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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 지성의 껍질 아래에서

MBA가 가르쳐주지 못한 것, 인간이라는 변수

by Altonian Camino

MBA 여정을 함께한 서른 명의 사람들.
각자의 자리에서 리더였고,
토론에선 누구보다 논리적이었다.
서로의 말에 귀 기울이고,
의견이 다르더라도 매너로 조율했다.


그 시절 단톡방은 활발했다.
수업 일정, 팀 과제, 해외 파견 소식,
그리고 새벽까지 이어진 인생 이야기까지.
그 방은 하나의 작은 공동체였고,
지성과 열정, 그리고 동료애로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졸업 이후, 단톡방은 점점 조용해졌다.
하루에도 수십 개씩 오르던 메시지는
이제 ‘읽음 27’만 남은 알림으로 바뀌었다.


누군가는 회사를 옮겼고,
누군가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각자의 삶이 다시 자신을 중심으로 돌아가며,
그 방의 온도는 조금씩 식어갔다.


그리고 어쩌면, 그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삶은 늘 각자의 자리로 흩어지고,
지성은 현실 앞에서 다른 방향을 택하니까.


그러나 그 침묵의 틈새엔
말로 표현되지 않은 감정이 쌓여가고 있었다.
작은 오해, 미묘한 자존심,
그리고 ‘관계는 변하지 않는다’는 믿음의 균열.


“수업 중엔 몰랐다.
진짜 인간학은, 졸업 후 단톡방에서 시작된다는 걸.”

그 방은 여전히 존재한다.
하지만 이제는 아무도 먼저 말을 걸지 않는다.
모두가 서로를 관찰하며,
‘읽음’으로만 대화하고 있었다.


지성의 껍질 아래,
인간의 본성이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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