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례강변길(하남위례길 2코스)은 검단산에서 발원한 산곡천이 한강과 만나는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하여 하남 스타필드, 미사경정공원을 지나 미사강변대로에 이르는 길이 7.8km의 아름다운 둘레길. 하남으로 삶의 터전을 옮긴 후, 자연과 문명을 넘나드는 호사를 누린다.
요즘, 눈을 뜨면 천지가 온통 가을 가을.
하루하루가 다르게 현란한 빛깔로 가을이 물들어간다. 사는 곳이 주는 축복이다. 이전에도 물론 아차산을 가까이 두고 살았지만, 검단산은 차원이 다르다. 높이가 우선 두 배에 이르고 산도 깊다. 좌로는 한강에 가로막혀 형세가 끊겼지만 우로는 산세가 계속 이어진다. 다만 부실한 체력으로 아직 오르지 못했을 뿐, 언제쯤 녀석의 속살 깊이 발을 들여놓을까 계속 째려보고 있는 중이다.
대신 검단산 아래 둘레길을 걸었다.
집을 나서면 바로 산곡천. 어제 토요일, 여자의 생일을 맞아 저녁 영업을 멈추고 아이들과 식사를 하기로 하였고, 그전에 둘이서 약속 장소인 스타필드 주변의 둘레길을 산책하기로 하였던 것이다.
하남검단산역 3번 출구로 나와 계속 앞을 향해 걸으면 검단산 입구가 나오고 못 미쳐 산곡천 둘레길로 빠지는 샛길이 나온다.
산곡천이다. 왼쪽으로 10분을 걸으면 바로 한강. 멀리 한강 너머 예봉산이 보인다.
산곡천을 오른쪽에 두고 왼쪽으로 걸으면 곧 한강과 만난다(아쉽게도 사진이 없다).
한강에 닿아 좌로 발길을 돌리면 위례강변길, 오른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팔당댐에 이르는 위례사랑길이 펼쳐진다. 이번에는 가볍게 주변 경치를 즐기며 산책을 하다 아이들과의 약속 장소인 스타필드로 갈 것이다. 자연과 문명이 혼재하는 가을 산책이다.
위례강변길에 들어서면 오른쪽으로 철새도래지와 잉어산란장이 있는 한강, 왼쪽으로는 갈대숲이다.
은빛으로 하늘거리는 갈대숲. 아쉽지만 카메라의 눈은 인간의 눈을 넘어서지 못한다.
은빛 갈대숲에 취해 한동안 앞으로 나아가질 못했다. 사진 찍기 바빴다.
곧 왼쪽 저 멀리 스타필드. 반갑다. 저질 체력 탓에 다리는 이미 아프기 시작했고, 어차피 약속 장소가 스타필드이기에 멀리 가지 못한다. 다행이다. 산책을 시작하자마자 끝인가? 그건 아니지.
가던 길 돌아서서 찍은 풍경, 멋지다
조금 걸으니 나타난,
와우! 멋진 메타세쿼이아숲.
이런 보석 같은 숲이 숨어 있을 줄이야. 위례사랑길, 초입부터 장관이다. 게다가 오른쪽으로는 커다란 연못까지! 그런데 안타깝게도 다리가 너무 아프다.
결국 멀리 가지 못하고 찾은 스타필드 바로 옆의 유니온 타워. 105미터 높이의 4층 전망대에서 사방의 풍경을 조망할 수 있다.
유니온타워 4층 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경. 왼쪽이 한강, 오른쪽에 스타필드
전망대 밑 3층에는 무인카페가 있어 휴식을 취하며 책도 볼 수 있고 커피를 마시며 사방의 경치를 즐길 수 있다. 마침 석양 무렵이어서 우리는 핫초코를 마시며 일몰을 감상했다.
3층 무인카페에서 일몰의 순간을 동영상으로 촬영 중인 여자
역시 건강이 최고다.
한 방에 훅 간다는 말처럼 요즘 들어 급격히 노화가 찾아온 느낌.
남은 인생 후반기를 즐기려면 다리 힘부터 길러야 한다. 금전적 자유도 시간적 자유도 좋지만 역시 신체적 자유를 넘을 순 없다. 건강해야 다른 자유도 찾을 수 있는 거다.
다음에는 천천히 위례강변길과 위례사랑길을 걸을 것이다. 물론 검단산도 여자와 함께 오를 것이다. 눈 쌓인 길도 좋고 벚꽃 만발한 길도 좋다. 빗속을 둘이서도 좋다. 어디든 다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