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재이 Nov 25. 2024

자명하게 내가 알아볼 사람

나의 이상형 리스트 업을 본 그녀들의 반응


언젠가 친한 언니들로부터 만나고 싶은 이상형에 대해 구체적으로 기록을 해보라는 조언을 들었다.

핸드폰도 나의 말을 듣고 있는 걸까, 유튜브 알고리즘도 내게 이상형에 대해 적어봐라는 영상으로 이끌었다.

아빠랑 떠난 나트랑 여행의 이틀째 밤엔 유독 잠이 오지 않았다. 잠이 안 올 땐 글을 쓰면 좋으니깐 하고선

갑작스레 이상형 리스트 업을 썼다.

자명하게 내게 다가올 사람이란 제목으로 달고 쭉쭉 30개를 써내려나갔다.

비장한 제목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실은 자명하게 내가 알아볼 사람이다.

이상형 리스트 업을 써보라는 그녀들의 조언은 아마, 네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어떤 사람과 잘 맞는지 확인해 보고 인지하고 있어라는 뜻이 아니었을까. 이렇게 글로 써보면 그런 사람이 내 주변에 나타났을 때 내가 알아볼 수 있으니까. 스스로 그렇게 해석하고선 글을 썼다. 살짝 부끄럽기도 하니 블로그에다 서로이웃 보기로만 설정을 해뒀다.



쓰고 나서 한 달쯤 지났을까. 커피 챗을 통해 만난 나의 영혼의 친구인 한 살 많은 언니는

"재이님 남자친구 있어요?"

"아니요. 없어요.  아, 저 이번에 만나고 싶은 이상형에 대해 구체적으로 써봤는데요."

"오, 한 번 말해봐요. 주변에 그런 사람 있으면 내가 소개해 줄게요."

"서른 개나 되는데요? 일단 한 번 말해볼까요?"

쭉 - 듣더니 그녀는 다 만족하려면 사람이 많은 서울에 가야 하지 않을까요, 하지만 말하고 있는 사람이 결국 비슷한 결의 사람 같다며 한 개를 세세하게 나눠서 그렇게 몇 개의 덩어리로 묶을 수 있을 거라고 얘기했다.

'너무 많은가? 친한 언니는 100개 가량 썼다고 했는데...'

실은 해당 글의 말미엔 이렇게 적혀 있다. 여기서 내가 만나고 싶은 사람은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의 유형이기도 하다. 나도 매일 이런 사람이 되기 위해 읽고 말하고 인지하며 살아가야지라고.



3일 전 두 명의 언니들을 만났다.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독서모임이 일찍 끝나서 시간이 남았다. 가장 맏언니가 요즘 부쩍 예뻐졌기에 연애를 하나 싶었는데 역시나 소개팅을 통해 남자친구가 생기셨다. 어떤 사람을 만나고 싶고 만나야 할지 서로 이야기를 나누다 이번에도 이상형 리스트 업에 대해 말했다. 그럼 서로 한 번 얘기를 해보자며 내가 첫 스타트를 끊었다.

A 언니는 재이님 이런 사람은 누구나 좋아할 거라고 했고, 맏언니인 B 언니는 개수는 많은데 실은 다 맞는 말만 해서 할 말이 없다고 했다. 그리고 30번째로 적힌 몸의 온기가 따뜻한 사람

(프로 수족냉방러인 나는 혈액순환이 잘 안되어서 손발이 항상 시리다. 개선하기 위해 요가를 꾸준히 하고 있지만, 원체 몸의 온도가 찬 편이라 상대는 몸의 온기가 따뜻했으면 하는 마음에 썼던 항목이었다.)에서 언니들이 해준 말.

"몸의 온기 따뜻한 사람 이건 빼요 재이님, 옷 껴입으면 되잖아요 ㅋㅋㅋㅋ."

여기서 가장 중요한 3가지만 꼽아보자던 A 언니, 그녀는 나를 햇수로 2년간 알고 지냈고 다수의 독서모임을 함께한 사람이기에 나라는 사람에 대해 제법 알고 있노라 생각했다. 언니에게 물어봤다.

"A 님이 보았을 때 저에게는 어떤 3가지가 가장 중시 될 것 같나요?"

"다정하고 섬세한 사람, 낭만을 즐길 줄 아는 사람, 말투가 부드러운 사람 이 3가지요.

여기 외형적인 것들 적혀있지만요. 아마 재이님은 이 세 가지만 갖추고 있으면 외형이 거기 충족되지 못해도 좋아하고 잘 맞을거라 생각해요."



그리곤 드디어 어제 내게 이상형에 대해 글로 써보라고 적극 권장해 주었던 애정하는 그녀를 만났다.

"C 님 저 얼마 전에 드디어 이상형 리스트를 글로 썼는데요. 30가지나 돼요.

주변 다른 언니들에게 말했더니 다들 많다고 줄이라고 하던 거 있죠."

언니는 100개가량도 썼다며 전혀 많은 항목이 아니라고 했다. 그러고선 본인의 100개 이상형 리스트 업을 들은 친구가 했던 말을 전해줬다.

"이 많은 항목들 중 100프로 맞는 사람도 잘 없겠지만 웬만한 사람은 그중에 몇 개는 있겠다고."

언니는 역시 인생 선배답게 [내면, 외면, 환경] 3가지의 카테고리로 묶으면 더 잘 보일 거라고 했다.

그러고선 나의 이상형 리스트 업의 사람을 한 줄 평한다면 성숙한 INFP 남자라고. 여기서 포인트는 성숙한!

이 말을 해준 언니뿐만 아니라 나의 가까운 이들 중에 가장 많은 유형이 INFP 이다.

더구나 C언니는 자신의 이상형 목록에 가까운 사람을 만나 현재 예쁜 연애를 하고 있기에 나는 그녀의 말에 힘을 더 얹어보고 싶었다.



이상형을 MBTI로 정형화 시키겠다는 게 이 글을 요지가 아니라,

결국 스스로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야 나와 잘 맞는 사람이 어떤 결의 사람인지 생각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말에는 힘이 있다는 걸 안다. 그래서 부정적인 생각이 깃든 말들을 자주 뱉는 사람 보다 긍정적인 말을 하는 사람들이 더 행복하게 살아간다고 생각한다. 그러기에 나는 오늘도 나의 이상형에 대해 한 번 더 읽고 말로 뱉어보겠다.

자명하게 내게 다가올 사람, 자명하게 내가 알아볼 사람! 저도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한 준비를 열심히 하고 있을게요!

매거진의 이전글 허들이 낮고도 높은 사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