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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라 장 Jan 06. 2022

코비드 코모리 #7

인간관계 디톡스

코비드 코모리: COVID-19와 히키코모리를 합친 합성어로, 코로나 시국으로 인해 반 강제적으로 집 밖을 나가지 않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인간관계 디톡스


  초 격리 생활이 주는 의외의 이점도 분명히 존재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인간관계 디톡스'다.


  새로운 사건을 즐기고 사람 사이의 대화를 좋아하던 나는, 사람을 좋아하는 만큼 사람에게서 빼앗기는 에너지도 늘 많은 편이었다. 가만히 주변을 끊고 스스로에게 집중하는 것이 내 인생을 위해 더 낫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주변 일에 관심이 많아 나 자신에게 쏟을 에너지를 다른 데다 쏟아붓는 경우가 더 많았기 때문이었다. 당시에도 남자 친구(현 남편)는 곁에서 그런 나를 바라보며 자주 안쓰러워하곤 했다. 사람을 좋아하다 되려 사람에 치여 넋이 나가 있는 경우가 종종 있었으니 말이다.


  당시에는 그것이 최선의 의리이자 주변 관계성에 대해 충실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지금보다 어리고 체력이 남아 돌아서 가능한 일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스스로의 발전이나 삶의 안정을 방해받을 정도로 주변에 마음을 쏟는 건 요령 없고 현명하지 못한 방식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만약 유학이나 코로나와 같은 강제적 상황의 변화가 없었더라면, 익숙했던 것들로부터 거리를 둘 만한 불가피한 이유가 없었더라면, 나는 지금도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로 스스로를 갉아먹고 있었을 것이다. 어쩌면, 내겐 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필요했는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코비드 코모리로서의 생활은, 지금까지의 사고방식을 리셋하고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전환점과도 같았다. 적응하기 힘들어 시끄럽기만 했던 마음이 좀 가라앉고 차분해지자, 이제는 껍데기와 장신구를 모두 벗어던진 '진짜 나'와 마주할 수 있었다. 타인 말, 시선, 압박에 의해 만들어진 , 혹은 바삐 움직이는 걸로 대신 채웠던 가짜 자존감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나. 알고 보니 좀 더 유약하고, 어설프고, 기복이 많고 불안정한 나의 진짜 알맹이 말이다.


  도망치듯 SNS 어플을 핸드폰에서 모두 지우고 종종 이어가던 사람들과의 연락도 모두 끊은 채 스스로가 회피의 구덩이에 빠져있다 여겼었지만, 한동안은 그런 일시정지와 고립이 주는 순기능을 경험하기도 했다. 소통이 중요한 현대사회에서 스스로 그 나머지 길 마저 차단한다니. 어쩐지 엄청나게 동떨어진 인간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오히려 그 동떨어진 시간이 마음을 정리하는 데에는 훨씬 효과적이고 긍정적이라는 걸 배울 수 있었다. '나'라는 사람은, 타인을 지우고 스스로에게 좀 더 시간을 투자할 필요가 있었다.



  이십 대 후반에 시작한 늦은 유학과 타지 생활. 그것은 분명 굳어지기 직전이었던 나의 좁은 세상을 깨트릴 만한 좋은 도구였다. 어느 정도 머리도 컸고 경험도 많이 했다 생각했었지만, 익숙지 않은 환경에서 맞닥뜨리는 수많은 곤란과 창피, 답답함과 어려움은 오만했던 스스로를 반성하게 만들곤 했다. 자, 그래. 그럼 이제는 스스로를 더 많이 넓혀가자, 라며 의지를 불태우던 내게 연속해서 찾아온 무연고지 마을 안에서의 고립된 생활. 팽창과 수축, 융해와 응고를 반복하는 이 삶이 참 피곤하면서도 흥미롭고, 난감하면서도 다행스럽기도 하다.


  가장 중요하고 소중한 것들은 멀리 있지 않았다. 어린 날의 무한하고 모호한 가능성의 유혹을 떨쳐내고, 유한하고 한정된 나의 시간과 힘, 쉼이 필요한 나 스스로를 먼저 인정한 뒤에야 보이는 것들이 있었다. 나의 가족, 내 곁을 지켜준 소중한 사람, 그리고 마지막까지 동행해야 할 나 자신. 멀리 나아가기 전에, 소중한 것들을 먼저 돌아보는 것이 우선이었다. 준비 없이 만난 초 격리 생활에서 배운 몇 가지 중 하나다.


  예상치 못한 난제 속에서도 삶은 어떻게든 진행된다. 그러니 서둘러 나를 좀 더 아껴주기로 하자.




#코비드 코모리, #코로나, #히키코모리, #낯선 마을에서의 50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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