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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이 Oct 28. 2024

커넥터, 연결하는 자

"A야 B가 나에게 지난번에 말했는데, 너랑 친해지고 싶다고 하더라"

"B야 내가 A랑 이야기를 하다가 네 얘기가 나왔어. 지난번에 왜 네가 A랑 친해지고 싶다고 했잖아?

내가 실은 살포시 얘기해 봤거든? 근데 A도 너랑 같은 마음이더라고. 다음에 한 번 이야기 나눠봐.

너희 분명 잘 맞아서 금방 친해질 것 같아."



그렇다. 나는 학창 시절 가끔 오지라퍼의 행위를 자처하곤 했다. 그 누구도 시키지 않았고 자발적으로 한 행동이었다. 대개의 친구들이 내게 와서 고민거리나 이야기를 많이 털어놓기도 했고, 나는 보통 소규모 집단들 사이에 있는 교집합의 사람이었다. 그렇게 연결시켜 준 친구들이 몇 되었을까. 오지라퍼를 조금 더 현대식으로 표현하자면 커넥터라고 칭할 수 있겠다. 연결시켜주는 사람.

그들 사이를 연결시켜 줄 때 절대적으로 내가 지키는 원칙이 있다면 서로의 긍정적인 면모들만 전달하는 것. 어린 시절부터 시작된 나의 커넥팅은 다양한 집단에서 계속되었다. 학창 시절 친구들을 연결시켜주는 건 대학생된 후에도 여전했다. 다른 단과대 친구와 친해지면 학과 동기들을 소개해 주고, 고등학교 친구가 전공 실습 대상자로 소개해 준 사람과 친해져 그의 다른 친구를 연이어 실습 대상자로 소개받기도 했으며 이렇게 연결에 연결을 이어나갔다. 치과위생사라는 직업을 얻게 되었을 때도 이 모습은 계속됐다. 처음엔 살갑고 직원들 사이에 연결을 잘 시키는 막내(?)라고 선배들이 칭찬을 해주었으며, 두 번의 이직을 할 때도 각 치과에서 들은 말들이 있다.


 "재이 쌤이 오니 치과 분위기가 좋아졌어요."


처음 이직한 치과에선 막내라인과 선배 라인의 연차의 차이가 컸던 곳이었다. 중간 연차로 들어간 내가 연결시켜주는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다며 선후배들에게 각각 피드백 아닌 피드백을 받으며 칭찬을 받았었고, 두 번째로 이직한 치과에선 다시 막내로 들어갔음에도 해당 말을 똑같이 들었다. 무엇보다 내 직업에서 커넥터의 역할이 가장 돋보였던 시기는 치과 상담실장 일을 할 때였다. 그때 근무했던 치과에는 두 명의 원장님이 계셨다. 한 원장님께선 환자들에게 당신의 본심과 다르게 환자들이 느끼기에 다소 무심하거나 퉁명스레 느껴지게끔 행동들을 하셨고, 그로 인해 환자분들이 대표 원장님이 방송에서 보던 모습과 다르게 무관심한 거 아니냐며 불만들을 가끔 토로하셨다. 당시 막내 상담 실장이었기에 원장님과 그리 친한 편은 아니었지만 해당 원장님과 오래 일한 선배에게 전해 들은 말도 있었고, 스스로 몇 개월 동안 지켜본 원장님의 모습에서 환자분들을 생각하는 마음들을 충분히 읽을 수 있었다. 그때부터 나는 상담을 할 때 환자분들께 "원장님이 그렇게 보이셔도 저희에게 얼마나 oo 님 말씀을 많이 하신다고요. 신경 많이 쓰고 계시니 걱정하지 마시고 믿고 치료 시작하시면 되세요"라며 원장님과 환자 사이에서 전달자의 역할을 수행했다. 이외에도 퇴근 후 매일 밤마다 몇 달 동안 사비로 치과 사보험도 공부를 해서는 환자분들이 모르고 계셨던 사보험 부분을 찾아서 혜택을 받으실 수 있게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중간 연결자로서 양극단에 있는 이들의 마음을 서로 전달해 주며 도와주는 행위에 큰 보람을 얻으며 일했다.



그러고 보면 내가 꿈꾸는 책방 지기도 똑같은 역할을 수행한다.

작가와 출판사에서 내는 책이라는 수많은 작품의 홍수 속에서 나의 책방과 결이 맞는 책을 선택해야 하고 또 어떤 독자들이 읽으면 좋을지 추천해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3년간 운영해오고 있는 독서모임 호스트도 마찬가지다. 정규 모임 멤버들의 성향과 그들이 어떤 주제로 대화했을 때 흥미롭게 이야기들을 나눴는지를 항상 생각해 매달 다음 달 책을 선정하곤 한다. 서점 지기들의 커넥터 역할은 주변 독립서점에서 열린 북토크를 가면 정점에 선다고 생각하는 바다. 대부분의 북토크를 가면 그들은 작가님과 독자들의 사이에서 유려하고 섬세한 질문들을 뽑아내는 중간 연결자이자 질문자의 역할을 한다. 마음 한 켠에 항상 책방 지기라는 꿈이 있어서 그럴까, 나는 그런 현장에 가면 작가님의 모습은 물론이 와 옆에서 커넥터의 역할을 하고 있는 서점 지기들의 말과 행동들을 더 유심히 관찰한다.요즘 서점 창업 워크숍을 온, 오프라인로 종종 듣는다. 모 지역에 있는 서점지기이자 서점 대표님께서는 북토크를 하며 중간 역할을 하는 건 주체적인 행위에서는 벗어나기에 지양하는 걸 권하셨다. 그 의견에 이해는 하되 동의할 순 없었다. 아직 독립서점을 열지 않은 예비 서점 지기로서  치기 어린 생각일 수도 있겠다만, 서점 지기들의 핵심 역할 중 하나가 독자와 작가들이 더 자주 더 편하게 서로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연결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그래서 나는 독립서점 책방지기의 꿈이 실현되었을 때 북토크를 자주 열고 싶다.



"재이 님은 항상 보면 사람 대 사람으로 연결되어 있어요."

올해부터 알게 된 지인이 내게 해준 말이었다. 이전까지는 인지하지 못했는데, 그가 내게 말을 했을 때 그런가 생각하며 곰곰이 나의 사람들과의 관계를 둘러보았다. 재밌게 다닌 스피치 학원의 대표님도 10년간 블로그를 통해 알고 지냈던 (일반적으로 내가 20대 시절 영향을 받은 거지만) 분이셨고, 자주 애용하고 애정하는 부산의 모 독립서점 대표님도 실제 내가 20대 초반 나갔던 첫 타 독서모임의  호스트이기도 하셨다. 그러고 보면 강대표님과도 10여 년의 인연이 있는 것. 사람에 대한 경계가 너무 없어 걱정이라는 말도 듣지만, 본디 인간의 본성은 선하다고 얘기하는 성선설을 믿는 한 사람인 나는. 치과위생사라는 직업과 책방 지기라는 두 가지의 직업을 임할 때도 항상 사람 대 사람을 연결하는 커넥터의 역할을 이어나가고 싶다. 나는 이렇게 서로를 연결시켜 이로움을 주고, 연결을 받은 사람이 또 다른 누군가와 서로 연결될 때가 보람을 느끼는 사람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오지라퍼, 커넥터의 일을 자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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