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물가고 있는 중입니다만
오늘은 일단락한 나의 생업 이야기를 다시 꺼내어 본다.
위 사진 속 두 개의 주걱은 8년 전인 2018년 겨울, 우리 둘(초능력자인 아내와 나)의 식당 '오늘도낙지' 개업 준비를 하면서 산 것이다.
그런데 두 개의 주걱은 크기와 모양이 완전히 똑같은 쌍둥이 주걱이다.
낙지볶음을 위한 웍질용으로 산 두 개의 주걱 중, 나는 오른쪽 주걱만을 8년째 쓰고 있다.
까맣게 불에 그을리고 닳고 닳은 볼품없는 주걱이지만 나는 이 아이를 버릴 수가 없다.
녀석은 나와 희로애락을 함께 하며 우리 부부와 가게를 지켜줬다.
8년 차인 지금까지.
*
식당을 시작하며 매주 일요일 아침 '식당의 탄생'이라는 나의 식당 이야기를 한 주도 빠짐없이 2년 동안 꾸준히 브런치에 올렸다.
타인에게는 거칠고 재미없는 글이겠지만, 내게는 힘든 식당 일을 견디게 해 준 격려와 응원의 글이었다.
처음 구상은 나의 식당을 이야기하는 - 식당의 탄생, 식당의 품격, 식당의 완성 - 3부작 시리즈였다.
처음 글인 식당의 탄생을 쓰면서 나는 매일 고꾸라졌다.
어떤 날은 코로나의 엄습으로, 또 어떤 날은 건물주의 사정으로 희망을 잃고 쓰러져 절규하며 분노하였다.
농사가 하늘의 일이라고 하지만, 식당도 다르지 않았다.
예측할 수 없었고 내 뜻대로 되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고꾸라지면 다시 일어나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고 웍을 붙잡을 수밖에 없었다.
때론 욱하는 바보 같은 성질머리 때문에 일을 망치고 아내에게 상처를 남겼다.
해를 거듭하며 업력을 쌓았지만 식당 주인 8년 차가 된 오늘의 나는 조금도 성숙하지 못했다.
참 못났다.
*
희망찬 미래를 노래하며 The Third Life를 찬미하던 내가 오늘 갑자기 일단락한 식당 이야기를 꺼낸 것은 당연히 이유가 있다.
2026년 새해가 밝으며 나는 골목식당 사장 8년 차가 되었고, 내일 2월 9일이면 '오늘도낙지'의 만 7년째 생일을 맞는다.
그렇지만 생일을 자축할 형편이 못된다.
식당의 일생이 다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식당의 탄생의 연재를 마치고 2부 '식당의 품격'을 이야기할 차례가 도래하였지만 현실은 그것을 허락하지 않고 있다.
세상은 꾸준히 나의 식당을 흔들었다.
이번에 또다시 건물주라는 사람이 나의 식당을 흔들고 있다.
그가 흔들면 나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기에 더 이상의 말은 걱정스러운 상상에 지나지 않는다.
다만 탄생한 식당의, 품격을 갖추고 완성하는 식당 이야기는 쓰기 어렵게 되었다.
아쉽지만 주어진 현실에 맞추어 괜찮은 엔딩을 이끌어내야 한다.
오늘도낙지의 일곱 살 생일을 맞이하게 하여 준 세상의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