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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판도 Jul 07. 2024

식당의 탄생

42. 냥의 배신

  고양이 좋아하시나요?

오늘은 잠시 쉬어가며 녀석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식당의 탄생이라는 판을 벌여 놓고 뜬금없이 웬 고양이냐구요?

웬 고양이가 아닙니다.

식당 주인 농락하는 똥냥입니다.

고양이 탈을 쓴 무시무시한 악당임에 틀림없습니다.

저를 가지고 놀며 식당 영업을 방해하는 배은망덕 빌런 냥입니다.

오늘 녀석의 행태를 낱낱이 고발하겠습니다.






  저는 고양이를 좋아합니다.

그렇다고 한집살이를 하지는 않으니 집사는 아닙니다.

처음부터 좋아했던 것도 아닙니다. 아마도 질풍노도의 꼰대기에 접어들어 인간들이 저를 피해 슬슬 도망치기 시작하면서부터 인간의 대체제가 필요했던 듯싶습니다.


 아무튼,

카카오의 대문 사진으로도 냥의 사진을 자주 올릴 만큼 착한 고양이를 좋아했습니다. 거리에서, 산과 들에서 마주치는 녀석의 사진을 찍었고, 급기야 그림 실력이 젬병임에도 냥의 그림을 그리고 또 그렸습니다.

제가 그린 멍냥



숲속냥

  

  사실 마스터낙지를 시작하며 개냥이를 식당 안팎에서 키우고 싶었지만 그분의 허락을 득하지 못했고, 쓸쓸히 집사 생활을 포기하고 지내던 어느 날, 식당 창가에 콧수염을 한 녀석이 어슬렁거리는 모습을 목격했습니다. 그렇게 녀석과 저와의 악연은 시작된 겁니다.






  처음에만 해도 녀석이 가게를 지키는 수호천사까지는 못 되더라도 마스코트는 되어 줄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개뿔! 마스코트는커녕 배신이나 때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그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재빨리 말씀드리겠습니다.


  녀석의 환심을 사기 위해 음식 조공을 계속하던 어느 날 아침, 씩씩하게 가게 입구 골목에 들어서던 저는 갑자기 화단에서 튀어나온 콧수염 때문에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물론 녀석도 엄청 놀란 눈치였지요. 놀라기는 했지만 반가운 마음에 달아나는 녀석을 불렀지만 녀석은 저를 흘낏 돌아보고는 냅다 도망을 치는 거였지요.


  그런데, 이런 변이 있나! 

녀석이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아십니까? 고양이의 보은은 개뿔!

녀석은 화단 위에 어마무시한 변을 남기고 유유히 사라졌던 것입니다. 그 후 나쁜 일은 매일 아침 반복되었고 무방비 상태로 그 뒤처리를 코를 막고 감당해야 했던 저는 무언가 확실한 대책이 필요했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가게의 위생상 콧수염의 행태는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것이었기 때문이죠. 혹시라도 제가 모르는 사이에 녀석이 화단을 화장실로 사용한다면 가게를 찾는 손님들이 패닉에 빠질 것이 두렵기만 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놈의 짓거리는 끝이 아니었습니다. 머리를 써서 화단 위에 고양이 퇴치제로 목초액을 뿌려 놓고 쾌재를 부른 것도 잠시뿐, 그 이튿날 아침 출근을 하려고 가게 입구에 들어선 저는 기겁을 하고 말았습니다.

이런 젠장!

콧수염은 목초액이 뿌려진 화단 위 화장실을 과감히 패스하고 가게로 들어가는 입구 길바닥 매트 한가운데에 용서할 수 없는 더러운 죄악을 싸질러 놓았던 것입니다.

정말 녀석은 보통 냥이가 아니었습니다. 인공지능 GPU를 장착하여 인간보다 지능이 월등하게 높은 AI냥이었던 것입니다.


왼쪽이 화단이고 바닥에 바로 녹색 매트


  매일 아침 저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들냥이가 퍼부어 놓은 똥을 치워야 하는 제 모습을 상상하며 차오르는 모멸감에 치를 떨 뿐입니다. ㅠㅠ 


  그런데 말입니다~

저야 그저 하찮은 똥집사이지만,

빌런 콧수염을 제대로 챙기는 밥집사가 분명히 따로 있는 게 틀림없습니다.

어쩜 냥이 똥이 그리 어마어마한지...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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