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 평화는 잠시, 얼굴은 돌아온다.
2부 1장
< 아무 일도 없었던 시간 >
그녀와 다른 기관으로 갈라진 뒤,
나는 비로소 숨을 쉬었다.
아이의 등원 길이 단순해졌고,
약속은 느슨해졌고,
말은 필요한 만큼만 오갔다.
새로 만난 엄마들은 조심스러웠다.
서로의 선을 넘지 않으려 애썼고,
불편한 말은 삼켰고,
아이들 이야기는 아이들 이야기로만 남겼다.
단체 대화방도 있었다.
하지만 그 방은 조용했다.
필요한 정보만 오갔고,
누군가의 하루를 과하게 점유하지 않았다.
나는 그 평화를
당연한 것으로 착각했다.
사람이 빠진 자리에 생긴 질서를
원래부터 그랬던 것처럼 받아들였다.
그래서 몰랐다.
그 평화가
특정한 얼굴의 부재 위에 세워져 있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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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2장
< 다시 만들어진 방 >
초등 입학은 많은 것을 바꿨다.
아이들보다 먼저,
엄마들의 동선이 다시 겹쳤다.
그녀는
아무 설명도 없이
다시 나타났다.
새로 만들어진 단체 대화방에
그녀의 이름이 있었다.
입장 인사도,
어색한 여지도 없었다.
마치
한 번도 떠난 적 없다는 얼굴로.
그녀는 더 활발해졌다.
“저요!”
“같이 가요!”
그 말들에는
과거의 공백이 없었다.
나는 그 얼굴을 보며
한 가지를 깨달았다.
그녀에게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는 것.
사건은 남아 있어도
기억은 선택적으로 지워진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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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3장
< 차는 움직이고, 경계는 무너진다 >
그녀는 여전히 운전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동에는 늘 함께했다.
누군가의 차에,
아무렇지도 않게 올라탔다.
주 3회 수영,
주 2회 인라인,
가끔 있는 체험학습까지.
신청은 가장 먼저,
이동은 늘 누군가의 몫이었다.
차를 태워주는 사람들은
처음엔 불편해하지 않았다.
도와주는 게 나쁜 일은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반복되었다.
일회성이 아니었고,
항상 당연했다.
어느 순간부터
차가 있는 엄마들은
약속 전에 서로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누가 태울 것인지,
어떻게 거절할 것인지.
그녀는 그 미묘한 공기를
읽지 못했다.
아니,
읽지 않기로 한 얼굴이었다.
그러면서도
육아에 대해서는
의견이 많았다.
조언의 형태였지만,
대부분은 평가였다.
가장 연장자이고
가장 선한 언니에게
그녀는 가장 편하게 대했다.
“언니, 이거 치워요.”
“언니가 줄 서요.”
그 말들은
농담도, 부탁도 아닌
명령에 가까웠다.
그 언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움직였다.
그 장면을
나는 나중에야 들었다.
그녀는
사람마다 다른 얼굴을 쓰고 있었다.
그리고 그 얼굴들은
서로에게 공유되지 않았다.
아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