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물가고 있는 중입니다만
사람들은 도시의 화려한 삶을 꿈꾸기도 하고 적요한 시골살이를 꿈꾸기도 한다.
저마다 갖는 삶의 가치관과 개인적인 취향의 차이이리라.
그러나 지금까지 살아온 터전을 버리고 낯선 곳을 향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영리한 방법을 찾아냈다.
한 달을 살아보고, 일 년을 살아보는 것이다.
'그린대로'라는 귀농귀촌 플랫폼에도 한달살이와 같은 농촌 체험 프로그램이 있다.
살아보고 결정하는 것이다.
시골이 좋다고 무작정 내려갔다가 자신의 꿈이 현실에 기반하지 않은 허상이라는 것을 깨닫고 다시 도시로 돌아가는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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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적 고독'이라는 책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그들은 자신들과 기대하는 바가 크게 다른 이들과 교류해야 하는 사회를 등졌다."
나와 많이 다른, 내가 감당하기 어려운 사람들과 무질서하게 뒤섞여 살지 않겠다는 말이다.
내가 원하는 바다.
내가 원하는 자발적 고독이란, 사회적 동물이라는 인간의 본성을 외면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원하는 사회를 찾아 나서는 적극적인 삶의 태도이다.
위 책 속의 말처럼 내가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들과, 나와 잘 맞지 않는 사람들과 교류할 가능성이 비교적 낮은 사회를 찾아 나서겠다는 능동적인 사고의 발로인 것이다.
살아가며 많은 것을 얻고 잃었다.
경륜을 얻는 대신 젊음을 잃었다.
삶의 지혜를 얻었지만 순수를 내주었다.
순진함을 잃었음에도 품격이 쌓이지 않은 것은 너무도 치명적이다.
한때는 '인격은 위선과 상통한다'는 말을 신봉했다.
그러나 고매한 인격자로 행세하기 위해 위선을 꾸미는 일이 버거운 나이가 되었다.
꾸미지 않아도 좋은 사람이고 싶다.
예수나 부처는 못될지언정 최악의 인간이란 말은 듣지 않을 정도의 품격은 갖출 일이다.
다정하고 부드러운 사람이 되고 싶다.
일본의 경제학자인 '오마에 겐이치'가 이런 말을 했다(나의 다른 글에서도 언급했다).
"인간을 바꾸는 방법은 세 가지뿐이다. 시간을 달리 쓰는 것, 사는 곳을 바꾸는 것, 새로운 사람을 사귀는 것. 이 세 가지 방법이 아니면 인간은 바뀌지 않는다. 이 세 가지를 바꾸지 않는 상태에서 '이제부터 달라질 거야'라고 새로운 결심을 해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나는 이 말도 신의 계시처럼 떠받들었다.
그러나 요즘 다시 보니, 정말 그럴까? 하는 의문이 든다.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고 일어선 것이다.
세 가지를 바꾼다고 사람이 그렇게 쉽게 변할까?
아무튼 나는 변하고 싶다.
*
고흥은 아름다운 곳이다.
지붕 없는 미술관이라 불릴 만큼 천혜의 자연경관을 자랑한다.
우선 바다가 있다.
밋밋한 망망대해가 아니다.
작은 섬들이 올망졸망 떠있어 지루하지 않은 다도해다.
해안선을 따라 조성된 간척지에는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넓은 논이 펼쳐져 있어 답답하지 않다.
유자와 석류를 만들어내는 밭도 있고 돌아서면 기암괴석을 자랑하는 산이 있다.
기후도 좋다.
양양만큼은 춥지 않고 제주보다는 바람이 덜하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모든 면에서 도시보다 낙후되어 있다.
교통이 불편하다.
의료 및 편의시설이 부족하다.
서울과 멀리 있어 오가기도 불편하다.
그렇기에 자발적 고독에는 안성맞춤인 곳이다.
그곳에서 작은 서점을 열고 독립출판도 겸하고 싶다.
언제쯤 고흥 사람이 되어 유유히 뒷짐 지고 마을 길을 걷고 있으려나.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