은 정말 힘들다.
20210825 수
어제 개업 이래 최악의 매출을 기록했다. 코로나로 무더위로 퍼붓는 가을장마로 사람들이 사라졌다.
사업의 성공을 위해서는 올인을 해야 하지만, 살아남기 위해서는 올인이 최선이 아니다. 차선책이 필요하다.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4년 전의 여름날을 돌아보니 무더위와 전염병과 가을장마로 지금보다 몇 배나 힘들었네요.
무더위에 지쳐 푸념을 늘어놓는 지금의 제 모습이 한심스럽습니다.
그날보다 훨씬 좋아졌는데 말이죠.
팬데믹 종식에 감사합니다.
가을장마로 피해를 입지 않아 다행입니다.
민생회복 정책으로 며칠이나마 꿈틀거린 매출이 고맙습니다.
내일 인근 대학이 2학기 개강을 합니다.
여름 내내 구겨졌던 사장의 얼굴이 활짝 펴지면 좋겠습니다.
날씨처럼 인생 별거 없습니다.
비가 오면 날이 개고, 더우면 시원한 날도 도래합니다.
포기하지 않고 하늘에 순응하며 남은 더위 넘겨 보도록 하겠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