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가수 시절 원타임 이야기

망각의 중요성

by 송백경

왜 각자 옛 기억, 추억들이 흐물흐물 긴가민가 다가올 때들 있지? 실제 있었던 일인데 사실보다 부풀려져 기억되는 경우는 흔한 케이스고 아예 없었던 일을 진짜 있었던 일처럼, 마치 경험이라도 한 듯 생생한 기억으로 믿고 인지하는 경우도 더러 있어.

후자의 경우는 자기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펴는 소극적 수준이면 뭐 얼마든 봐줄 수 있지만 이게 일정 수준을 넘어 심각해지기라도 하면 멀쩡한 타인에게 누명을 씌워 나락까지 보낼 수 있을 만큼 위험하기까지 하지.

즉 치료가 필요한 정신질환인 거야.

잠깐 다른 이야기를 해볼까?

우리 머릿속 두뇌에는 '해마'라는 매우 중요한 곳이 있는데 그 생김새가 진짜 마치 바닷속 생물체인 해마랑 비슷하게 생겨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는군.


우리 두뇌를 이루는 곳 중 하나인 "해마"는 너무 중요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어. 그건 바로 단기 기억을 이 해마가 장기 기억으로 바꿔 우리 머릿속에 저장을 해 주는 일이야.

좋거나 나쁘거나 우리가 뭔가를 추억하고 나를 웃고 울게 만들지만 분노도 일으키는 그 모든 기억들, 시간이 흘러도 잊히지 않는 누군가의 이름, 얼굴, 옛사랑, 아련함을 자아내는 그 모든 것들이 다 해마 덕택인 거야.

그런데 바로 이 해마가 손상되거나 기능저하를 일으키면 너무나 끔찍한 일이 벌어져.

새로운 걸 학습할 능력을 잃게 되고 그와는 반대로 과거의 기억에 갇히게 된대. 좀 더 쉽게 말하면 해마가 손상된 사람은 특정 과거에 계속 머무른다는 거지.

뭔가 영화에 나올 로맨스 콘셉트처럼 느껴지지 않아? 그런데 곱씹어 생각해 보면 세상 이보다 끔찍한 일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너무 소름 끼치는 일이야.

기억력이 좋다는 건 시대를 불문하고 늘 칭찬의 대상이 돼. 당연한 거 아냐? 기억력은 암기력과 즉결되고 암기력은 곧 공부성적의 바로미터일 테니...

반대로 망각은 비난과 경시의 대상이 되고 기억력 결핍 증상의 경중을 기준으로 우리는 누군가를 "바보, 멍청이"로 일컫기도 하고 "환자" 취급까지 하지.

그런데 나는 사람이 살아감에 있어 기억력만큼 망각력(?)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

"도야마 시게히코"라는 작가가 쓴 "망각의 힘"이라는 책에서 작가는 "망각은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배설작용"이라고 말하고 있어. 망각에 관련된 책의 다른 내용은 크게 공감되지 않지만 저 한 구절에 대해서는 아직도 내 마음은 기립박수를 치고 있단 말이지.

나는 내가 여러 삶의 경험을 해 온 점에 대해 부정하지 않아. 하지만 옛 기억 속에 머물러 지나간 영광 따위에 사로잡힌 채 우쭐거리는걸 극도로 혐오해.

미디어 그리고 우린 인기연예인을 구분 없이 "스타"라고 표현을 하는데... 실은 구분이 필요할지 몰라.


가볍게 따져볼까?

스스로 빛을 내는 항성인 "스타"와 같은 아티스트도 분명히 물론 존재해. 하지만 레전드 호칭이 아깝지 않은 그들의 수는 많지 않아.

스스로 빛을 발하지 못하고 그냥 빛 반사나 잘하는 행성급 실은 "플래닛"이라고 불려야 마땅할 아티스트(아이돌)들은 늘 넘쳐나. 가면 갈수록 그 수는 더 늘어가고 있고.


나는 그렇게 생각해.

누가 누군지 분별하기조차 힘든 이 넘치는 아이돌 가수들은 소속사의 전폭적인 지지, 금전파워, 많은 스텝들의 기획력이 쏴주는 빛을 받아 그걸 대신 잘 비추고만 있을 뿐.


인스턴트 한 매력을 지닌 걔네들한테는 플래닛 정도의 호칭이 적당해.

(1tym은 어디에 속하냐고? 그걸 내가 정의 내릴 수는 없고...)

영원한 인기가 없듯 항성, 행성도 그 수명이 있기 마련이지. 그런데 가끔 SNS 영상 같은 것들을 무작위로 보다 보면 "아~씨발 눈 버렸다"하는 영상들을 접하곤 해.

이미 폭발하고도 한참 지났고 잔해로 뿔뿔이 흩어져 그 윤곽도 보일랑 말랑한데 "아직도 나는 별이야"라고 우기듯 싸구려 SNS용 카메라 플래시 빛을 스스로에게 쏘고 있어.

그래~그걸 별이 되려 노력하는 모습이라 나름 인정할게.

거기에 탄복한 나머지 백번 양보해서 너를 천체로 다시 비유해 준다면...

백색왜성.

응 딱 그 정도가 좋겠다.

(우리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커다란 질량을 지닌 별이 쾅~하고 폭발해 죽고 나면 블랙홀이 되는데 그 수준에 못 미치는 이른바 "태양"같은 작은 별은 죽으면 그냥 백색왜성으로 남을 뿐. 진짜 스타라면 죽어서도 블랙홀급으로 남던 보이던 해야 하지 않을까?)

여기 자기가 아직도 그 옛날 아이돌이라고 착각하는 어떤 한 친구가 있어. 나이도 곧 50줄에 다가가기 일보직전인데 (염색이나 화장은 그래 그렇다 치자)

카메라에 대고 입술 쪽쪽, 엉덩이를 살랑살랑, 스스로를 무슨 순수혈통 애완고양이라 여기는지 온갖 표정의 귀여운 척, 자가 이름 애칭을 스스로 부르기도 하고....


(휴. 더 말하면 너무 특정 이를 지칭하는 것 같으니 이쯤에서 마칠게)

아무튼 그 친구 계정에 일부러 찾아가 들어가서 꾸~욱 참고 끝까지 참고 봤는데...

'얘가 머릿속에 해마가 없거나 아님 대가리가 심각한 변비현상을 겪는구나. 지금 당장 쟤 머릿속을 열어 '아락실'을 한두 박스 퍼부어주고 싶네'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음.

나는 사람이 배우지 않고는 제대로 살 수 없다고 믿지만 반대로 때로는 잊는 능력이 우리를 더 제대로 된 모습으로 살 수 있게 만들어준다고 믿어. 나의 눈 버렸던 경험이 바로 이런 점들을 크게 시사하지.

나는 현재 작은 이자카야의 사장이야.
내가 운영하는 주점에서 나는 거의 매일 나를 기억해 주고 추억해 주시는 분들을 만나. 그게 어떤 날은 한 분일 때도 있지만 어떤 날은 열 분이 넘을 때도 있어.

열에 열 명은 "연예인이다"라고 나를 지칭하지만 나는 그럴 때마다 자조 섞인 말로 나를 낮추고 폭풍을 일으킬 듯한 강한 손사래를 치곤 해.

그분들께 "아직도 기억해 주셔서 고맙습니다."라는 말은 늘 잊지 않는데 "제가 연예계를 떠난 지는 올해로 20년이 됐고 가수로 살아온 시간보다 야인으로 살아온 시간이 훨씬 더 길어요. 지금 저는 고객님께 가장 맛있는 닭꼬치를 구워드리는 게 제게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사인해드리기에는 너무 부끄럽고 그럴 자격 잃은 지도 오래됐어요. 그런데 함께 사진은 얼마든지 찍을 수 있습니다"

내게 이런 멘트를 한 번쯤 들으신 분 꽤 될 거야.

나의 1tym 시절의 기억은 마치 아지랑이 같아.
열과 빛의 굴절들이 장난을 쳐 우리 시각을 골탕 먹이는 아지랑이.

좋았던 시절들에 대해 남아있는 기억이 없어 아예.

무슨 장난이 내 기억을 골탕 먹이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다행인 건 (사람 잡을) 없는 걸 기억하지는 않는다는 것이지.

그와 반대로 분명 있었던 일인데 마치 없었던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아. 나 스스로 선택적인 망각을 택해 그 기억들을 삭제시킨 탓일까?....

그 시절 쾌지나 칭칭, HOT 뜨거 등을 부르는 무대 위 내 모습은 지금 내게 너무 낯선 모습이고 무가당 시절은 그냥 없던 일로 쳐.

며칠 전 일으킨 소란과는 전혀 상관없이 난 1tym 때를 나쁘게 기억해. 좋게 추억해 주시는 분들께는 죄송스럽고 배신감들 법한 이야기지만 난 1tym시절 때 내가 가졌던 캐릭터를 부정하고 그건 진짜 내가 아니었다고 지금도 해명하듯 이야기를 해.

그리고 내가 걸출한 음악적 역량을 지닌 프로듀서 테디형과 우연히 원타임이라는 팀이 되어 그 형이 뿜어내는 빛이 나에게도 닿아 내가 빛나보였던 적이 잠깐 있었을 뿐이야.

다른 이야기지만 혹시 기적과도 같은 일이 생겨나 원타임 6집이 딱~나왔을 때 잘 살펴봐. 분명 4명이 아니고 3명일 테니...(혹자는 내게 "테디가 하겠냐? 먼저 센 척하네" 이러는데 ㅋㅋㅋ 테디형이 1tym 프로젝트를 추진할 가능성만큼 내가 1tym팀에 참여할 의사가 없음)

이렇게 망각은 그 모습을 바꿔 과거는 철저히 잊고 내게 앞으로 전진하라는 명령어 역할을 해주고 있어.

시절 일들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가슴속에 끙끙 남긴 채 압력밥솥 잠금쇠만 더 세게 잠가가며 살았더라면 지금쯤 아마 난 분명 펑~!! 하고 터져 죽었을 거야.


나는 망각의 능력이 있기 때문에 지금도 살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