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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오데트 Oct 15. 2024

미래를 알려 드립니다

선택 그리고 불안

"나쁜 요정은 공주에게 저주를 내렸어요. 공주는 아름다운 숙녀로 자라지만 16세 생일에 물레에 찔려 죽게 될 것이라고 말이죠."


어릴 적부터 생각이 많았던 나는 종종 이런저런 상상에 빠지곤 했다.

‘만약 나에게 미래를 알 수 있는 초능력이 생긴다면?’

미래에 오를 땅이나 주식을 사서 부자가 되는 흐뭇한 장면이 먼저 떠올랐다.

하지만 곧바로 떠오르는 부정적인 생각들.

‘나의 마지막 날을 알게 된다면?’

‘닥쳐올 불행을 볼 수 있다면?’




그건 끔찍한 저주에 가까울 것이다.

마치 나쁜 요정의 저주에 떨며 16세 생일날을 기다리는 공주처럼 말이다.

우리는 매년 신년 운세를 보고 나의 한 해를 예견한다. 때로는 용하다는 무속인에게 나의 미래를 묻기도 한다.

부끄럽지만 천주교 신자인 나조차도, 이리저리  답을 묻기 위해 기웃거린 적이 있다.




하는 일마다 꼬일 때, 실타래처럼 얽혀버린 시련의 답을 외부에찾고자 했다.

사실 그들에게 물어 속 시원 해결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편하고 합리적인 방법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문제는 내가 원하는 대답을 듣지 못했을 때, 좋지 않은 이야기를 들었을 때이다.




원하는 답을 들을 때까지 답정너의 방황은 계속된다.

그의 입에서 좋은 이야기가 나올 때까지, 기어코 듣더라도 찜찜함은 떨칠 수가 없다.

사실 모든 선택에는 불안과 위험요소가 따른다. 우리는 때때로 후회할 선택을 할지도 모른다.

내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만나 무력감에 빠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인생의 굴곡에서 내가 해야 할 일은 남에게 미래를 묻는 게 아니다.

내 선택을 믿고, 그 리스크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풀리지 않는 문제 앞에서 우는 게 아니라, 내가 할 수 있는 것만 하고 내 힘으로 바꿀 수 없는 부분에 힘들어하지 않는 것이다.




좋은 생각을 하고, 산책을 하며, 일상을 살아가는 것이다.

보드라운 바람을 느끼며 떨리는 나뭇잎 바라보기, 중심을 단단히 잡고 두 다리로 버티기.

그러다 보면 이 지독한 시련도 지나가지 않을까.

지금 슬퍼하는 그대도 너무 힘들어하지 않기를. 내 탓이 아니다. 당신 탓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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