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쳐버린 너에게
애매한 바람이어도, 위로가 되고싶다.
나는 꽃샘추위 앞 꽃봉오리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제야, 불어온 봄바람에 죽고 싶던 마음 싹 사라졌지만,
개화하는 것은 내가 아니었다.
그리고, 보란 듯 봄바람에 봉오리 터트린 그 꽃잎이 고와서, 살고 싶지도 않아 졌고 그 마음에 꽃을 날리려 해도, 결국 흩날리며 더 아름다워질 뿐이라.
모진짓조차 하지 못한 나는 애매한 바람일 뿐이었다.
그렇게 나는 이미 그 사실에 무너졌는데, 나란 존재는 무심하게도 내게 이런 말을 한다.
"네게 무슨 가치가 있어서 살아가니?"
참으로, 아프더라. 그 아름다움이 내 것이 아니라는 것보다, 그걸 깨달은 내가 내게 하는 그 매정한 말이 가시였다.
하지만 다행인 것은, 이것은 누군가 내게 한 말이 아니다.
그저 내가 내게한 말이다. 그러니 내가 다시 일어서면 사람들은 예전처럼 해줄 것이란 말이다.
물론 그래도 너무 아픈 말이라서, 조용히 눈을 감고 싶었지만, 봄바람은 모두를 사랑하기에 그런 나에게도 따스한 탓에, 죽고 싶단 생각조차 못하게 한다.
거기에 남은 겨울바람들은 나를 모진 말로 끌어내리기 바쁘고,
그 사이에서 나는 정말 아무것도 못하고 더 애매한 녀석이 되어서 도태되어 간다.
그렇게 도태되어 생각해 본다.
차라리, 누군가의 비난으로 여기 있는 거라면 괜찮았을 텐데.
조금이나마 원망할 사람이 있었다면, 덜 아팠을 텐데.
처음부터 내가 없었다면, 이 봄은 완벽했을 텐데.
물론 이런 생각 안 하는 사람 어디 있냐는 말만 돌아와서 이 생각에 옥죄일 것을 알지만. 어쭙잖은, 공감이나 조언보단 낫다.
그러니까, 그냥 조용히 고독을 씹어볼거다. 네가 씹어야 할 고독 다 씹어주지는 못해도, 그렇게나마 내 가치를 채우고 싶으니까.
그렇게 나에게 가치를 주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니까 서로에 좋잖아.
그니까, 마음껏 울고 이야기해.
내가 더 이상 애매한 바람으로 살지 않게, 네 아픔을 실어줘. 이건 나를 위한 거니까 죄책감 가지지 말고. 무엇보다 나는 아름답게 감정을 주는 꽃이 되지는 못했지만, 해변으로 다가와 감정 실고 항해를 떠나는 파도라도 되고 싶으니까.
특히, 그렇게하면 우리가 다 같이 슬픔에서 벗어날 수 있어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