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량한 세상에 색칠놀이
봄의 끝자락이 오면 나는 그런 생각이 든다.
한해 속에서, 가장 추위가 강하게 느껴지는 계절은 봄이라는 그런 생각.
물론 이 생각은 시로 읊어 봤어도
누군가에게 말로는 전해 본 적 없었다.
나는 바보가 되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그저, 왜인지 기온이 극단적이었던 올해의 봄을 맞이하고 생각이 변했을 뿐이다.
그러니 질문 하나 해도 되는가?
따스한 시작을 뭐라 생각하는지 말이다.
대부분 긍정적인 답이 나오겠지만.
일단, 여기서 당신의 답을 들을 수 없으니
내 대답부터 이야기해 보자면, 가장 시리고 아름다운 새벽이다.
왜냐고? 따스하기에 추운 거다.
나의 몸은 아직은 차가운데, 세상은 따스하니까.
나는 외로운데, 주변은 타오르니까.
그 기대에 부응해야 하니까.
아직 데워지지도 않은 나의 냉기는 갈비뼈를 스쳐,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드니 따스한 시작은 시리지만,
한편으로는 시작에 따뜻함까지 들어있기에.
무엇보다 아름다운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따스한 시작을 보통 봄에 비유하기에, 봄은 가장 추운 계절인 거다.
무엇보다, 따스하단 사실이 추위를 생각 못하게 하지만.
시작할 땐 모두 초라하고 아직 약하기에 작은 찬바람에도 몸이 떨린단 걸, 우리는 항상 잊으니 더욱 그렇다.
그리고 그런 마음 아는지 모르는지, 따스했다 차가웠다 하는 날씨는 아직 제대로 서있지도 못한 나의 마음만 무겁게 만들지 않는가.
물론, 그것 또한 좋기만 한 마음에 어찌할지 갈피를 못 잡는 것임을 아니까.
봄에게 뭐라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내가 더 열심히 하는 수뿐인 것이, 그저 물 위 오리 되라는 말 같지 않은가?
뭐, 오래 많이 해보면 익숙해질 터이고
그것은 봄의 목소리가 아닌, 나의 목소리일지라도 마음이 춥기 마련이니.
봄에 끝자락 와서, 조금이나마 적응된 나의 모습을 보면서 확신 갖고 이야기하는 것이지.
시작은 반이 맞고,
그때가 가장 힘든 게 맞으니
자신을 한심하게 보지도 말고
지나왔다면 그걸로 자부심 가지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