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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판도 Apr 14. 2024

식당의 탄생

30. 코로나 블루 - 몽냥과의 대화


 마스터낙지에 최근 합류하여 단숨에 에이스 자리를 꿰찬 가영(물론 신학대학원생)에게 브런치의 제 글을 소개하였습니다(갑질은 아니고, 자랑질 정도. 헤헤).      

며칠이 지나 다시 물었지요.

내 브런치 글 읽었어? 

그럼요.

고마워라. 그럼 읽고 무슨 느낌이 들었어? 한 줄 평을 해줘 봐.

제 질문에 가영인 망설임 없이 대답하더군요.

다사다난했구나, 인생이 순탄치 않으셨네라고 생각했죠.

음……

식당의 탄생을 읽으라 했더니, 롤러코스터 내 인생을 읽어버렸다는.    


      

 며칠 전, 술을 마시던 친구가 묻더군요.

식당은 언제까지 할 건데?

친구는 오래전에 생업에서 은퇴했지만, 태생이 금수저라 아주 잘살고 있습니다.

글쎄, 건물주가 점포를 내놨으니 팔려서 나가라 하면 내일이라도 나가야 할 처지잖아. 쫓겨나면 새로 식당을 차리는 것도 쉽지 않고…… 식당 일은 그만둬야 하지 않을까? 대신 다른 일을 해야 하겠지. 먹고는 살아야 하니.          






 코로나 시대 어느 날, 몽냥이(꿈꾸는 고양이)와 얘기를 나눴습니다.       


   

마스터

빨리 코로나 끝났으면 좋겠어. 너는 어때?     


몽냥

우리는 너희 인간들만 조심하면 돼.     


마스터

……      


몽냥

코로나 끝나면 평화가 찾아올까?     


마스터

일단 먹고사는 게 지금보다는 나아지지 않겠어?     


몽냥

글쎄.     


마스터

글쎄?     


몽냥

코로나보다 더 센 놈이 오지 않을까?      


마스터

코로나보다 센 거? 그럼 인류 종말이잖아?     


몽냥

ㅋ 너희 질긴 인간들이 그렇게 쉽게 사라지겠어? 지구상의 다른 모든 생명체가 멸종하더라도 너희들은 살아남을 거야. 그리고 끝까지 서로 욕하고 물어뜯겠지.     


마스터

에이, 왜 그렇게 삐딱해?     


몽냥

옳은 말이란 가끔 삐딱하게 들리기도 하지.     


마스터

참, 그런데 마스크로도 안 되는 세상이 오면 어쩌지?     


몽냥

음…… 그럼 방독면을 써야겠지.     


마스터

너희들은?     


몽냥

우리? 당연히 우리 같은 길냥이들이 먼저 죽임을 당하겠지. 물론 집에서 사랑받는 녀석들은 다르겠지만……     


마스터

달라?     


몽냥

음. 달라. 다는 아니지만.     


마스터 

어떻게?     


몽냥

간단해. 돈 많은 집 녀석들은 주인이 방독면을 사주겠지. 반려의 세상이니까. 물론 쓰레기들 틈에서 버텨내던 녀석들은 우리보다 먼저 사라질 거야. 주인의 버림을 받고 길거리에 버려지면 우리보다 면역력이나 적응력이 떨어지니까 말이야.          



코로나가 끝나면 평화가 올까? 진짜 방독면을 쓰고서야 바깥출입이 가능하다면 어쩌지? 난 코로 숨을 잘 쉬지 못하는데. 서로 어떻게 알아보지? 이름표를 달고 다니나? 지금부터 방독면 제작 사업을 해야 하는 거 아냐? 두렵다. 인간들이, 그들이 만들어내는 탐욕 덩어리의 문명의 이기가.  

        

마스터

인간은 갈수록 괴물을 닮아 가는 것 같아.     


몽냥

걱정하지 마. 아직은 좋은 사람이 더 많아    

 

마스터

진짜?     


몽냥

응. 그러니까 인류가 멸망하지 않는 거지.     


마스터

몽골에서는 기르던 개가 죽으면 꼬리를 잘라 묻어준다던데 다음 생에는 인간으로 태어나라고.     


몽냥

글쎄, 그게 좋을까? 난 다시 태어나면 말이야.     


마스터

응, 다시 태어나면?     


몽냥

실은 다시 태어나고 싶지 않아. 엄마랑 아빠랑 형제들과 행복하게 살 수 없다면 말이야.  

   

마스터

아, 나는 어떨까? 나는 다시 태어난다면 무엇으로 태어날까? 나는 다시 태어나고 싶은 건가?  


         




 코로나 시대, 최고의 백신은 마스크라고 한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입과 코를 가려야 1차적으로 코로나를 예방할 수 있다는 얘기이리라. 그런데 참 아이러니한 것은 입으로 사람은 많은 것을 한다는 것이다. 말을 하고 숨을 쉬고 밥을 먹고 사랑을 한다. 그런데 입을 막아야 산다고 하니 이거 참……     

 이러다 모든 사람이 개별 공간에 갇히어 지내는 것은 아닐지. 육신은 필요 없는 인간이 되어 온라인이라는 허공을 맴도는 유령처럼 말이다.      

    

 가을 하늘이 눈부시다. 코로나 예방 백신이 나오면 사회적 거리두기도 없어지고 마스크 미착용자에 대한 벌금도 없어질까? 그래서 사람들 모두 코로나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그리고 누군가 코로나 증상을 보이면 감기에 걸려 감기약을 먹듯 빨리 코로나약을 먹으라고 권하는 세상이 올까?     

 만추의 하늘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이 거세다. 새벽에 나와 일터로 향하는 마을버스 첫차를 탔다. 교통카드를 태그 하니 '마스크를 써주세요' 하는 기계음이 들린다. 마스크를 빼고는 일상이 시작되지 않는 시대.


  

 마스터       

 우울해.


몽냥

코로나 때문에 우울한 거야? 아님 원래 우울한 사람이야?


마스터

두 가지 다이겠지. 그런데 요즘 들어 사랑을 해줘야 할 사람들이 자꾸 늘어나서 정말 우울해.


몽냥

이유야 어쨌든 사랑을 베풀면 좋은 거지. 아낌없이 사랑해 줘.     


마스터

요즘은 뉴스만 보면 화가 나.


몽냥

그럼 낚인 거네.


마스터

뭐, 낚여?


몽냥

그럼 낚인 거지. 너 같은 사람들 덕분에 매스컴이 하는 일도 없는데 돈을 버는 거야. 뉴스를 전달하기보다 뉴스거리를 만들어내기에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란 참……               

너 친구 없지?


마스터

어떻게 알았어?


몽냥

너 성격 까칠한 거는 알아?


마스터

……


몽냥

가족들한테 잘해. 특히 아내에게 잘하라고. 애들한테 꼰대짓하지 말고.    


마스터      

있잖아. 자기만족을 위해 한 일이 예상 못 한 방향으로 흐르는 거 있지?


몽냥

연말 불우이웃 돕기? 뭐가 잘못됐어?


마스터

아니, 잘못된 거는 아니구 뜻밖의 일들이 자꾸 생겨서


몽냥

그럼? 좋은 쪽으로?


마스터

응, 좋은 쪽으로.


몽냥

잘됐네.


마스터

응. 이번 일을 계기로 깨달은 게 있어.


몽냥

뭔데?


마스터

착한 사람들은 많은데 그들이 착한 일을 하기가 힘든 세상이 되었다는 거지. 


몽냥

그럴 만도 하지, 티브이건 SNS건 우리가 쉽게 접하는 모든 것들이 나쁜 일투성이니까.


마스터

맞아, 바로 그거야. 항상 주눅이 들어 좋은 일을 할 기회가 없어진 거야.

예전에 ‘이경규가 간다’라는 예능 프로가 있었거든. 그때는 모든 국민이 착한 일을 하려고 안달복달했거든. 그때에도 여의도 사람들은 싸움질만 했는데 말이야. 지금은 그런 선한 영향력을 퍼뜨리는 사람들이 없어.


몽냥

그건 아닐 거야. 마스터 네가 너무 비뚤어져 있는 거 같아. 너희 인간들 세상, 아직 살만한 곳이야. 마음을 예쁘게 가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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