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당 100만회를 웃도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MBC표 웹 예능을 소개하고자 한다. 바로 ‘말년을 건강하게’. 소재를 확실히 드러냄과 동시에 ‘말년’이라는 동음이의어를 활용해서 제목에서부터 센스 있는 감각을 담아냈다. 프로그램을 샅샅이 파헤치면 칠수록 ‘말년을 건강하게’ 속 센스 만점 포인트들이 다수 드러난다. 그를 살펴보며 성공하는 웹 예능의 필수 요소를 정리하고자 한다.
1. 좋은 웹 예능의 조건 1: “확실한 캐릭터”
10~20분 분량의 웹 예능과 60~70분 분량의 TV 예능은 프로그램의 호흡부터 다를 수밖에 없다. 웹 예능의 짧은 호흡에 가장 많이 영향을 받는 것 중 하나는 프로그램이 캐릭터를 담아내는 방식이다. TV 예능은 긴 분량, 긴 회차가 보장되어 있기 때문에 출연진의 캐릭터를 잡아가는 과정을 예능 안에 담아낼 수 있다. 그러나 숏폼 형식의 웹 예능은 짧은 분량 상 출연진의 등장과 캐릭터 형성이 동시에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과정이 시청자들에게 이질적으로 다가오지 않기 위해서는 캐릭터가 강한 출연진을 섭외하는 것이 좋다. 강한 캐릭터는 단순히 높은 인지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인지도와 무관하게 ‘한 가지 특징, 캐릭터’가 분명하다면 그 출연자는 웹 예능에 적합하다고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캐릭터가 강한 출연진은 어떤 웹 예능에라도 다 잘 어울릴까? 답은 당연히 NO이다. 연예계에는 붙임성이 좋은 캐릭터, 잘 먹는 캐릭터, 촉이 좋은 캐릭터 등 다양한 개성을 가진 스타들이 존재한다. 이들이 웹 예능과 시너지를 불러일으키기 위해서는 웹 예능의 소재와 완전히 ‘착붙’이거나 완전히 ‘상반’되어야 한다. 대부분의 숏폼 웹 예능이 소재와 출연진이 주가 되는 단순한 구조를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말년을 건강하게의 주인공 ‘이말년’은 운동 예능에 아주 적합한 캐릭터라고 할 수있다. 이말년과 운동. 이말년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그 둘이 얼마나 상극인지 바로 떠올릴 수 있지 않을까? (실제로 말년을 건강하게 EP1화를 보면 이말년의 건강 상황, 운동 여부를 걱정하는 이말년 팬들의 반응을 확인할 수 있다.) 아는 맛이기 때문에 더 먹고 싶다는 말도 있는 것처럼 운동에 담을 쌓던 이말년이기에 그와 운동의 조합이 더 기대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2. 좋은 웹 예능의 조건 2: 누구와 티키타카할 것인가?
출연진이 다른 이와 만들어내는 케미스트리는 이제 예능의 필수 요소가 되었다. 이 때 고민해야 할 점은 누구와의 케미스트리를 연출할 것인가이다. 말년을 건강하게는 이말년이 매번 다른 운동을 하며 건강한 삶을 체험하는 웹 예능이다. 따라서 어쩌면 다른 출연자 없이 이말년과 매주 다른 운동 강사와의 케미스트리만을 보여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말년을 건강하게는 이말년 작가와 두터운 친분이 있는 주호민 작가와 기안 작가를 섭외하여 운동 강사와의 관계에서는 나올 수 없는 케미와 그림을 연출한다. 이를 통해 준 연예인의 프로그램 단독 진행 부담을 낮췄을 뿐만 아니라, 운동에 임하는 서로 다른 세 가지 스타일을 보여줌으로써 새로운 웃음을 창조하였다.
일일 강사 심으뜸은 이들의 스타일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 바 있다. 실력과 열정이 있는 기, 실력은 없지만 열정이 있는 펄, 실력과 열정 모두 없는 침. 이들이 때로는 합동하고 때로는 서로 대결하는 모습은 시청자들을 웃기기에 충분하다.
3. 좋은 웹 예능의 조건3: 평범한 소재를 감각적으로 풀어내라
이제껏 계속 언급한 바와 같이 숏폼 웹 예능의 가장 큰 특징은 짧은 분량이다. 그렇기 때문에 시청자들의 이해가 쉬운 단순한 소재를 사용하여 짧은 분량 내에 웃음을 유도해야 한다. 10~20분은 복잡한 세계관, 구성에 웃음 짓기는커녕 그를 이해하기조차 촉박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별도의 아이템이나 세계관 없이 일반인들에게도 익숙한 ‘운동’을 웹 예능의 단일 소재로 풀고 나간 말년을 건강하게의 선택은 매우 탁월하다고 할 수 있다. 언제 어디서나 가볍게 보기 좋은 숏폼 예능의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예능적 긴장감과 재미를 놓치지 않기 위해 침펄기 간 대결이나 강사와 침펄기 간의 대결 구도를 보여주기도 한다. 운동이라는 평범한 소재를 예능적으로 풀어가면서 단조로움을 피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간의 아쉬움은 있다. 말년을 건강하게의 초반 회차에서 주호민 작가는 승마처럼 평소에 접하기 힘든 운동을 접해보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친 적 있다. 등산, 필라테스, 농구 등 일반인들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생활 체육을 소재로 삼은 것 역시 좋은 시도지만 회차를 거듭할 수록 승마, 주짓수, 스쿼시 등 보다 진입 장벽이 높은 스포츠를 체험하여 보는 이들에게 색다른 신선함을 제공하는 것도 어땠을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