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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판도 May 19. 2024

식당의 탄생

35. 선한 영향력에 관한 이야기 3

  이웃 돕기


  2020년 연말의 이웃 돕기 이야기를 좀 더 해볼게요. 코로나의 기세에 휘둘려 주변 한 번 제대로 돌아보지 못하고 1년을 보냈지요. 하지만 살기 힘들수록 역설적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일은 없을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작은 일이라도 말이지요. 일단 시작하면 어떻게든 나아갈 수 있을 것 같았고요. 마스터낙지를 시작하면서 조금씩 자라난 그 마음은 식당 일이 힘든 만큼, 코로나로 지쳐 가는 만큼 더욱더 간절해졌답니다.


  직장 생활을 할 때만 해도 남을 돕는다는 건 의무 아니면 형식이었던 것 같습니다. 연례행사처럼 구세군 냄비를 찾았고 사내 모금 행사에 작은 정성을 보탰을 뿐입니다. 그러나 식당의 사장이 되고 나서는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아무리 작은 가게라도 한 식당의 사장인 이상, 주도적으로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처음에는 초능력자와 상의하여 연말 매출의 일정액을 이웃 돕기 성금으로 기부하려 하였어요. 그러다 생각을 넓혀 가게에 오시는 고객들도 함께 참여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모두의 정성을 모아 성금을 낼 수 있었습니다.


  식당을 시작한 후 기쁘고 행복한 일 중의 하나, 부부의 마음을 모아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것이지요. 그것은 이웃 돕기 성금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에요. 제가 만든 음식을 이웃을 위해 나눌 수도 있었습니다. 마음과 몸을 조금 더 움직이면 주어진 처지에서도 할 수 있는 일들이 제법 많았습니다.






  당신이 행복해지면 저도 행복합니다


  처음에는 선한 영향력이라는 말, 생각조차 못했습니다. 그저 좋은 일을 해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한  일일 뿐. 그러던 어느 날 고객이 툭 던진 한 마디, "바로 이게 선한 영향력이네요". 그제야 알았습니다.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면 자신부터 행복한 것을. 남을 위해서 한 행동이 스스로를 위한 일이 된다는 것을. 남을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한 일로 결국은 나 자신이 행복해진다는 것을.


  어느 날 저녁, 영업을 끝내고 습관처럼 모금함을 열었습니다. 와우, 거금 5천 원짜리 지폐 한 장! 부랴부랴 cctv를 확인하니 저녁 마감이 임박한 시간에 혼자 식사를 마치고 나간 젊은 손님이었습니다. 선행의 주인공을 확인하면서 괜히 울컥해지는 내 마음. 저 청년은 얼마나 행복할까. 나도 이렇게 기쁘고 행복한데…


  또 이런 일이 있었어요

저희 내외가 아들처럼 예뻐하는 알바생이 자신이 일하며 받은 두 번의 팁을 바로바로 성금함에 미련 없이 넣었고(성금함은 식당 바깥에 있어 누가 성금을 했는지 cctv를 보지 않으면 알 수가 없어요^^), 어느 고객의 가족은 미리 성금 카드를 준비하여 넣어 주시기까지.

  이런 일까지는 예상 못하고 단 한 분이라도 동참하여 주시면 그것으로 만족한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감동의 나날이었어요.







 부자가 되고 싶다는 바람.



'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어라'


앙드레 코스톨로니가 쓴 책을 읽었습니다.

그가 책의 막바지에 이르러 이런 말을 하더군요.


"어느 레스토랑에 가든 나는 웨이터가 추천하는 메뉴를 주문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런 메뉴는 대개 그 레스토랑에서 빨리 팔아버리려는 것이기 때문이다."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소위 '주식과 투자의 대가'라는 사람의 요식업을 바라보는 시선이 너무나 편협한 것에 놀랐고, 그렇게 한쪽으로 치우친 인식을 투자서에 버젓이 올려놓는 그의 왜곡된 정신세계에 다시 한번 놀랐습니다.

  이런 사람은 제발 제 가게에 오지 않기를 기도합니다.


  단언컨대,

식당 사장님들은 가장 맛있는 음식을 손님에게 추천합니다.

언제나 자신이 만든 음식을 자랑하는 마음으로 손님을 맞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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