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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판도 Apr 07. 2024

식당의 탄생

29. 코로나 블루 - 3차 그리고 4차 대유행의 나날들


  어제(2024. 4. 6) 토요일 저녁에는 두 친구(마스터낙지 알바생)가 약속이나 한 듯 부모님을 모시고 저희 식당을 찾아왔습니다. 두 사람 모두 근처의 신학대 학생입니다. 주인공은 바로 하람이와 하모(두 사람은 형제가 아니랍니다). 지금까지 아르바이트를 하며 거쳐간 아이들의 이름은 아주 특별합니다. 신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이라 그런지 이름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조나단' 군을 필두로 하여 아론 군, 화평 군, 소망 군, 소망 양, 아멘 군과 하모, 하람이까지...).


  달콤한 케이크(배경사진의 바로 그)를 들고 나타난 하람(하느님의 사람)이는 2학년입니다. 모처럼 서울에 오신(본가가 청주) 부모님과 함께 와서 케이크만 전해주고 떠나버리다니. 하람이의 부모님은 평소 돌봐준 후의에 감사하며 앞으로도 아들을 잘 부탁드린다는 말씀만을 남기고 바람처럼 사라졌습니다. 뭐, 초능력자가 잘 돌봐주고는 있는데 말이죠.


  학교 앞에서 자취를 하는 하모(군목 시험에 이미 합격하여 목사 안수까지 받은 대학원생) 목사님은 예쁜 여동생의 생일 파티를 저희 가게에서 하고 싶다고 미리 예약까지 하고 나타났습니다. 이들 가족은 처음이 아닙니다. 하람이의 부모님처럼 돌봐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과 함께 예전에도 식사를 하고 가셨지요.


  앞으로 이들 고마운 청년들의 이야기는 따로 자리를 마련하여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코로나가 위세를 떨치던 2021년 여름 어느 날, 가게 일을 마치고(너무 지치고 힘들어) 택시를 탔습니다. 저희 내외를 힐끗 쳐다보며 기사 아저씨가 한 마디 합니다. “정말 놀러 가는 차들 많네.” 그 말에 창밖을 내다보니 반대편 차선은 서울을 빠져나가는 차량들의 행렬로 정체가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생각해 보니 금요일입니다. 7월 중순이니 여름휴가 시즌도 시작되었을 것입니다.


  기사님은 말을 잇습니다. “서울에 있는 맛집들 있잖아요. 코로나 상관없어요. 코로나 때문에 죽겠다고 하는 식당들은 코로나 이전에도 장사가 안되던 곳들이에요. 원래 잘되던 식당은 변함없이 잘돼요.”

아저씨의 말에 저는 수긍도 부인도 하지 않았습니다. 속으로만 생각을 하였습니다. “그래, 잘되는 식당도 물론 있겠지. 그러나 그게 얼마나 될까? 그리고 잘 안 되는 식당은 다 그들의 잘못뿐일까?”


  코로나 4차 대유행이 거세게 몰아친 날,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상이 뒤틀어져 엉망이 되어버린 것은 누구의 탓일까? 코로나라는 전염병은 무너져버린 바벨탑처럼 인간의 헛된 욕망을 꾸짖는 하늘의 형벌이 아닐까? 굳이 전염병이 왜 생겼나 하는 원인을 따지려는 것은 아닙니다. 전염병과는 상관없이 잘 되는 식당의 비결을 파헤치고 싶은 생각도 없습니다.



  그 시기 어느 날의 기록입니다.

  매출이 곤두박질쳐 반토막이 났다. 자영업자는 물론 일반 서민은 누구이건 고통이 커지고 있다. 이런 시련의 시기는 무엇으로 버틸 수 있는 것일까?

  미래에 대한 희망? 가족에 대한 책임감? 나 자신의 자존감? 배우자에 대한 사랑? 그저 태어났음에 하루하루를 올바르게 살아내겠다는 소명 의식 하나로 이 어려운 시기를 버티며 보내고 있지만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듯 가끔씩 고꾸라질 때가 있다. 지칠 때가 있다. 지금의 내가 하는 이 일들. 죽을 때까지 끝이 있을까? 그냥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끊임없이 반복되는 것은 아닐까? 미래에 대한 희망 하나로 현실의 고통을 감내하는 것이 당연한 일일까? 그냥 모든 이의 기억에서 사라져 버리고 싶을 때가 있다.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다. 그냥 놓아버리고 싶다.



  또 다른 어느 날.

  식당을 시작하고 2년 5개월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한 가게의 사장으로서 이 혼돈의 시대를 잘 헤쳐 나가야 하는데 정말 쉽지 않네요. 버티는 것만도 잘하는 것이라는 달콤한 위로의 말에 요즘 너무 현혹되어 살았음을 깨닫습니다. 이왕 시작했으니 남보다 잘하고 더욱 가치 있는 결과를 만들어 가야 하는데 말이죠.

미래의 모습을 생각하여 봅니다.


  간단히 두 가지 상황이 예측됩니다.

하나는 코로나를 퇴치하고 일상으로 돌아가 과거처럼 평온한 생활을 하는, 좋은 방향으로의 변화입니다. 또 하나는 전염병과 동거를 하며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나쁜 방향으로의 흐름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아주 중요한 점이 하나 있습니다. 일상생활을 누리는 차원이라면 당연히 전자의 상황으로 돌아가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나 살아남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을 하는 사업이라는 정글 속에서라면 이야기가 달라질 것입니다.  즉, 전자의 방향이건, 후자의 방향이건 동 업종의 경쟁자들과 경쟁을 하는 조건은 달라질 것이 없다는 것입니다.

  사업을 함에 있어서 전자나 후자가 되어 생기는 변화는 업종에 따른 유불리이지 동종업체 간에서 벌어지는 경쟁은 전후자의 구분이 없다는 얘기입니다. 코로나의 종식과 관계없이 작은 식당의 업주라면 미래의 변화에 대한 순발력을 발휘할 생각보다는 예측 가능한 범위 내에서의 성실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 제가 말하고 싶은 것입니다.

  냉정하게 말하여 요식업 자체를 보면 지금의 영업 상황(코로나로 인하여 영업시간의 제한, 내방 고객의 제한 등)은 경쟁이 그리 치열하지 않습니다. 규모가 큰 식당보다 작은 식당이 유리한 점도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같은 상황이 이어질까요?  

 어찌 보면 작은 식당은 지금 온실 속의 화초처럼 보이지 않는 손에 보호받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작은 식당은 코로나와 상관없이 더 나아질 것이 없습니다. 넋 놓고 코로나 타령, 경기 타령을 하다 보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정작 빙하기를 맞이할지도 모릅니다.  따뜻하게 데워진 솥에 들어가 서서히 물이 끓는 것도 모르고 태평스럽게 하늘을 쳐다보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환경은 절대로 나에게만 유리하게 주어지지 않습니다. 똑같은 상황에서 경쟁할 뿐입니다. 미래를 내다보고 예측하고 대비하여 더욱 경쟁이 치열해지는 그날의 승자가 되어야 합니다. 저 자신에게 전하는 말입니다.






  코로나 시대를 맞아 오프라인의 직접 대면 영업이 점점 어려워집니다. 가게로 사람들을 불러 모으기가 날이 갈수록 어렵습니다. 정부의 규제와 고객의 자발적 자제로 가게에서 식사하는 손님이 현저히 줄어들었습니다. 개업 당시인 2019년과 코로나 이후의 2020년, 2021년의 매출을 비교하면 나빠진 상황이 확연히 눈에 들어옵니다. 코로나 3차 대유행이 번지던 2020년 12월과 4차 대유행에 매출이 바닥으로 떨어진 지금을 보면, 배달 매출은 조금 올랐지만 홀 매출이 급격히 떨어졌습니다.

  따라서 지금도 그렇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예상하여도 정답은 온라인, 비대면 채널의 매출을 올리는 것입니다. 그러나 여느 식당의 업주 입장에서는 온라인 판매(배달 서비스가 아닌)로의 판로 확대가 녹록지 않습니다.

  준비도 어렵고 까다롭습니다. 제조시설 허가든 즉석제조판매 허가든 새로운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레시피를 제대로 만들어내야 합니다. 원가를 분석해야 합니다. 밀키트 제조를 해야 합니다. 포장 패키지를 만들어야 합니다., 온라인 플랫폼에 들어가야 합니다. 광고를 해야 합니다. 판매가 시작되면 제조 및 포장, 배달 관련 인력이 있어야 합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업주가 관여해야 하고 아니면 돈으로 해결해야 합니다. 단언하면 소상공인 자영업자인 영세 식당업주로서는 엄두를 못 낼 일들이 너무 많습니다. 시작도 쉽지 않고 과정도 만만하지 않습니다. 인력이 필요하고 자금이 필요하고 시간이 필요합니다. 물론 미래를 생각하면 반드시 해야 할 일입니다. 하지만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저 같은 사람에게는 엄청난 부하가 걸리는 일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어려운 일들을 주변의 선후배님들은 척척 해내고 있습니다. 결국 저의 힘듦은 변명이고 핑곗거리이네요. 지금처럼 힘든 때에, 매출이 급격히 떨어져 시간적인 여유가 생겼을 때, 넋 놓고 있지 말고 또 새로운 변화를 준비해야 하겠습니다. 변화가 없다는 것은 퇴화의 다른 이름일 테죠.



  그저 코로나 4차 대유행의 중심에 서 있는 오늘도 생계를 위하여 (거듭된 악재에 손님이 끊긴 토요일까지도 가게 문을 열어야 하나 고민을 거듭하다) 결국 새벽 일찍 가게에 나온 저 자신에게, 하늘은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가 궁금할 따름이었습니다. 그런데 우연히 읽은 법정 스님의 책 한 구절이 제가 물은 질문에 대답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옛사람이 이르기를 “입 안에 말이 적고, 마음에 일이 적고, 배 속에 밥이 적어야 한다. 이 세 가지 적은 것이 있으면 신선도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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