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 예비 창업자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 4
혹시 '슬픈 고사리'라고 들어 보신 적 있나요?
잘 모르신다고요? 그럼 '잔나비'란 밴드는 아시는지요?
며칠 전
'홍대 뒷골목에서 버스킹 하던 '슬픈 고사리'... 세계 무대 진출하다'
란 머리글의 신문 기사를 읽었습니다.
기사를 옮겨 봅니다.
지난 2013년 5월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9번 출구 뒷골목. 매주 버스킹을 하던 키 크고 삐쩍 마른 까만 청년들을 사람들은 ‘슬픈 고사리’라고 불렀습니다. 흐느적거리는 몸짓으로 슬픈 노래를 부르는 그들의 모습이 마치 고사리 같았기 때문입니다.
경기 성남시 분당에서 태어난 친구들인 이들은 동네 서현역에서 버스킹을 하다 “우리 노래를 더 많은 이들에게 알리고 싶다”며 서울로 올라왔습니다. 그러나 낯선 거리, 낯선 사람들 앞에서 낯선 노래를 부르는 건 쉽지 않았습니다. 자신을 닮은 큰 키의 형이 쭈그려 앉아 버스킹 간판에 분필로 안내문을 쓸 때면 왠지 모르게 부끄러웠다고 합니다. 그 간판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습니다.
<밴드 잔나비, 노래가 마음에 드시면 페이스북 ‘좋아요’를 눌러주세요!>
기사는 바로 인디 밴드 잔나비에 대한 것으로, 이랬던 이들이 지난 8월 초 데뷔 11년 만에 인디 밴드 최초로 국내 대중음악 콘서트계 상징으로 통하는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케이스포돔(옛 체조경기장)에 입성하여 공연을 했고 오는 11월에는 대만에서 첫 해외 단독 공연도 갖는다고 합니다.
11년 만의 일이랍니다.
아직 멀었지만, 어느 정도 자신의 업을 이루는데 11년이 걸렸답니다.
충분히 길다고도, 아직 너무 짧다고도 말할 수 있는 시간, 11년입니다.
그들이 땀 흘리며 보냈을 지난 세월을 상상하며 저 자신의 지금 모습을 봅니다. 그들이 이룬 업적에 비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들은 이루었지만 저는 그저 먹고살기 위해 발버둥 친 시간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하니 부끄럽기만 합니다.
다른 기사를 보겠습니다.
"숫자만 늘었지, 속이 비었다. 소상공인, '생존율 1위'의 불편한 진실은"
이라는 기사입니다.
한 마디로 버티는 것이 최선은 아니다.
성장이 없는 생존은 좀비와 다를 것이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제주 지역 소상공인을 보면 버티는 능력은 전국 최상위권이지만 버티고 난 뒤에 남는 것이 없다고 합니다. 속 빈 강정이라는 말입니다.
살아냈지만 행복하지는 않다는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이 기사를 제게 대입하고 보니 더욱 부끄러웠습니다. 저도 다를 바 없었으니까요.
죽지는 않았다고 환호했으니까요.
지금은 한결 나아졌지만, 창업 초기에는 몸이 많이 아팠습니다.
몸을 쓰는 운동선수들이 평생 아픈 곳을 몸에 달고 살듯이, 몸으로 때워야 하는 식당 주인에게도 사지 육신이 아픈 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더구나 식당 일은 처음이기에 안 쓰던 근육과, 갑자기 쓰게 된 몸 이곳저곳이 망가지며 살려 달라고 신호를 보내왔습니다.
먼저 웍질을 하는 왼쪽 어깨가 아프기 시작하더니 왼쪽 팔꿈치에 엘보가 왔고 왼손 팔목까지 아프더군요.
이상하고 신기한 것은 어느 한 부위만 지속해서 아프지 않았던 것입니다(신의 보살핌인가?).
시간이 지나고 몸이 반복되는 노동에 적응을 하여 한 시름 놓을 무렵이면 기다렸다는 듯이 다른 곳이 아파 오기 시작했습니다.
허리와 등짝에 끊어질 듯한 통증이 엄습합니다. 미치도록 아픕니다. 그렇게 통증에 괴로워하며 며칠을 버티다 보면 어느새 통증이 거짓말처럼 사라집니다.
그러나 끝이 아닙니다. 이제는 무릎이 아픕니다. 무릎의 통증이 사라지면 목이 아파옵니다.
통증은 그렇게 온몸을 돌아다니며 저를 괴롭혔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엄살 같은 직업병입니다.
이전 글에 손흥민 선수가 했던 말을 옮겼었는데, 다시 꺼내어 봅니다.
“축구선수라면 아프지 않은 상태에서 경기를 뛰는 것 자체가 어려워요. 특히 대표팀 경기는 아프더라도 약을 먹고라도 뛰는 게 당연하죠.”
예비 창업자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을 이어 갑니다.
7. 선한 영향력의 주인공이 되어 보세요. 일하는 기쁨은 두 배가 되어 줍니다
우리 자영업자들은 이웃돕기를 비교적 쉽게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업의 장점을 살리면 가벼운 마음으로 이웃을 도울 수 있습니다.
식당이라면 - 결손가정아동돕기 - 주민센터에 신청하여 아이들에게 도시락을 싸줄 수 있습니다.
카페의 음료도 좋고, 빵집의 맛있는 빵도, 치킨도 피자도 좋겠지요.
음식을 취급하지 않는 사장님이라면 월정액으로 기부를 할 수도 있습니다. 남을 돕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선 자신이 행복해집니다.
입구에 성금함을 놓아두고 연말이웃돕기 모금을 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고객과 하나 되어 이웃을 도울 수 있기에 더욱 좋습니다.
이밖에도 좀 더 고민하면 이웃을 위해 아주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겁니다.
8. 절제는 나와 나의 가게를 지켜 줍니다
제가 말씀드리는 절제란 자기 관리를 말합니다.
사장이 재채기를 하면 가게는 몸살을 앓습니다. 창업을 하여 일을 시작하면 정해진 시간에 식사를 할 수가 없습니다. 늦은 시간에 폭식을 할 수도 있고 스트레스 때문에 술도 많이 마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장이 절제하지 못하고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면 함께 일하는 직원도 서서히 긴장을 풀게 됩니다. 식당이라면 음식의 조리부터 손님 응대까지 나쁜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자기 관리가 철저한 사장님이 사업도 잘하시는 것은 당연합니다.
서두에 말씀드렸던 것처럼 식당 일을 하며 어쩔 수 없이 몸을 혹사시켰습니다. 7년의 노동에 이제는 익숙해졌지만, 그만큼 몸뚱이는 노쇠해졌습니다. 사무직으로 일했던 시간의 몇 배는 늙어버렸습니다. 무리를 해서 몸뚱이가 고장 났다는 표현이 맞겠습니다.
백세시대에 사는 오늘날, 쉬겠다는 생각은 감히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노동의 강도는 낮추고 싶습니다.
식당 일을 계속한다면 노동의 시간을 줄이고 싶기도 하고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노동의 양을 분산시키고도 싶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제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습니다. 세상은 모든 것을 누리도록 놓아두지 않습니다. 세상 이치가 그런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어떤 길을 걸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생각처럼 앞날이 펼쳐지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더욱 모르겠습니다.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인생입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