눕방 아니고 눕쓰를 하는 중입니다
나는 지금 조금 거만한 자세로 글을 쓰고 있다. 신성한 글쓰기를 누워서, 그것도 핸드폰으로 하고 있으니 말이다.
근무시간이 길어지자 지친 몸을 일으켜 글을 쓰기가 부담스러웠다. 소파가 머리채를 당기는 듯한 기분이었다. 하루 이틀 미루게 되니 글쓰기는 점점 멀어졌다.
운동을 다녀 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일주일 넘게 미루게 되면 영영 쉬게 된다. 결국은 사물함의 운동화까지 빼는 게 정해진 수순이다.
그리고 멀어진 거리만큼 자신감은 떨어진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글쓰기와 나 사이에 거리를 좁힐 필요가 있었다. 글쓰기가 하루의 힐링이자 휴식이 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쓰는 행위가 조직생활과 책임감에 절여진 나에게 임금님의 대나무 숲이나 달달한 초콜릿케이크가 되었으면 한다.
퇴근 후 또 다른 과제가 아니라 내 숨구멍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누워서 초안을 쓴다. 또한 글의 길이도 대폭 줄였다. 작가도 독자도 피곤하지 않게.. 그리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퇴고도 요즘은 누워서 한다. 퇴고는 늘 즐겁다. 마치 최선을 다해 시험을 마치고 여유롭게 결과를 기다리는 수험생이 된 느낌이다.
사실 업무시간이 길어진 만큼 글을 쓸 시간과 체력은 줄어들었지만 글감은 늘어난 게 사실이다.
글감은 쌓여가는데 쓸 시간이 없다. 아니, 마음의 여유가 없다는 표현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글감이 풍부해졌다는 것으로 위안을 삼아야 될까.
오늘도 가족을 위해서, 나를 위해서 조직생활과 글쓰기 사이에서 줄타기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