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떠난 서울 독립서점 투어기 (2)

해방촌의 노을 '스토리지북앤필름'

by 김재이

해방촌으로 향했다.

우리나라 독립서점 제1세대 격이라 말할 수 있는 이곳을 가기 위해 버스를 탔다.

마을버스를 타고서는 굽이굽이 해방촌의 여느 곳에 내려 지도를 펼쳐서는 책방에 도착했다.

이미 너무 유명한 곳이어서 안 가면 마치 안 될 것만 같은 곳이라서 선택한 이유도 있었다.

외관에서부터 벌써 멋스러움이 넘쳐났던 이곳의 입구엔

"인증을 위한 사진보다 마음에 남는 책을 만나시길 바랍니다."라는 문장이 쓰여 있었다.

아주 작은 공간임에도 역시 명성에는 이유가 있는 것인지, 방문했던 모든 책방 중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오는 곳이었다. 꽤 오랜 시간 이 공간을 머물며 느꼈던 점은 책방이란 공간을 향유하러 오는 이들의 연령층이 20대 여성들이라는 점. 대부분 여대생들처럼 보였고, 잠깐 구경만 하고 가는 이들이 많아 책방 내 공기의 흐름이 높은 편이었고 걔중에 한 권씩 책을 구매하는 이들이 있었다.

공간을 이루는 것들은 독립출판물과 영화 관련된 창작물들이었다. 작은 포켓 책부터 영화 관련 잡지 등 다양한 크기와 컨셉을 지닌 독립출판물들이 눈에 띄는 곳이었다. 아기자기한 멋이 돋보이는 곳이랄까나.

나는 올해 요가에 빠져있기에 요가 자세를 알려주는 책 한 권과 마치 나의 에피소드를 타인이 쓴 게 아닐까 할 정도로 나의 경험과 굉장히 흡사한 일을 겪은 작가님이 쓴 에세이 한 권, 이렇게 총 2권을 구매했다.


이번에도 책을 사며 책방지기와 대화의 품을 팔고 싶었던 나였지만, 실은 입장과 동시에 이곳은 그런 대화를 할 수 없는 곳이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이곳의 대표님은 따로 있고 아르바이트생들이 책방을 대부분 지키고 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고. 뿐만 아니라 계산을 하는 이의 눈도 마주칠 수 없는 작은 커튼 뒤에 숨어 있는 공간에 앉아 계셨다. 사람마다 추구하는 가치관이 다르지 않나.

적어도 나는 대형서점이 빈번한 요즘 사회에서 사람들이 굳이 독립서점을 찾는 이유는 그 공간 자체를 향유하는 걸 넘어 책방을 운영하는 책방지기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고 어떤 생각을 지닌 이가 이곳을 만들고 이끌어가는지를 궁금해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래서인지 이곳은 공간은 정말 매력적이었지만, 책방지기라는 또 하나의 살아있는 컨텐츠의 매력은 느낄 수 없어 많은 아쉬움이 남는 곳이었다.

인기가 너무 많으니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는 걸 앎에도 불구하고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다소 아쉬운 마음을 지닌 채 나온 내겐 해방촌이 아름다운 노을을 주는 낭만을 선사했다.

이 풍경을 보기 위해 내가 이곳을 찾았나 보다 싶을 정도로 눈앞엔 아름다운 노을이 끝없이 펼쳐져있었다.

프로 낭만러인 나는 당연히 카메라 어플을 켜며 연신 사진을 찍어댔고, 얼마 뒤 많은 사람들이 곳곳에 멈춰 서서는 다들 사진을 찍었다.

눈으로 담는 게 가장 아름답다는 걸 너무 잘 알지만, 정말 아름답기에 눈으로도 담고 찰나의 장면들까지 남기는 것 이 자체가 다 낭만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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