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숲
네가 숙이니
나도 숙였으나
네가 멎었으니
나는 나아간다
그것이 아픔이라도
우리는 함께이니
보이는 것
전부가 아니듯
떠오르는 것
진짜는 아닐 테니
우리는 멈추고 또 나아간다
우리는 모두 태초에 홀 몸이나,
처음부터 혼자는 아니다.
시작은 초라한 것이 맞으나,
정말 나 혼자서 시작하는 것은 처음이 아닌 것이다.
그리고 그렇기에 내 곁에는 네가 있고, 네 곁에는 내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너와 함께 움직인다.
마치 엄마를 따라 하듯
네 작은 행동마저 함께한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를 이끌어 여기까지 왔다.
언제까지나 함께일 것처럼 서로를 바라보며 내일을 그리며 살았고, 지금은 지도의 끝에는 하나의 선과, 알 수 없는 세계가 펼쳐져있다.
우리는 이유를 알 수 없는 두려움과 존경에 눈을 빛내면서도 고개를 떨구었다.
아니 정확히는 네가 숙였으니,
우리는 멈추어 섰다.
그리고 너는 말했다.
너머의 세상은 아름답지만 장대하고
이 선은 우리가 함께인 여정의 끝일 거라고.
한참을 세상을 바라보고,
머리를 굴린 것이 느껴지도록,
너의 목소리는 떨렸다.
하지만, 그래도 나는 발을 들었다.
너의 말이라면 뭐든 듣던 내가.
마지막이 될 수 있는 처음으로, 이번에는 멈춘 네가 나를 따라오도록 일부러 크게 걸음을 옮겼다.
이게 아픔으로 돌아올 수도,
너와의 끝일 수도 있지만
아직은 우리 함께니까.
내가 너를 흉내 내듯,
네가 나를 따라오기를 바라며,
고개를 들고 나서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