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뒤에도 남는 빛의 온도
해는 졌다.
하지만 어둠은 서둘러 오지 않았다.
빛이 완전히 사라지기 전,
하늘은 잠시 붉고, 노랗고, 다시 푸르게 변했다.
그 짧은 순간이 좋았다.
하루의 끝과 밤의 시작이 맞닿는 자리.
아무 말 없이, 그러나 모든 게 들리는 시간.
나는 그 빛을 오래 바라본다.
누군가의 웃음이 떠오르고,
이루지 못한 말이 마음속에서 다시 피어난다.
‘잔조(殘照)’는 그렇게 남는다.
끝난 뒤에도, 마음 한편에 스며 있는 온기처럼.
잊힌 줄 알았던 것들이
빛의 조각이 되어 다시 나를 비춘다.
오늘도 하루가 진다.
그리고 나는 그 빛의 여운으로,
내일을 준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