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가에 앉아
식탁 위를 천천히 걷는 햇살을 본다
따뜻함은
빛보다 느리게 오는 거라
식어가는 빛으로
온기의 모양을 빚는다
유리컵 안의 물의 형태가 되었다가
컵 위를 부유하는 증기처럼 사라졌다가
그 온기로 빚어낸
마음속에도
바람에도
잊혀진 이름에도
체온으로 남는 걸 잊고 살아온 날들
왜 사라지는 것들이
더 오래 마음을 데우는 걸까
식탁 끝자락에 걸린 햇살이
하루를 다 건넌 시간
온기를 오래 담을
마음의 형태를 빚는다
짧아진 텔로미어의 브런치스토리입니다. 삶을 진료하고 마음을 치유하고픈 가정의학과 의사입니다. 해금과 피아노를 배우며 가슴속의 말들을 '시'라는 그릇에 담으며 하루를 건너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