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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판도 Apr 21. 2024

식당의 탄생

31. 코로나 블루 - 엔데믹 시대를 맞이하며

  도서관에서 아침 책 읽기를 시작한 지 두 달이 지났어요. 마스터낙지에서 도서관까지는 도보로 10분이 채 걸리지 않고, 가는 길의 절반은 한강을 따라 걷는 둘레길이기에 아침 산책 코스로도 제격이랍니다. 오늘 아침에는 둘레길에서 마라톤 행사가 열렸네요. 달리는 사람들과 그들을 응원하며 생수 등을 나눠주는 사람들로 하늘은 흐리지만 주말 둘레길에 생기가 넘쳐납니다. 세상이 아름답습니다. 역시 인간이란 존재는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서로 어울릴 때 빛이 납니다.


  코로나 이야기는 오늘로 마칠까 합니다. 지난 기록과 기억을 끄집어내어 글을 이어가면서도 어느 때보다 마음이 답답하고 불편했습니다. 역시 글이란 건 밝고 활기차야 쓰는 이에게도 읽는 이에게도 기쁨을 준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습니다.






  코로나가 진작에 끝난 줄로만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나 봅니다.

며칠 전 '엔데믹 선언'으로 검색했더니 아래와 같은 기사가 나오네요. 드디어 다음 달, 2024년 5월 1일부로 코로나의 종식과 풍토병으로서의 위드 코로나 시대를 선언한 것입니다. 야호!


 "중국 우한시에서 정체불명 폐렴으로 보고된 이후 전 세계 700만 명, 우리나라 3만 5000여 명을 사망에 이르게 한 호흡기 감염병 코로나19가 4년 3개월 만에 마침표를 찍었다."


"2020년 1월 20일 한국에서 첫 확진자가 발생한 후 백신도, 치료제도, 지금까지 본 적도 없던 코로나19라는 바이러스와 벌여오던 사투를 약 4년 만에 끝내는 것이다."


"질병관리청은 19일 오전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회의를 열고 다음 달 1일부터 코로나19 위기단계를 '경계'에서 '관심'으로 낮추고, 방역조치에 대한 법적 의무를 모두 해제해 자율적 방역 실천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일상에서 코로나에 대한 두려움이 희미해진 것은 바로 1년 전, 2023년 초 무렵으로 기억합니다. 지난 2020년부터 2022년까지의 3년간은 코로나19 발병으로 인한 현실에 대한 공포와 절망 그리고 코로나 종식을 염원하는 미래에 대한 희망이 점철된 시간이었습니다.


  2021년 7월 말, 드디어 백신을 맞았습니다. 아침저녁으로 선선하지만 아직 낮에는 30도를 넘는 여름날의 끝자락에 방역수칙은 오락가락. 식당과 카페는 9시 영업 제한이 풀리고 걸리기를 반복.


 기억하시나요? 2021년 가을 문턱, 전염병이 절정으로 치닫던 그 시절에는 유난히도 비가 많이 내렸습니다.


  "가을장마란다. 오늘도 하루 종일 비가 온단다. 비가 오면 사람들이 밖으로 나오길 싫어한다. 귀찮아한다. 그래서 매출이 떨어진다. 코로나로 바닥을 치고 있는데 비가 온다. 방역수칙은 오락가락. 식당과 카페는 어제부터 2주간 9시 영업 제한이 걸렸다. 우리는 그나마 낫다. 술집과 고깃집처럼 밤늦게까지 장사를 하던 식당들은 정말 힘들다. 정부의 방역수칙. 지금이 최선일까? 코로나로, 무더위로, 퍼붓는 가을장마로 사람들이 사라졌다."


"8월의 마지막날, 일요일이다. 또 비가 온다. 가을장마가 이어지고 있다. 어제 토요일, 당연히 매출이 저조했다. 처음에는 오늘 왜 나왔을까? 왜 영업을 하고 있을까? 후회스럽고 한심스러운 마음이 컸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너무너무 간절해지기 시작했다. 손님이 오기를 간절히 바랐다. 이렇게는 집에 못 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기다리는 것밖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속수무책이었다."


"9월이 지나고 10월. 오늘도 비다. 자존감 수업이라는 책을 읽고 있다. 과거는 돌이킬 수 없다는 정신과 의사의 말에 할 말을 잃었다. 과거에 얽매이지 말라는 말인데 내가 바로 과거를 껴안고 사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또 비가 온다.

가을비가 운치 있게 내리지만,

오늘처럼 비가 내리는 날에는 손님이 없다.

오늘은 어떨까?

손님이 안 와 매상이 줄어드는 것은 걱정이지만

비가 오는 것은 좋다."


  "어제와 그제 이틀 동안 비가 내리면서 영업은 엉망이 되었다. 참 어렵다. 이 음식 장사란 것. 참 힘들다. 재미도 없다. 그 핑계로 술을 퍼마셨다."



  "제발 모두의 희망이 시작되는 11월이 되길.

  오늘부터 식당은 시간대의 구분 없이 최대 8인까지 손님을 받을 수 있다. 수도권의 영업시간은 여전히 오후 10시까지로 제한되지만 조금씩 코로나 상황 이전의 영업 환경으로 돌아가는 수순을 밟고 있다. 11월 들어서는 좀 더 자유로운 환경이 제공되고, 특별한 문제가 없을 경우 2022년부터는 마스크도 벗을 수 있지 않을까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잃었던 기대가 회복되고 희망을 되찾을 수 있다는 것은 참 고마운 일이다. 우리 세대들은 참혹한 전쟁이나 악랄한 일본 제국의 약탈 통치의 수난은 겪지 않았지만 누구도 예상 못한 형벌과도 같은 전염병의 공격으로 장기간 고통을 겪고 있다. 특히 이 전염병이 가혹한 것은 없는 자, 약한 자에게 더 공포스럽다는 것이다. 어쩌면 하늘은 대홍수와 같은 전염병의 발병으로 인간의 죄를 벌하고 그 끝없는 인간의 탐욕을 꾸짖으려 했는지도 모른다. 물론 죄를 지은 자가 벌을 받고 탐욕을 부린 자가 죗값을 치렀는지는 잘 모르지만.

아무튼 11월은 모든 고난을 이겨내고 맞이하는 희망의 달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넘어진 자 다시 일어나 씩씩하게 걷고, 아팠던 자 상처를 치유하고 건강하게 자신의 소임을 다하는 소망과 회생의 꽃이 피어나는 11월이 되길 두 손 모아 빈다."



  2022년에 들어서도 코로나의 기세는 수그러들지 않았습니다. 2023년 새해 첫날에도 2만여 명이 코로나에 확진되었으니까요. 그러나 세상은 조금씩 코로나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갑니다. 코로나로 중단됐던 제야의 종 타종 행사가 3년 만인 2023년 1월 1일, 서울 종로 보신각에서 열린 것입니다.


 마스터낙지 또한 서서히 옛 모습을 찾아갔습니다. 출입구에 비치했던 체온계를 치우고, 테이블 사이를 가로막았던 유리벽도 치웠습니다. 어느 날부터인가 식당을 찾는 손님들의 얼굴에서 마스크가 사라졌습니다.




  


  어제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불 밝힌 고깃집에 삼삼오오 둘러앉아 술을 마시는 사람들을 보았습니다. 자리에 함께 하지 않아도 기분이 좋았습니다. 이제 다시는 터무니없는 세상이 도래하지 않기를 간절히 빌어 봅니다. 이보다 좋을 수가 없네요. 철쭉 활짝 핀 참 좋은 시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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