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귀가 없는 나의 초상화, 그리고 들뜬 친구
최종 국면 당시, 독일군은 스페인 게르니카 지역 일대를 1937년 4월 26일 24대의 비행기로 폭격했다. 그는 예전에 미리 의뢰를 받았지만 영감을 받아 「게르니카」를 그렸다고 한다.
지금까지의 그림들은 모마 미술관의 그림은 아니었고, 피카소의 그림중 가장 유명한 그림이었다.
내가 내 친구와 같이 보았던 그림은 「아비뇽의 처녀들」이라는 그림이었다. 모마 미술관은 미국 뉴욕 현대 미술관으로, 2층부터 5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5층은 비교적 현대의 작품들로 구성되어져 있다. 구체적인 연도로 이야기해보자면 1880년도에서 1940년도 정도의 기간. 그리고 「아비뇽의 처녀들」은 5층에 위치해 있었다. 그는 이 작품을 실제 바르셀로나의 아비뇽 인근 사창가 여성을 그렸다고 전해진다.
이 그림을 보고 친구가 떠올렸던 말이 내 머리를 맴돈다.
“있잖아, 이 그림을 보고 있으면 굉장히 당혹감을 느껴. 저기 저 사창가의 여인을 봐. 정면을 똑바로 응시하고 있어. 마치 우리 같은 관람자를 직접 마주하는 것처럼 말이야. 있잖아, 나도 저런 그림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어. 그게 언제냐 하면, 내가 정신적으로 무척 힘들었을 때야. 그럴 때마다 나는 위풍당당한 저 여인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되는 거 있지?”
하고, 웃으면서 흥미롭게 이야기하던 친구의 모습이 떠오른다. 나는 친구와 함께 그 작품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우리는 서로 가까이 붙어서 손으로 브이 모양을 했고 사진을 찍었다. 우리는 웃고있었지만, 왜인지 그 웃음은 조금 씁쓸해보인다.
그리고 나는 친구에게 부탁하여 살바도르 달리의 「기억의 지속」 앞에서, 그리고 빈센트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개인적으로 그 그림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때의 나는 지금에 비하면 미술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기에, 미술이 전공인 내 친구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다. 우리는 피카소의 작품을 모두 보고 난 뒤 모네의 「수련 연작」, 앤디 워홀의 「캠벨 수프 깡통」, 앙리 마티스의 작품, 그리고 샤갈의 작품을 보았다. 내 친구는 미술을 정말로 좋아해서 나에게 이리저리 떠들었던 게 생각난다. 나는 미술에 관해 많은 지식을 가지진 않았지만 — 물론 그 시절에도 그림 그리는 것은 좋아했다 — 친구가 들뜬 모습을 보니 나도 덩달아 들떴던 것이 기억난다.
눈을 다시금 감고 그때의 밝았던 친구의 모습을 떠올려본다. 그 친구가 그려준 나의 모습을 떠올려본다. 왜인지 작품을 다 감상하고, 우리는 6층에 있는 테라스에서 간단하게 무언가를 먹기로 했다. 우리는 맥앤치즈와 로스트 비프 샌드위치를 시키고 약간의 모히또를 시켰다. 음식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걸렸으므로, 우리는 무언가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친구가 먼저 말을 걸었다.
“오늘 작품들 어땠어? 마음에 와닿는 거 있었어?”
나는 이렇게 답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살바도르 달리의 「기억의 지속성」이라는 작품이 좋았어. 흐물거리는 시계가 꽤나 몽환적으로 느껴졌거든.”
그 말에 친구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이렇게 답했다.
“그렇지? 나도 처음에 그 그림을 보았을 때 흐물거리는 시계가 우리의 무의식의 영향을 나타내 주는 것 같아서 신기하고 몽환적이게 느껴졌거든. 그리고 그 그림에서 또 특이한 점은, 바닥을 기어다니는 개미 떼의 모습이야. 카탈루냐의 해변을 배경으로 하지만, 그 속에 등장하는 요소들은 굉장히 비현실적이지. 그림은 달리 본인의 무의식과 프로이트의 심리학, 그리고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의 영향을 반영 하기도 해.“
나는 친구의 말을 듣고 그림을 새로운 측면에서 다시 한번 생각 할 수 있게 되었다.
시계가 녹아 내리는 모습은 시간이 절대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부정 한다. 시간은 애초부터 인간이 만들어낸 하나의 개념일 뿐, 절대적 적이지 않다는 것을달리는 이 그림을 통해 보여 주었다. 시간은 주관적이며 흐르는 힘인 유동성이 있다.
그 생각을 하면서 나는 녹아 내리는 시계를 생각했다. 그리고 녹아 내리는 나도.
그리고 친구는 이렇게 이야기 했다.
“사실 달리는 이 그림을 녹아내리는 카망베르 치즈를 보고 영감을 얻어서 그리게 되었대. 카망베르치즈가 식탁 위에서 녹아 내리는 모습을 한번 생각해 봐.
그 치즈는 마치 그가 그린 시계처럼 흐물흐물하게 녹아가고 있는 거야.
더 이상 그치즈는 고체가 아닌 거지. 유동성을 가진 음식이 되는 거야.“
그 이야기를 하면서친구는 흥미로운 주제를 낚은듯한 표정을 지으며 사색에 잠겼다.
그리고 잠시후 친구는 이렇게 이야기 했다.
“있잖아,내가 여러 작품을 보면서 느낀 건데..“
친구는 굉장히 뜸을 들이며 이야기 했다.
무언가 중요한 일이 있는 것인지 혹은 이야기 하기 어려운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친구가 뒷 문장을 말하기까지 시간이 꽤나 걸렸다.
“마침 지금 빈 종이랑 붓, 그리고 물감과 펜이 있는데, 내가 너의 초상화를 그려봐도 될까?”
친구는 내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빙긋 웃었다. 내 친구는 미술 전공이었으므로 아마 이런 작품들을
보면 자신의 그림에 관해 영감을 얻는 타입인지도 모른다. 나는 당연히 허락했다.
친구는 내 말에 빙긋 웃으며, “고마워! 내가 본 너의 모습을 한번 내 방식대로 표현해볼게.”라고 말했다.
친구는 먼저 흰 종이에 내 얼굴을 스케치하기 시작했다. 부드럽고 바른 손동작으로 얼굴의 윤곽을 그려내기 시작한다. 선은 부드러운 곡선이었다. 그리고, 얼굴과 목, 그리고 어깨까지 부드러운 손놀림으로 주저하지 않고 빠르게 그려나간다. 순식간에 윤곽이 완성되었다.
나는 그때 빨간 스웨터에 청색 진을 입고 있었으므로, 친구는 그런 나의 옷차림을 묘사했다. 꽈배기 모양의 스웨터를 숙련된 실력으로 재빠르게 그려나간다.
날쎈 다람쥐처럼, 완성된 스웨터는 빨간색 물감으로 살짝 명암을 준다. 그 뒤로는 눈, 코, 입을 순서대로 그린다. 난 쌍꺼풀이 짙은 편이기에 친구는 쌍꺼풀이 짙은 내 눈을 묘사했다. 입술을 삐죽 튀어나오게 한 채로, 나를 뚫어져라 바라보면서, 속눈썹은 한올한올 위로 향하게끔 자연스럽게, 동공은 크고 검정빛이 돌도록, 코는 높게 그리되 콧볼은 조금 넓도록, 그리고 입술은 두껍게.
여기까지 그리고 난 뒤 나는 친구에게 물었다.
“이제 다 그린 거야?”라고. 그렇게 말하는 찰나, 갑자기 웨이터가 나타나 우리가 방금 전에 시킨 맥앤치즈와 로스트 비프 샌드위치그리고 모히또를 가져다주었다. 우리는 너무 배가 고팠으므로 허겁지겁 밥을 먹고 굶주린 배를 채웠다. 그때는 너무 배가 고팠어서 그 그림이 주는 진정한 의미를 알지 못했다.
친구와 밥을 다 먹고 헤어지고 집으로 돌아올 때가 되어서야 나는 그 초상화의 진정한 의미를 알게 되었다.
이 초상화에는 귀가 없다. 눈, 코, 입, 심지어 머리카락과 옷까지 섬세하게 그려져 있지만 이상하게도 귀가 그려져 있지 않다. 아마 밥이 나오기 전 급하게 그리느라 까먹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나는 왜인지 내 친구가 일부러 귀를 그리지 않았다고밖에는 생각할 수가 없었다.
그림속의 나는 정면을 응시하고 있었고, 정면을 응시하고있는 ‘나’는 여기에 있는 ‘나’와 무척 닮았지만, 무언가 중요한것이 없어보이는 느낌이었다. 나라는 사람 만이 가지고 있는 무언가, 그리고 그 그림에는 귀가 없었다.
그리고 나중이 되어서야 알았다. 우리가 본 「별이 빛나는 밤」의 작가인 빈센트 반 고흐가 자신의 손으로 직접 귀를 잘랐다는 사실을. 그렇게 생각하니까 서로 일종의 연관성이 생기게 되었다.
내 친구가 나에게 준 초상화는 아마도 빈센트 반 고흐의 초상화를 오마주한 걸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 기억은 벌써 5년전의 기억이다. 사실 기억이 조금 흐릿해지고있다. 시간이 많이 지난 탓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