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 식당의 품격
7년의 세월을 거치며 이제 얼추 하나의 식당이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뭐 아직 부족한 점 투성이지만 그거야 힘을 내어 고치고 다듬어 나가면 될 일이고요.
그동안 소위 말하는 백년가게의 명성에 기가 죽기도 했지만, 오래 묵었다고 전부 내공이 깊고 대단한 식당인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세월의 더께 속에 화려한 노포의 위용을 자랑하지만, 포장을 벗겨보면 별 거 없는 식당도 많았으니까요.
때문에 시간이 흐르는 것이 두렵습니다.
그만큼 세월값을 하는 식당으로 거듭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죠.
루틴을 바꾸기로 결심하고 지난 화요일부터 실천에 옮겼습니다.
그것은 아침 운동을 시작한 것입니다.
사실 운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은 한참 전의 일입니다.
망설이고 머뭇거리며 차일피일 미루던 계획을 실행에 옮긴 것입니다.
루틴을 바꾸며 부딪친 가장 큰 저항은 새벽 일찍 가게에 나갈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점방에 빨리 나가 미리미리 준비를 해두어야 마음이 놓이는 성격인 제가 출근 시간을 늦추는 것은 용납할 수도 납득할 수도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 고민을 결국 내려놓고 새벽에 아침 운동을 시작하니 너무나도 좋았습니다.
이 좋은 일을 왜 빨리 하지 못했을까.
자신을 가둬둔 동굴 속에서 간신히 빠져나온 기분이었습니다.
경매에 넘어갔다 나오기를 반복하는 지금 임차 점포의 내일을 기약하기 어렵습니다.
자신의 의지만으로는 일할 수 없는 컨디션을 가진 점포입니다.
그토록 마음속을 시끄럽게 만드는 점포이지만, 가능하면 지금 이곳에서 오래오래 장사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이곳을 비워야 할 날이 도래하면, 그 이후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를 오랫동안 고민하였습니다.
그때에는 이 일을 그만두자. 아니다, 다른 방법이 없으니 다른 곳으로 옮겨서라도 계속해야 한다.
지금까지 쌓아온 업력이 아깝지 않더냐. 어떻게든 계속해야 한다.
그렇게 두 가지 생각이 계속 오락가락하며 마음을 흔들었습니다.
그리고 며칠 전 간신히 결정을 내렸습니다.
지금 이곳에서 엔딩을 하겠다고 말이죠.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요식업은 이곳이 처음이자 마지막인 것으로 초능력자와 마음을 모았습니다.
아쉽지만 홀가분합니다.
이곳을 떠나면 어떠한 사람이 되어 있을지 모르지만, 그저 유유자적하며 가볍게 살면 좋겠습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앞으로도 보다 아름다운 글로 여러분과 함께 행복을 누리면 좋겠습니다.
다음 주부터는 또 다른 글로 만나요.
행복하세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