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 예비 창업자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 5
예비 창업자분들께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마스터의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일 뿐입니다.
그러나 진심 가득한 애정 어린 조언임을 맹세합니다.
9. *벌거벗을 용기
'계급장 떼고' 아무것도 감추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시작하는 겁니다.
왕년의 내 신분과 사회적 위치는 개나 줘버려야 합니다.
극단적인 비유이겠지만, 대통령이었던 사람이 식당을 한다고 치면(전직 대통령이 서점 주인이 되는 세상이니 터무니없는 가정도 아닐 겁니다) 손님에게 고개를 숙이는 일이 엄청 어려울 겁니다. 그래서는 서비스업에 들어서는 일 자체가 비극의 시작일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자영업자든 소상공인이든 사회가 만든 관념적 탈을 벗어 버립니다.
지금의 내 모습을 감추려 하지 말고, 포장하려 하지 말고, 날것 그대로, 있는 그대로를 드러내 놓고 오직 가게 주인으로 시작합니다.
빠르고 자신 있게 결정하는 용기, 거절할 줄 아는 용기, 책임을 지는 용기 등 모든 방면에서 사장은 용기가 필요합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새로운 업을 이루려는 사람이라면 과거에 얽매여서는 안 됩니다. 소싯적에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새롭게 출발합니다.
타인의 시선과 판단에 휘둘려서는 안 됩니다.
지금 내가 도모하고자 하는 업에 맞는 최적의 옷을 입고 마음가짐을 바로 하여야 합니다.
한편 고객의 평가도 중요하지만, 그들에게 휘둘려서도 안됩니다.
고집은 버리되 소신을 가져야 합니다.
벌거벗는다는 것, 참 어려운 일입니다.
10. 우리 모두 꿈을 꾸는 사장이 되어요
지금 내가 시작하는 일을 반드시 성공시키겠다는 확고한 신념이 깃든 꿈을 꿉니다.
이전보다 나의 삶을 보다 윤택하게 가꾸어 가겠다는 꿈을 꾸는 겁니다.
사업을 시작하는 계기가 무엇이 되었든, 일단 시작을 하면 꿈이 있어야 합니다.
그 꿈이 아주 구체적이고 명확할수록 좋겠지요.
그저 이 일을 해서 돈을 많이 벌고 싶다 하는 단순한 희망사항에 그치면 부족합니다.
꿈은 곧 내가 하는 사업의 목적이자 목표입니다.
창업 7년 차인 마스터의 현재 목표는 아래의 내공 깊은 식당들처럼 저녁 영업을 없애는 것입니다.
물론 그들과 같은 위치에 서는 것은 어렵습니다. 그저 욕심을 내려놓겠다는 말입니다.
덜 벌고 덜 쓰는 겁니다.
남은 시간에는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산책을 하며 건강하고 여유로운 삶을 영위하는 것입니다.
일에 휘둘리지 않고 검소하지만 풍요로운 삶을 살고 싶습니다.
대전에 보통의 식당과는 조금 다른 곳이 있습니다.
몇 주 전 프로야구를 보러 가족과 함께 대전에 가는 길에 벼르고 그곳을 찾아갔지요.
'왕관식당'이라는 곳인데 혹시 들어보셨는지요?
지난해인가, 그때도 가족과 함께 찾았지만 임시휴무로 허탕을 친 적도 있었습니다.
저는 친구와 함께 간 적이 있고, 그 기억에 다시 찾았는데 말이죠.
이곳의 영업 방식이 좀 특이합니다.
정오 12시부터 오후 2시까지 하루에 단 두 시간만 영업을 합니다.
게다가 일요일은 휴무입니다.
웬만한 정성과 시간을 들이지 않으면 그 맛을 경험하기 힘든 곳이지요.
메뉴는 콩나물밥과 육회, 두 가지뿐입니다.
육회를 따로 먹는 사람은 드뭅니다.
콩나물밥에 육회를 넣고 양념장에 비벼 먹지요.
뭐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이 콩나물밥이 중독성이 있습니다.
초능력자는 한 번은 먹어볼 만한 곳이라고 하더군요.
아무튼 저희 식구가 맛있게 먹고 식당을 나서는데 15분이 채 걸리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회전율이 꽤 빠릅니다.
속초에 물회 집이 하나 있습니다.
몇 년 전 속초에 가족 여행을 갔다가 오픈런을 한 곳입니다.
그곳은 오전 9시에 문을 열어 오후 12시 반이면 문을 닫는데 재료가 소진되면 그전에도 영업을 마감하는 곳이죠.
게으르고 노쇠한 마스터는 그런 식당을 애정합니다.
존경하고 닮고 싶어 합니다.
당연히 사람마다 호불호는 존재할 겁니다.
마스터는 그저 그들의 내공이 부러울 따름입니다.
끝
*김경록의 저서 '벌거벗을 용기'에서 머리글을 따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