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록맘 Oct 17. 2024

6화. 육아의 양면성

영재의 육아일기

초록이를 키우다 보면 예상을 벗어나는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어린이집에 가고 나서는 낮잠을 자는 일이 거의 없을 정도로 에너지를 풀가동해 무언가에 몰두했고,


계곡 등 대자연을 처음 겪을 땐 물소리며, 이끼며, 벌레며 감각을 통해 들어오는 모든 정보가 너무 크고 자극적인지 고목나무의 매미처럼 엄마, 아빠 바짓가랑이를 붙들고 떨어지지 않은 적도 있었다.


요즘 흔히들 하는  책육아를 할 때도 유튜브나 육아서의 가르침이 하나도 들어맞질 않았다.


누구나 어릴 때 한번쯤 읽는다는 전래동화는 결말이 너무 뻔하고 시시하다며 싫어했다.


왜 항상 토끼나 여우는 꾀가 많고 늑대는 간사한지 여리고 조그마한 입으로 따져 물을 때면 어이없고 기가 막히기까지 했다.


아는 단어도 몇 개 없는 5살 아이가 떡하니 어른이나 읽는 과학잡지를 펼쳐서 설명을 요구했는데 설명을 해주다가도 과연 이걸 이해나 할까 싶어 몇 번이나 확인한 적도 있다.

사실 그때는 어린아이가 웬 허세인가 싶기도 했다.


모르는 단어가 한 문장에 네댓 개 있는 글을 읽어 달라고 하면서 단어 뜻을 일일이 물어본 적도 있는데 참을성 없는 엄마는 그 시간이 곤욕스럽기까지 했다.

육아서엔 분명히 엄마와 아이의 유대감이 높아진다고 했는데 엄마와 아이의 알콩달콩한 모습은커녕 예민함으로 무장한 신경전으로 끝을 맺곤 했다.


누군들 안 그렇겠냐마는 그래도 나는 이런 초록이가 뻔하지 않아서 재밌다.


누구는 자식의 마음이 너무 예뻐서 뭉클 할 테고, 누구는 야무지게 자기 일을 잘 해내는 똘똘이, 똑순이라 믿음직스러운 맛에 아이를 키울지도 모르겠다.


초록이는 고지능이긴 하지만 똑똑함의 차원으로 가늠이 안 되는 경우가 더 많다.


고지능자의 부모들은 하나 키우느라 둘째를 낳을 여력이 없었다고 말하면 그 말을 찰떡같이 알아듣고 웃음을 터뜨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초록이의 엄마인 것이 다행이다. 뻔한 것에 실증을 잘 느끼는 내가 평탄하게만 아이를 키웠다면 지루함에 오히려 심한 우울감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신이 나의 이런 특성을 잘 알고 고맙게도 우리 초록이를 보내주신 건 아닐지..



작가의 이전글 5화. 약수는 신비로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