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졸업 후 어떤 과를 선택해야 할지 앞길이 막막한 신규 간호사였다.
널스케입과 교차로를 뒤적뒤적 하던 중 C 병원 정신 병동 신규 간호사 모집공고에 끌려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나는 즉시 간호과 담당자와 전화를 하고 서류접수를 하였다. 그리고 며칠 뒤 면접일 아침 " 난 Pretty Girl ~ 어디서나 당당하게 걷기" 카라의 신나는 음악과 드라이기 소리가 문틈으로 흘러나온다.
택시를 타고 나는 눈을 감는다 "학생~다 왔어" 소리에 눈을 뜨고 밖을 보니 창밖으로 파란 하늘과 층층이 창문 밖에 가느다란 창살이 보였다.
햇빛에 반사되어 있는 창에 서 있는 한 여자와 눈이 마주친 나는 죄라도 지은 듯 황급히 눈을 피해 고개를 더 들어 더 높은 하늘을 바라보았다.
휴~~~
나의 깊은 한숨이 주차장을 가득 채우는 사이 머릿속에는 '나 괜찮겠지? 여기서 돌아갈까?'라는 생각과 함께 나는 병원 로비를 향해 걸어 들어가고 있었다.
"아니야, 해보는 거야! 도전!" 자기암시를 입 밖으로 내뱉는 사이 복도 끝으로 구두 소리는 희미해지고 있었다.
쿵! 면접실의 문 닫히는 소리
"K씨 자기소개해 보세요" "정신과 근무해 보셨나요?" " 쉽지 않은 선택인데 "
"그냥 하려면 오래 못 버텨요"
4명의 면접관의 질문 속에 조용히 입을 떼고 대답하기 시작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올해 졸업한 신규 간호사 K입니다. 정신과는 실습 외에 근무 한 적도 현재 어느 병원도 가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정신과 환자와 제가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하고 어떤 생각 마음을 갖고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지 궁금한 호기심에 왔습니다. 제가 어느 걸 잘하는지 어떤 과와 맞는지도 몰라서요"
“그리고 분명한 건 정신과가 좋고 어떤 곳인지 궁금해서 지원했습니다”
"근데 여기 신규 간호사 뽑는 거 아닌가요?"라고 나는 당차게 이야기했다
"네 맞아요" "근데 왜 근무해 봤냐고 물으시는 거죠?"라고 되묻는다
이런 당당함과 당돌함인지 1주일 뒤 합격이 되었다.
축 합격 K 간호사는 0월 00 일까지 건강검진 및 서류를 제출하세요 - C 병원-
1주일 뒤 처음 출근하는 아침. 행복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준비를 시작하였다.
첫 발령지는 c 병원 5병동
"저리 가세요~병실로 들어가세요" 하며 큰 목소리와 함께 모세의 기적이 일어났고 쇼트커트에 배 바지를 입은 여성이 내 옆에 와 팔짱 끼며 "언니 몇 살? 신규야? 나는 김 00이야" "언니 이름 뭐야?" 쉴 새 없는 질문에 이미 정신을 반쯤 나간 상태로 병동 안에 들어가게 되었다.
" 이쪽으로 들어오세요" 중저음 목소리가 나를 깨웠다.
나는 보호사님의 안내에 따라 간호 과장실로 들어갔다. "K 간호사 처음이라 어색하고 정신없었죠?" " 여기가 어떤 곳인지는 알고 왔죠?" 깡마른 모습에 날카로운 턱 선의 간호과장과 뭐든지 포용할 수 있어 보이는 후덕한 외모의 수간호사 선생님이 나를 웃으며 반겨 주었다.
짧은 병동 OT과 함께 나의 정신 병동생활은 시작되었다.
면접 보러 오던 날 창밖으로 나와 눈 마주친 한 여자가 자꾸 궁금했다. 누굴까? 무엇 때문에 여기 왔을까?
궁금한 건 못 참는 나는 밖에서의 창문 방향의 병실 문을 열어보았다 . 다행히도 가까운 곳 바로 501호 창가에 침대가 있었다.
방을 들어가니 그 때 나와 눈마주쳤던 창문 밖을 바라보고 있는 한 여자가 눈에 띄었다. 바로 나와 눈을 마주친 그 여자였다.
궁금했다. 왜 저 창문에서 무엇을 보고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누굴 기다리고 있는건지 이러한 궁금증으로 나의 정신 병동 5병동 생활이 시작되었다.
# 의사를 사랑한 60세 소녀
"호섭 씨 오셨어요? 하루 종일 일하시느라 고생하셨어요"
"식사 준비 금방 돼요 욕실에 물 받아놨으니 얼른 씻고 오세요" 복도에서 다정한 대화가 흘러나온다
무언가 끌리듯이 따라가 보니 그곳은 바로 501호. 내가 궁금해하는 그녀의 방이었다.
이름 : 최@@
나이 : 만 60세
특징 : 170cm 큰 키에 허리까지 오는 검은색 긴 생머리, 분홍색 원피스에 환자복 바지 입고, 늘 창가를 바라보며 누군가와 대화하는 모습임
내가 아는 그녀의 정보였다.
그날도 역시 햇살 잘 드는 창가에 서서 혼자 중얼거리고 있었다
"안녕하세요~최@@님 잘 주무셨어요?" 인사를 건넸지만 묵묵부답이었다.
"창밖에 누가 왔어요? 호섭 님이 누구?" 말을 다 하기도 전에 무섭고 싸늘함이 느껴지는 그녀의 눈과 마주치게 되었다.
등골은 오싹했고 식은땀과 동공이 심하게 흔들렸다. 솔직히 나는 너무 무서웠다.
"야! 너 누군데 우리 호섭 씨를 알아! 아~~자세히 보니 너 지난주에도 우리 집(병원) 화단 앞에서 얼쩡거리더니, 너구나! 우리 호섭 씨 따라다닌다는 그 스토킹!"
그제야 눈이 번쩍! 머리가 띵했다. 그때 나와 눈을 마주친 그녀가 맞았다. 나를 본 것이구나
"최@@님, 신규 간호사님이잖아요"라는 굵은 목소리의 보호사님이 달려오시면서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
"조금만 늦었어도 간호사님 머리채 잡힐 뻔했어요."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절대 혼자 병실로 가지 마세요 병동 라운딩은 가시려면 저의 보호사와 꼭 동행합니다"라고 신신당부를 하셨다
병실을 나와 나는 간호사실로 향하여 최 님의 차트를 열어 보았다.
일명 Histoty (환자의 지나온 과거력)를 쭉 살펴보았다. 충남 부여 태생으로 대학생 cc로 만나 5년 연애 끝에 결혼을 약속한 약혼남과 파혼 후 여러 차례 자해와 자살 시도를 하였고 거식증과 우울증까지 겪으면서 나이는 60세가 되어있는지 모른 채 그녀의 기억은 꽃다운 나이 26살에 멈춰 있었다.
그 이후 결혼식 한 걸로 기억하여 병원 오기 전까지 늘 같은 시간 배웅하고 밥을 하고 간식을 차리고 저녁을 짓는 일과가 시작했다고 한다.
그녀의 하루 중 가장 밝고 행복해하며 예뻐지는 시간!
바로 9시 주치의 회진시간이었다. 그 이유는 그 호섭 씨가 주치의 담당 의사선생님이었던 것이다.
"회진 시간입니다. 자리에 앉아주세요~" 우렁한 보호사님의 목소리가 들린다.
바빠지고 분주해하며 어쩔 줄 모르는 그녀의 모습이다.
아까의 무서운 눈빛은 온데간데없고 신부처럼 밝고 순수한 소녀의 모습으로 돌아가 다소곳이 앉아 있었다.
심지어 노래도 흥얼거린다. "청바지가 잘 어울리는 나~~김치볶음밥을 먹어도 배 안 나오는 나~"맙소사
직접 개사까지 해서 흥얼거리면서 그녀는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나도 그 모습에 웃음이 지어졌다.
"여보~~오셨어요? 저 오늘 어때요? 준비한다고 했는데" 하면서 수줍은 모습 속에 나도 설렘과 행복이 느껴져서 바라보면서 피식하고 ~웃음이 흘러 나왔다.
어린아이나 어른이나 마음의 상처를 입은 그녀나 다 같은 사람이었던것이었다. 사랑받고 예뻐 보이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웠다. 그토록 멈춰버렸으면 했던 34년 전 그때가 그녀의 기억 속엔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던 것일까? 그 모습을 보면서 나는 과연 언제가 가장 행복했을까? 잠시 사색이 잠겨보았다. 신나고 행복한 그녀의 모습에 시간에 쫓겨 무엇이 행복한지 모르고 지나치는 나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으악~보호사님 " "저 좀 살려주세요"
나는 화장실 밖으로 전달하기 위해 더 크게 외쳤다. "보호사님!~~~~~"
병동 안 여자 화장실 문 위로 차가운 물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누군가가 양동이에 물을 받아 퍼부었다. 그녀였다. "너지? "너였어? 우리 호섭 씨가 3일째 집을 안 와" "어디로 빼돌린 거야?" 주치의는 3일간 세미나를 간 상태였다.
나는 병동 입사 1주일 만에 화장실 안에서 물벼락을 맞았다. 그리고 그 후 나는 그녀의 행복한 기억을 지켜주기 위해 24살 아기가 셋 아줌마 간호사가 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