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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70대 아버지의 눈물
후회는 늘 한걸음 늦다
by
글쓰는 오데트
Jun 22.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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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너희 아빠가 전화 왔는데 어젯밤에 티브이를 보고 밤 새 울었단다.”
“왜? 뭘 봤는데?”
“어떤 사람이 나왔는데 , 직업도 번듯한 데다 홀아비가 되어 자식들과 손녀까지 어찌나 잘 챙기는지, 자기가 살아왔던 삶이랑 비교가 되어 너무 후회스러웠다네.
:
아빠는 사주에 있다는 다섯 개의 역마살을 증명하듯 늘 집 밖에 있는 사람이었다.
젊었을 때는 사업을 한다는 이유로 전국을 떠돌았고, 머리에
새
하얀 서리가 앉은 지금도 굳이 1시간 거리의 양산 시골집에서 잠을
청하신다.
내가 기억하는 아빠는 무서운 사람은 아니었으나, 그렇다고 따뜻하게 한번 안아주는 법이 없었다.
한 달에 한 번 아빠가 집에 들어오시는 날은 종종 돈문제로 엄마와 언성을 높이곤 했다.
가끔 가족끼리 외식을 하는 날에도 늘 식사를 먼저 하시곤 바쁜 일이 있다며 사라지곤 하셨다.
20년이 넘게 아빠가 크고 작은 사고를 터뜨리는 통에, 엄마는
거친 시장바닥에서 외할머니 장사를 도우며 생업을 이어갔다.
지금도 엄마는 말씀하신다.
“그때 내가 먹고 산다고 장사를 안 했으면 너한테 조금 더 신경을 썼을 텐데. 그러면 네 성적이 그렇게 떨어지지도 않았을 거고.”
“그때 수학 과외라도 시켜줄걸 지금도 후회된다.”
“네 아빠는 30만 원을 갖다주고 60만 원을 가져가는 사람이었어.”
“그때 네 아빠가 외할머니한테 빌린 돈을 갚지 못해 평생 죄인으로 살았다.
"
나는 알고 있다. 엄마도 원래부터 억척스러운 사람은 아니었음을.
그리
고 엄마가 신경 쓰지 못해 내 성적이 떨어진 것도 아니라는 것.
그리고 지금, 나는 엄마가 되어 매일 몸으로 느끼고 있다.
한 가정을 꾸려 자식을 먹이고 입히는 일이 얼마나 고된 일인지.
살아내느라 키워내느라 버텨내느라
고
생한 엄마의 두터운 손을 보니 눈앞이 흐려진다.
이젠 내가 받은 사랑을 돌려드릴 차례이다.
못다 드린 사랑으로 후회가 오기 전에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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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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