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물가고 있는 중입니다만
달리기를 하는 나의 현실
'마라톤, 저 뛰어도 될까요'에서 저자는 말한다.
5km는 대부분의 사람에게 35~45분 안에 완주할 수 있는 거리다. 특히 초보자의 경우, 1km당 8~9분 정도의 느린 페이스로 달려도 무리 없이 완주가 가능하다.
이런!
대부분의 사람이라니!
그럼 난 극소수의 사람이란 말인가?
의사인 저자가 얼마나 과학적이고 의학적인 판단으로 말하는지 모르겠지만 내 입장에서 보면 터무니없다.
도대체 책을 읽는 독자의 대상을 어떻게 가늠하고 있는 걸까?
또!
1km당 8~9분의 속도가 느린 페이스라니.
미칠 노릇이다.
난 정말 심장이 터질 정도로 달려서야 간신히 5킬로를 45분 안에 달렸는데.
아마도 이 책은 엘리트 러너들만이 읽어야 하지 않을까.
*
러닝 중독
살면서 많은 것에 빠졌다.
그중 제일 센 놈은 술이다.
아직도 술독에 빠져서 헤엄을 치고 있다.
담배도 나쁘다.
고등학생 시절부터 피우다 2002 월드컵 4강 진출 기념으로 간신히 과감히 끊었다.
다음으로는 음식이 있다.
난 계란 중독자다.
탄수화물 중독자이자 육류 중독자이기도 하다.
또한 나는 홍어에 중독되었고 두리안에 중독되었다.
최근 들어 서서히 중독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한 건 러닝이다.
단연코 좋은 중독이지만 나쁜 점도 없지는 않다.
내 몸 상태를 이해하고 적절한 휴식 속에 달리기를 즐길 일이다.
*
금주 러닝 기록
20251213 토
전체적으로 일주일 전보다 구간별 속도를 줄일 수 있었지만, 3구간에서는 전주보다 페이스가 나빴다.
4구간에서 러닝을 시작한 후 1킬로 최고 기록인 7분 58초를 기록한 것은 고무적이다.
구간별 속도를 8분 안에 끊으면 5킬로 기록을 40분 이내로 끌어내릴 수 있겠다.
그런데 이 기록에는 숨겨진 비밀이 있다.
사실 이번 주에는 어금니 발치를 하느라 지난 6일간 이틀밖에 달리지 못했다.
수목금을 내리 쉬고 어제 아침에 러닝을 할 때는 그 어느 때보다 컨디션이 좋았던 것이다.
금요일 저녁에 일을 마치고 귀가할 때도 전철 플랫폼에서 집 앞 출구에 이르는 세 번의 에스컬레이터 계단을 아주 가볍게 걸어 오를 수 있을 정도였다.
뜻하지 않은 3일 휴식으로 명확하게 느낀 것, 지금 나이로는 매일 달리는 것이 신체에 무리를 줄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러닝의 루틴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것은 내 러닝의 내용이 조금씩 발전하고 있다는 뜻이리라.
욕심 내지 말고 무리하지 말고 건강한 달리기로 몸과 마음을 단련해 나갈 일이다.
*
난 비뚤어진 사람이다.
부끄러운 노릇이다.
고치려고 하는데 그게 잘 안 된다.
그런데 말이다.
달리기를 하면서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세상과 사물을 이해하는 마음이 커지고 있다.
무척 반가운 현상이다.
달리기의 유익함이다.
믿지 못하겠지만 달리면 몸보다 의식이 먼저 바뀐다.
좋은 쪽으로 생각이 바뀌는 거다.
그다음에 몸도 따라 바뀔 것이다.
튼튼하고 건강하고 마주치는 모든 일에 유연한 신체로 거듭날 것이다.
믿지 못하겠다고?
실천하면 비로소 깨달을 것이다.
달리기는 정말 좋은 운동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