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The 3rd Life(4):귀촌, 양양은?

한물가고 있는 중입니다만

by 판도


한때 강원도 양양에 푹 빠져 지냈다.


양양은 설악산과 동해를 모두 품고 있어 풍광이 수려하다.


더구나 설악산은 내 청춘의 추억이 가득한 곳이고, 아름다운 해변은 존재만으로 심장을 들끓게 만든다.


넓은 면적에 비하면 고즈넉하고 한적하여 관광보다는 휴양이 적격인 곳이기도 했다.


그러던 곳이 갑자기 서핑의 성지로 탈바꿈하여 여름이면 청춘남녀로 해변이 북적거렸지만, 수요 대비 인프라의 부족으로 그 열풍이 식은 것이 안타깝다.


물론 유흥의 성지라는 오명도 양양의 품격을 떨어트렸다.


*


수년 전 양양에서 며칠을 보낸 적이 있다.


인구해변이나 서핑의 성지 따위는 전혀 몰랐던 시절이었다.


추운 겨울이었지만 바다는 여전히 좋았고 낙산사와 하조대의 명승지도 특별했다.


양양에서 펜션을 운영 중인 분을 우연히 만나 양양의 이곳저곳을 누비기도 했다.


그러나 젊음이 빠져나간 겨울의 양양은 벌거벗은 나목처럼 황량하고 쓸쓸했다.


내가 바랐던 전원생활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인지를 반문했다.


아니 만끽까지는 바라지도 않았다.


산과 바다를 벗 삼아 유유자적할 수 있는 곳인지를 물었다.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에서는 방방곡곡 어디를 가던 겨울은 겨울답지만, 이상하게도 내게 다가온 양양의 겨울은 차갑고 춥기만 했다.


겨울의 양양이 아니라, 그저 추운 양양이었다.


내겐 사무치게 외로운 곳이었다.


도시를 떠나 도착한 양양이 외롭다고 그곳을 버리고 북의 속초와 남의 주문진을 찾아 헤맬 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시골을 향하는 나의 마음은 진심이기는 한 것일까?


거짓으로 꾸민 내 마음에 속아 전원생활을 꿈꾼다고 한 것은 아니었을까?


*


어쩌면 당시의 내가 겨울을 떠나 늘 춥고 외로웠는지도 모른다.


많은 고민을 겹겹이 껴입고 서울을 도망치듯 떠나 만난 그 겨울의 양양이었기에 을씨년스럽기만 했는지도 모른다.


아무튼 그날 이후 나는 양양을 잊었다.


귀촌의 꿈이 허락된다 하여도 최종 도착지가 양양은 아닐 것이다.


물론 양양은 좋은 곳이다.


나와 맞지를 않을 뿐이다.


도대체 나는 어디를 그리워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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