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환상을 보다

나비가 날아 다니는 신기한 카페와 비밀을 숨긴 ‘너’ 의 고백

by Norturne

우리는 꽤나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다. 그러니까, 뭐라고 하는 게 좋을까. 내 친구의 전공은 미술이었다. 내 친구는 5년 전쯤, 우리가 미국으로 여행을 다녀오고 나서 나에게 알려줄 사실이 있다고 하며 비밀스럽게 나를 불렀다.


우리는 집 근처의 어느 카페에서 만났다. 그 카페는 굉장히 앤티크하고 고풍스러운 느낌이 많이 드는 곳이었다. 그리고 손님도 우리밖에는 없어서 매우 조용했다. 시간이 정지한 공간이라는 느낌이 있었다. 시간이 완전히 멈춰버려서, 나와 친구 외에는 아무도 없는 것 같이 느껴졌다. 우리는 둘 다 쓴 음료를 별로 좋아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코코아와 말차 음료를 주문했다. 딱히 디저트는 별로 먹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내 친구가 웃으면서 “이런 곳에 왔는데 한번 먹어봐야지.”라고 이야기했기 때문에 우리는 치즈케이크를 시켰다.


밖에서는 눈이 내리고 있었다. 그때는 우리가 미국에 갔었을 때와 똑같은 날씨였다. 영하 4~5°C의 추운 날씨, 손이 얼어가고 몸이 떨릴 정도의 한기. 그에 반해 앤티크한 카페 내부는 온실처럼 매우 따뜻했다. 이곳은 정말로 특이하다. 마치 체인점 같은 곳이 아니라 개인이 자신의 취향을 가득 담아 꾸며놓아 운영하는 곳처럼 느껴졌다.


내부에는 식물이 가득했고 꽃 냄새가 가게를 가득 채웠다. 이름은 제대로 알 수 없었지만, 잎이 엄청 큰 식물들부터 잎이 작은 식물들, 다육이, 그리고 선인장, 심지어 꽃들도 있었다. 그리고 이곳의 가장 특이한 점은 나비가 한 마리 날아다닌다는 것이었다. 여러 마리도 아니고 딱 한 마리였다.


아마도 이곳의 점원이 데려온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날개의 무늬가 무척 아름다운 나비였다. 보라색과 파란색이 섞인 것처럼 느껴지는 절묘한 색들. 아마 나비가 먹을 꿀 때문에 이곳에 꽃이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굉장히 많이 들었다. 나와 친구는 나비에 대해 이야기했다. 치즈케이크를 먹으면서. 친구가 먼저 치즈케이크를 포크로 집어서 가져갔다. 친구는 입에 케이크를 넣으며 우물우물거리며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있잖아, 어 그거 알아? 나비는 신생대부터 살아왔어. 신생대라고 하면 얼마나 먼지 잘 알기 힘들지도 모르겠지만, 공룡이 중생대에 살았다고 하면 어느 정도 감이 올까? 신생대는 중생대 다음의 시기였어. 그 정도는 너도 잘 알고 있지? 학교 과학 시간에 배웠으니까.”

나는 과학 시간에 배웠던 각 시대별 유적에 대해서 생각한다. 각 시대별 유적 중에는 암모나이트와 비슷한 것들, 그리고 고사리 화석들이 있었다. 물론 그중에서 가장 흥미로운 건 단연 공룡이지만. 나는 내 친구에게 이렇게 이야기했다.


“나비가 신생대에 살았다니, 좀 놀랐어. 우리보다도 훨씬 더 옛날에도 살아왔구나. 역시 생명은 생각보다 더 신기해.”

이렇게 이야기하는 나를 보고 내 친구는 빙그레 웃었다. 내 친구는 보조개가 있어서, 웃는 모습이 매우 예쁜 친구이다. 친구는 무슨 재미있는 주제를 발견한 사람처럼 이렇게 말했다.

“맞아. 나비는 우리보다 훨씬 더 옛날에 살았지. 그리고 예전부터 사람들은 나비를 보고 ‘영혼’을 상징한다고 믿었대. 그래서 저승과 이승을 이어주는 매개체로 사용되었다고 해. 그리고 나비 중에서도 특히 흰색 나비는 죽은 사람의 영혼을 상징하는 동물로 등장하기도 하지. 어때, 신기하지 않아?”


나는 친구가 이야기한 것을 듣고 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멕시코의 ‘죽은 자들의 날’이 떠올랐다. 죽은 영혼에 관련된 이야기를 해서일까? 왜인지 죽은 영혼들이 이승에 내려오는 장면이 떠올랐다. “그리고 나는 친구에게 이렇게 이야기한다. ‘그 이야기 좀 슬프다. 영혼을 상징한다니, 좀 슬픈 것 같기도.’” 친구는 이 말을 듣고 이번에는 소리를 내서 크게 웃었다.


“하하, 그렇긴 하지. 근데 내가 너에게 말해주고 싶은 건 이게 아니었어. 나비가 지금까지 이렇게 오랫동안 살아올 수 있었던 이유. 어때, 궁금하지 않아?”

친구의 눈이 밝게 빛났다. 친구는 내 코코아를 뺏어서 한입 마신다. 내 친구는 자주 이런다. 나는 궁금하다고 이야기했다. 그렇게 말하니, 내 친구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건 바로 나비의 날개 때문이야. 나비의 날개는 정말로 커. 나비의 몸에 비해서 말이지. 나비의 날개는, 물론 눈으로 보면 알겠지만, 넓고 얇으며 가볍기까지 하지. 그래서 질량 대비 표면적이 매우 크기 때문에, 힘을 많이 들이지 않고도 저속 저고도 비행이 가능해. 어때? 나비의 진화 메커니즘, 정말로 신기하지 않아?”

친구는 내 손을 확 잡으며 말했다. 내 대답을 기다리는 것처럼.


“정말 나비는 신기한 것 같아. 아마 나비는 천적을 피하기 위해 날개를 이용해 비행 능력을 가지게 된 걸지도.”

내 친구는 세게 잡았던 내 손을 조금 느슨하게 한다. 그리고 말한다.

“그리고 몇몇 나비들은 독을 가지고 있기도 하지. 맹독을 가져서 천적에게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내 친구는 그렇게 이야기한 뒤 날아다니는 나비를 바라보며 조금 가라앉은 기분으로 이렇게 말했다.

“있잖아, 나비를 보고 있자면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기분이 들어. 그렇지 않아?”


나는 그 말에 “우리 어제까지 미국에 있었잖아? 하지만 그래도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아.”라고 말한다.

“응, 요즘 좀 힘든 것 같아. 이제 막 어른이 돼서, 주변 사람들은 모두 다 든든한 것 같이 보이는데…”

나비는 더 이상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지금까지 바라본 너의 모습을 봤을 때, 넌 정말로 대단했고…”


친구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나는 이렇게 덧붙인다.


“있잖아, 나는 너를 정말로 좋아해. 왜 나는 이렇게 마음이 격동적인 건지, 나도 잘 모르겠어.”

그렇게 말하던 친구의 모습이 떠오른다.

“너는 할 수 있는 걸 다 한 것 같아. 너무 무겁게 생각하지 말고 조금 내려놓는 게 어때? 혹시라도 힘든 일이 있다면 모두 나에게 털어놓아도 괜찮아. 네가 가지고 있는 어둠과 사연이 무엇이든지 내가 다 포용할게.”

친구는 가끔 이럴 때가 있다. 이럴 때마다 나는 가슴이 너무나도 아프다. 그리고 친구는 잠시 후 나에게 말한다.


“지금은 마음의 준비가 안 된 것 같아. 나중에 이야기해줄게.”

나비가 팔랑거림을 멈출 수 있는지 잘 모르겠다. 눈을 꿈벅거리니 나비는 다시 날아다닌다.


“내가 언젠가 준비가 된다면…”


그렇게 말하자, 나비는 팔랑거림을 멈추었다. 분명히 멈추었다. 내 친구는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이 내 손을 잡으며, 이젠 나가자고 말한다. 우리는 둘 다 너무 추웠으므로 롱패딩을 입고 있었다. 우리는 옷을 주섬주섬 입으며, 가게 점원에게 인사를 하고 밖으로 다시 나갔다. 가게 내부는 무척이나 따뜻한 온실이었지만, 밖으로 나가니 눈이 펑펑 내리고 있었다. 우리는 손을 벌려 눈을 맞았다.


나는 빨리 오라는 친구의 투정 섞인 모습을 보자 물밀듯 알 수 없는 감정을 느꼈다. 도대체 너는 어떤 것을 보고 있는 걸까. 내가 보지 못하는 무언가를 보고 있는 걸까. 난 너에게 온전히 다가갈 수 없는 걸까. 우리는 꽤나 오래전부터 쭉 친구 사이였다. 나는 말할 수 없는 비밀까지도 공유했다. 만약 네가 끝도 없는 어둠을 보고 있다면, 내가 그 어둠을 조금 덜어줄 수는 없는 걸까 하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 친구는 나에게 그럴 틈을 전혀 주지 않는다. 하지만 내 친구니까 그런 면도 이해한다. 친구는 나에게 손을 내민다. 그리고 우리는 주머니에 손을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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