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후반부 : 아무 일도 없었던 얼굴
2부 4장
< 머리에 남은 일 >
그날은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아이들은 등교했고 , 어른들은 각자의 자리를 지켰다.
점심즈음 되었을 때
단톡에 올라온 사진 한 장 ,
아이 한 명의 머리가 찢어지는 사고를 당했다고 했다.
어느 병원으로 가야 할지 당황하는 엄마에게
모두는 머리를 맞대고
걱정이 섞인 빠른 상의를 나눴고 ,
그 여자도 꽤나 걱정되는 듯 글을 남기기도 했다.
머리를 다친 사유는 학교에서 놀다가
아이 혼자 그랬다고 들었다고 했다.
결국 병원에 간 아이는 머리에 스테이플러를 박았다는 말이 아주 담담하게 전달되었다.
처음엔 실감이 나지 않았다.
아이들은 다치기도 하고,
사고는 늘 갑작스럽게 일어나니까.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었다.
치료를 마치고 귀가한 아이 엄마에게
단톡 말고는 평소 개인적인 연락을 하지 않았던 그녀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아이 괜찮냐고 걱정돼서 전화했다는...
그저 단톡에 여느 엄마들보다 더 걱정을 해줬다는 것에
전화해 줘서 고맙다는 말을 남기고 전화는
종료되었다.
다친 아이의 엄마는
여전히 그날 일을 정확히 알지 못했다.
자기 아이가 누구와 어떤 상황에서 다쳤는지..
그런데 , 나중에야 다른 엄마를 통해 전해 들었다.
그 순간을 목격한 한 아이가 있었고 ,
‘끔찍한 걸 보았다’고 표현했다던 그 아이를 통해
머리가 다쳤던 그 순간에
그녀의 아이가 함께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결국, 그녀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자신의 아이가 그 일과 깊게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말이다.
미주알고주알 고자질 하 듯
자기 일을 엄마에게 보고 하는 그녀의 아이 성향으로 미루어 보아
그날 걱정해 주는 통화를 했던 순간에도
분명 알고 있었으면서..
그 사실에 대해 끝내 함구했고 ,
그 전화의 용건은 사실
아이 엄마가 사건의 그 전말을 알게 됐는지 ,
여전히 모르는지를
그저 확인하려는 용건에 불과했던 전화란 사실을 깨달았다.
그런 줄도 모르고
걱정해 줘서 고맙다고 진심의 말을 해버린 아이 엄마의 심정을 나로서는 감히 표현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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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5장
< 뒤늦은 몰아붙임 >
그 엄마는 결국 물었다.
조심스럽게, 그러나 분명하게.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왜 알면서 말하지 않았는지.
그녀는 당황한 얼굴을 했다.
말이 빨라졌고,
문장이 길어졌다.
“그게, 나는 분명 말했어 “
” 통화녹음이 어디 있더라? “
”내가 일상배상책임보험까지 알아봤었다고!!! “
“아이들끼리 놀다 보면 그럴 수도 있잖아요.”
변명은 이어졌지만
책임은 없었다.
가장 이상했던 건
그녀의 기준이었다.
질병의 진원지를 색출하던 사람이
유치원에서 자기와 트러블이 있던 아이 일로 온갖 민원과
자기 아이를 위한 전담교사까지 배치하고야 만
그녀가!!
남의 아이 머리가 찢어진 일에는
‘대수롭지 않음’을 선택했다는 것.
그 모순 앞에서
아무도 말을 잇지 못했다.
그날 이후
단체 대화방은 조용해졌다.
누군가가 말을 꺼내면
다른 누군가는 대답하지 않았다.
약속은 흐지부지되었고,
모임은 사라졌다.
그 조용함 속에서
사람들은 이미 결정을 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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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6장
< 저요! >
며칠 뒤,
누군가 조심스럽게 글을 올렸다.
“ 우리 1박 2일 다 같이 놀러 갈래요?.”
잠시 침묵이 흐른 뒤
그녀가 답했다.
“저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나는 확신했다.
그녀에게 중요한 건
사건의 진실도,
상처의 깊이도 아니었다.
자신이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는 확인.
밀려나지 않았다는 증거.
그녀는 쭈그러들지 않았다.
고개를 숙이지도 않았다.
두문불출하지도 않았다.
대신,
더 밝게 웃었다.
그 웃음은
사과의 반대편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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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7장
< 선택된 거리 >
사람들은 싸우지 않았다.
억지로 몰아내지도 않았다.
그저
연락을 줄였고,
차를 태우지 않았고,
개별 약속을 만들지 않았다.
관계는
소리 없이 끝을 향해 가고 있었다.
그녀는
그 변화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아니,
알아차려도 인정하지 않았다.
대신
다른 누군가 곁으로 이동했다.
다음 차,
다음 방,
다음 관계로.
그렇게
항상 중심에 있는 얼굴로.
그날 이후
단체 대화방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여전히 그 방에 남아 있는
단 하나의 얼굴이
모든 것을 설명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