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님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아버지, 선생님 등의 호칭과는 또 다른 위압감이 있지 않는가? 커리어에 대한 조언과 더불어 무언의 끈끈한 정서적 교감, 대부에게 기대되는 영역이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대부란 호칭이 가지는 무게감은 결코 가볍지 않다. 그러나, 그 호칭의 무게를 기꺼이 받아들이고 ‘대부님’이라는 이름을 내걸어 등장한 MBC 표 웹 예능이 있다. 바로 탁재훈이 단독 MC로 있는 ‘대부님’이다.
많은 사람들이 탁재훈의 천부적인 입담을 인정한다. 그는 선을 넘을 듯 넘지 않는 위트한 드립의 귀재이다. ‘대부님’은 웹 예능이라는 장르적 특성상, 보다 생생하고 날 것 그대로인 그의 드립을 더욱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나 1편의 제작진 미팅 자리에서부터 그는 다른 연예인들과 차별되는 독보적 캐릭터를 보여주는데, 이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과연 대부님이구나’하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그의 예능감은 신인 뮤지션들과 함께 할 때에도 쉬지 않고 빛난다. 예능이 어색한 뮤지션들이 말을 아끼거나, 컨셉이 확고한 뮤지션들이 자신만의 캐릭터를 밀고 나갈 때에도 탁재훈은 자기 페이스를 유지하며 예능의 톤과 흐름을 자연스레 주도한다. 특히 그가 툭툭 날리는 한두 마디의 드립들은 놓치면 아쉬울 꿀잼이니 다들 꼭 보시라!
대부님은 예능 대부 탁재훈이 예능에 익숙지 않은 신인 뮤지션들을 예능적으로 발굴하겠다는 취지의 예능이다. 멘토, 멘티의 관계성은 그간 예능에서 흔히 다뤄진 바 있다. 그러나 탁재훈은 그 관계성의 클리셰를 허물고 새로운 멘토-멘티 간의 관계성을 정의한다.
우리는 흔히들 대부, 멘토를 생각할 때 멘티를 보듬어주고 이끌어주는 그림을 떠올린다. 그러나 탁재훈은 신인 뮤지션들의 예능 대부로 나왔다 한들, 그들을 무한정으로 우쭈쭈하거나 품지 않는다. 탁재훈 특유의 밉지 않은 공격 멘트와 장난기 섞인 드립은 신인 뮤지션들에게도 유효하다. 사랑에 대해 진지하게 대답하는 뮤지션에게 ‘이 친구 여자 많이 좋아하네’ 등의 익살스러운 멘트를 치는 것이 그 예이다. 이러한 장면을 만들 수 있는 연예인이 얼마나 될까? ‘대부’ 컨셉에 탁재훈을 섭외한 것은 MBC의 좋은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흔히 알고 있던 멘토-멘티 간 관계성을 반전시키는 ‘대부님’은 걷잡을 수 없는 토크로 더욱 큰 웃음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제까지 많은 음악 예능들은 게스트의 음악을 듣고 그 노래와 관련한 비하인드, 게스트의 직업관, 인생관에 대해 깊고 잔잔한 이야기를 주로 해왔다. 특히 게스트가 인디 계열인 경우 토크의 깊이감과 무게감은 더욱 짙거나 깊어지곤 했다.
그러나 대부님은 흔한 음악 예능의 플롯을 따라가지 않는다. 기획 의도에 맞게 뮤지션들을 소개하는 한편 전혀 무겁지 않은 톤으로 그들의 예능적 캐릭터를 비추고 조명한다. 사실 한 사람의 이야기는 그 사람의 정보가 어느 정도 노출되어 있을 때 더욱 궁금해지는 법이다. 왜, 길에서 처음 만난 사람보다야 어디서 한두 번 마주쳐 인사한 사람이 더욱 궁금하지 않는가? 신인 뮤지션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이들의 음악관, 인생관들은 분명 깊고 큰 의미가 있다. 그러나 그 의미를 듣기 전부터 그에 대해 궁금증을 가질 사람이 얼마나 많을 것인가는 별개의 문제이다. 따라서 ‘대부님’이 여타 음악 예능과 다르게 신인 뮤지션들을 데리고 가벼운 토크와 콩트를 시도한 점은 매우 탁월한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 신인 뮤지션들을 잘 몰랐던 사람들 역시 그저 웃음과 재미가 필요해서 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영상을 시청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님’은 그들의 본업을 존중하는 것 역시 잊지 않았다. 예능적으로 미숙한 모습만을 비춰 그들을 우습게 만들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프로그램 중간에 그들의 라이브 장면을 구성했다. 라이브 중에는 탁재훈의 끼어들기 멘트 없이 노래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준 것에서도 제작진의 배려와 센스가 드러난다. 이 덕분에 뮤지션들의 예능적 면모에 한두 번 웃었던 사람들도 의외의 반전 매력을 접하고 그들 노래에 관심을 가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대부님은 ‘대부님’이라는 호칭의 무게를 잘 견딘 웹 예능 중 하나이다. 대부님에 걸맞은 출연진 탁재훈, 그가 주도하는 토크와 다른 프로그램 간의 차별성 등은 대부님을 계속 보고 싶게 만드는 충분한 이유이다. 음악을 좋아하거나, 가볍게 웃으며 볼 숏폼 콘텐츠가 필요하신 분들은 모두 ‘대부님’에 주목해 보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