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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판도 Nov 03. 2024

식당의 탄생

56. 딜레마 둘, 더하기와 빼기

           



행복한 사람은 단순하게 삽니다.

작고 단순한 삶에 진심입니다.

 하나를 비우니 모든 게 달라졌다.




  위 세 문장의 공통점을 아시겠나요?

네, 맞아요. 더하기보다는 덜어 냄으로 행복한 삶을 찾아가는, '미니멀 라이프'를 예찬하는 책들의 제목이랍니다.


  삶이 구질구질하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마음을 달래려 자리에 앉아 차라도 마실 참이면 눈에 들어오는 너저분한 물건들. 집이건 가게이건 욕심을 주체하지 못해 손에 넣은 물건들이 쓸모도 없이 곳곳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순간 눈이 멀어, 가지면 행복하겠거니 하는 마음에 품 안에 넣었지만 얼마 못 가 눈에 거슬리기만 합니다. 감추었던 내 욕망의 분신들임을 깨달았기에 볼수록 민망하기만 합니다. 미운 욕심 덩어리지만 버리지도 못합니다. 갈수록 정신만 산란해집니다. 더욱 나쁜 것은 그럼에도 또 무언가를 또 사서 들여놓는다는 것입니다. 악순환입니다.


  행복해지고 싶어 더하였지만, 정작 행복은 덜어 내는 것에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합니다.

그것이 인간이고 인생일까요?






  마케터 강민호는 그의 저서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에서 경영에서의 의사 결정의 본질은 무언가를 포기하고 빼는 것이라고 말하였습니다.


  백종원은 골목식당의 사장님들께 한사코 메뉴를 줄이라고 조언합니다.


  굳이 이분들의 말을 빌리지 않아도 식당 일이라는 게(다른 크고 작은 일들도 마찬가지이겠지만) 더하는 것보다 빼는 것이 중요한 것임을 절실하게 느낍니다.


  음식은 재료를 줄이고 조리법을 단순화시켜서 효율을 높여야 합니다. 같은 맛을 유지하면서도 시간과 금전적인 비용을 줄이자는 것입니다.


  관리도 마찬가지입니다. 불필요한 부분은 없애고 줄여야 합니다. 줄이고 버리고 선택하고 집중해야 합니다.


  생각해 보니 모든 것이 욕심에서 비롯됩니다. 심플한 것을 좋아한다고 하면서도 좁은 가게 안을 둘러보면 불필요한 물건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메뉴도 개업 이후에 자꾸만 늘어 팔리지도 않는 메뉴들이 태연하고 당당하게 손님이 불러 주기만을 기다리고 있기도 했습니다.


  장사이건 자기 관리이건 더하는 것은 쉽지만 빼는 것은 어렵습니다. 처음부터 절제하여 더하지 않았으면 어렵게 빼는 일도 없을 텐데 항상 욕심과 후회라는 어리석은 패턴을 반복합니다.


  식당의 일이라는 것이 무언가 부족하여 장사가 잘 안 되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이 도처에 넘쳐흐르기에 관리를 못하고 있는 것임을 깨닫습니다.


  마음이 가난하기에 욕심을 멈추지 못하고 더하려고만 안달이 나있는 것입니다.


  배달 서비스도 그렇습니다. 내 가게의 가치를 높이고 올바른 경영을 위해서는 배달 서비스를 버리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면서도 오랫동안 붙잡고 있었습니다. 버리고 나니 이렇게 마음이 편한 데 말입니다. 더하기와 빼기, 딜레마가 맞습니다.






  예전에 법정 스님의 '무소유'를 읽었습니다.

스님도 처음부터 갖지 않은 자는 아니었습니다.

저것을 가지면 좋겠다는 마음에 곁에 두었다가 그것이 욕심이라는 것을 깨닫고, 욕심이 자신을 해친다는 것을 깨닫고, 비로소 무소유의 경지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무소유 그거 저처럼 하찮은 인간에게는 참 어렵습니다.

나이를 먹고 철이 들어도 소유를 멀리하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부끄럽지만 노욕은 젊은 시절의 그것을 거뜬히 넘어섭니다.


  가끔은 자연인의 삶을 동경하지만 그들이 등장하는 티브이 프로그램을 보면 안타까운 것이 하나 있습니다. 무언가를 벗어나 자연의 품에 안긴 그들이지만 그들 주변에 너저분하게 놓여 있는 잡동사니들을 보면 과연 그들의 삶이 자연인의 삶이 맞을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것입니다. 싸구려 물건들을 곁에 잔뜩 쌓아두고 산속에 사는 것만으로 '자연인'의 삶이 살아지는 것은 아닐 거라는 생각에 속이 상하고 안타까운 것입니다.

  역시 더하는 것보다는 빼는 것이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준다는 역설을 깨닫습니다. 살도 빼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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