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쳐버린 너에게
우리 사라져도, 세상은 무심히 돌아갈 텐데. 우리가 떠나지 않는 것은, 나 하나 없어도 세상은 잘 돌아가기 때문 아닐까?
물론, 우리가 떠나고 싶은 이유 중에 무심한 세상이 있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어차피 무사히 돌아갈 세상이라, 가봐야 그 사실에 더욱 무너지는 것은 우리니까.
악착같이 버틸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우리도 매정하지 않은가.
벚나무 없는 봄 아쉬워하면서도 살아가고, 눈 내리지 않는 겨울도 보란 듯이 이겨내며, 잃은 것이 있으면 그리움이나 다른 것으로 채워버리니까.
그리고 우리는 세상이 내려준 것들도 고장 나면 냉정히 버렸고, 게다가 모든 걸 사랑하는 세상을 외면했다.
그래서, 이 세상에서 약한 존재들은 대거 이 세상을 떠나갔지.
그러니 따스했던 세상은 우리의 매정함에 상처 입고 지쳐서 세상은 감정을 죽이지 않으면 우리와 함께할 수 없었던 거 아닐까?
그리고 우리에겐 삶의 터전인 세상이 차가워지니 인간 또한 마음이 얼어붙어갔다.
하지만, 여기서 하나의 반전이 또 있다. 인간의 모든 것은 차가움에 그리 망가지고 떨어져 나갔지만, 세상과 인간은 서로 차가워졌기에 떠날 수 없는 것이다.
깊이 들여다보면, 세상은 인간을 사랑하여 호의를 품었다.
호의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곁에 두겠다는 의미, 잘 지내고 싶다는 생각이 내포되어 있다.
그래서 세상은 계속해서 우리에게 많은 것을 제공했고, 우리 또한 세상이 돌아가도록 열심히 긴 삶을 살아갔다.
그래 우리는 서로의 눈에 들고 싶었고, 서로가 필요했다.
그 호의를 품은 사랑 탓에 상처를 입고, 서로의 마음에 그 마음이 얼어붙어버렸다.
그리고 그 탓에 떠나지 못하는 것이다.
그나마 함께하면 곁에나마 있지만, 사라져서 세상이 날 찾지 않으면, 나는 무너질 테니까.
무엇보다 세상도 너무 많은 인간이 사라지면, 돌아가는 것에 차질이 생긴다. 그렇게 매정함이 낳은 심경에 우리는 서로를 놓치지 못한다.
그래서 세상은 우리를 잡아놓기 위해, 우리를 사랑해 닮아서 무심해졌다.
그리고 우리는 무심한 세상 속에서 도망치지 못하고, 악착같이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