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피카소의 여성편력과 스페인 내전, 그리고 흐물흐물한 죽같은 시계
나는 그 커피를 마시면서 거실로 이동한다. 거실에는 요가 매트가 깔려 있다. 나는 보통 이 매트에서 스트레칭을 하거나 운동을 하곤 한다. 오늘 같은 경우에는 전신 스트레칭을 할 예정이다.
일단 요가 매트에 서서 양팔을 벌리고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다시 내쉰다. 들이마실 때는 양 다리를 어깨너비로 벌린 채 양손을 크게 펼치고, 다시 내쉴 때는 손을 배꼽 부분에 가져다 댄다. 이 동작을 20번 반복한다. 숨을 들이쉬고 내쉴 때 나는 자연스럽게 눈을 감았다가 다시 뜬다. 창문 밖에는 여전히 해가 떠 있고, 작은 빌라이지만 앞에는 산이 위치해 있어 탁 트인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공간이다. 나는 그 풍경을 바라보며 다시금 숨을 마시고 내뱉는다. 마치 숨 쉬는 법을 처음부터 다시 배우는 것 같은 느낌이다. 촉감, 그리고 코로 들어오는 산소와 내뱉어지는 이산화탄소에 대해 생각한다.
이제 그다음 동작을 시행한다. 양손을 어깨에 올려놓는다. 그리고 어깨를 자연스럽게 회전시킨다. 어깨가 뒤쪽으로 둥근 원을 그리며 돌아가는 감각을 느끼며, 나는 움직이는 구름을 바라본다. 구름은 때때로 신기한 형상을 띠고 있다. 그리고 그 구름은 어딘가 자유로워 보이기까지 한다. 나는 어깨를 돌리는 동작을 15번 정도 반복한 뒤, 하늘을 바라보며 목을 위쪽을 향해 놓는다. 손은 자연스럽게 가슴에 위치시키며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며 잠깐 5초 정도 멈춰 있는다. 그 뒤로는 목을 천천히 회전시킨다. 왼쪽으로 5번, 오른쪽으로 5번 정도. 목을 돌리며 목의 뻐근함에 대해 의식한다. 목은 종종 피로해진다.
그 뒤로는 왼손은 허리에 위치시키고 오른손은 귀 옆에 위치시킨 뒤, 왼쪽으로 몸을 기울인다. 정확히 말해서는 상체를 기울인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 같기는 하지만, 그 동작을 또한 10번 반복한다. 그 동작을 하는 도중 창밖에서는 큰 트럭이 멈춰 선다. 트럭에서 나이가 지긋이 드신 운전사가 내리고, 어떤 여자와 남자는 무언가를 이야기한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동작을 반대로 해 계속 스트레칭을 해나갔다.
지금까지가 서서 하는 동작이었다면, 이제부터는 앉아서 하는 동작이다. 일단 양다리를 가능한 한 최대한 양옆으로 뻗는다. 다리에 뻐근함이 밀려든다. 다리를 양옆으로 쭉 편 채로 허리를 숙인다. 그리고 다리를 늘려준다는 느낌으로 상체를 기울여준다. 반대쪽도 마찬가지이다. 호흡도 잊지 않고 따라붙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스트레칭을 제대로 했다고 이야기할 수 없는 것이다.
약 30분간의 스트레칭을 마치고, 나는 한 모금 남은 커피를 마신다. 왜인지 커피가 조금 더 쓰게 느껴진다. 스트레칭을 마친 후, 소파에 누워서 잠깐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머리를 깨끗하게 비운다. 내가 누운 소파는 굉장히 푹신푹신한 촉감이어서, 잠깐 머리를 비우는 데 아주 좋은 역할을 해준다. 소파의 바로 옆편, 그러니까 누운 나를 기준으로 하면 위쪽 왼편에 내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명화들을 걸어놨다. 이 명화가 나에게 의미 있는 이유는 여러 가지지만, 그중 가장 큰 이유를 하나 뽑아보자면 ‘친구와 함께 실제로 간 미술관에서 본 명화들’이 아닐까 싶다.
개인적으로 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그림을 보는 것도 좋아한다.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의 취미, 그리고 권유로 인해 그림을 전문적으로 배웠고 그렇기 때문에 그림은 나에게 있어 매우 익숙하고 친근한 존재이다. 나는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때로는 컴퓨터나 패드로 그림을 그리기도 한다. 하지만 역시 고전적인 방법이 더 익숙하고 좋은 것처럼 느껴진다. 왜냐하면 캔버스에 그려진 그림은 실질적인 형태를 띠고 있기 때문이다. 손으로 만지면 금방이라도 잡힌다. 또 연필로 스케치를 하고, 지우개로 선을 정리할 때도 거기에는 무언가 내 손이 닿은 듯한 ‘흔적’이 있다. 손이 닿아 물론 미다스처럼 모든 것이 갑자기 황금으로 변하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기에는 내가 그려낸 무언가가 분명 자기 고유한 색채를 가진 채로 존재한다. 그리고 그것은 분명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일 것이다.
소파에 여전히 누운 채로 눈을 감는다. 그리고 친구와 함께 미국에 놀러 갔던 경험을 퍼올린다. 우리는 모마 미술관과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 갔다. 나는 그곳에서 살바도르 달리의 금방이라도 녹아내릴 것 같은, 죽이 되어버린 흐물흐물한 시계에 대해서 생각한다. 그리고 프리다 칼로의 자화상에 대해 생각한다. 그녀는 스스로를 ‘남자’로서 정의하는 것의 일환으로 스스로 머리를 짧게 자르고 화면을 정면으로 응시하는 그림을 남겼다.
스스로가 자기 자신을 어떠한 식으로 정의하는가와 관련된 문제는 꽤나 복잡하지만, 그녀는 그것을 장황하고 어지러운 그림이 아닌 명쾌한 그림으로서, 머리를 짧게 자른 사신의 모습으로 표현하였다. 그리고 나는 친구와 함께 분명히 피카소의 작품들을 보러 갔었다. 피카소는 세계적으로 매우 유명한 예술가이지만,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 하나 있다면 바로 그의 여성 편력이 정말로 심했다는 사실일 것이다. 사실 나는 그 당시에는 그 사실을 잘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내 친구가 나에게 그 이야기를 해주었다. 분명 내 친구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피카소는 여성 편력이 정말로 심했어. 그래서 그런지 그는 미성년자에게 대시하기도 하고, 불륜을 하기도 하고, 결혼을 수도 없이 많이 했대.”
나는 그 사실을 듣고 꽤나 충격을 받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작품을 계속해서 보았다. 여성 편력은 대단했지만 그래도 예술 작품 하나는 정말로 잘하는구나 하고, 그의 작품 중에서 제일 유명한 작품을 하나 고르자면 스페인 내전을 다룬 「우는 여인」, 「게르니카」가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을 하며 잠시 기지개를 켜고, 누웠던 몸을 일으켜 세운다. 그리고 「우는 여인」에 대한 생각을 이어 나간다.
「우는 여인」은 피카소의 그때 당시의 애인인 도라 마르를 모티브로 한 입체 예술이 특징인 작품이다. 그림을 잘 보면 얼굴을 분해한 뒤 재조립한 것을 알 수 있는데, 쉽게 이야기하자면 얼굴과 손을 여러 시점에서 동시에 표현한 것을 의미한다. 이 그림은 여성의 눈물을 통해 스페인 내전을 비판하는 작품이다. 「게르니카」도 마찬가지로 당시 일어났던 나치 독일군의 폭격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다치고 희생되었던 것을 표현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