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를 사랑한 60세 소녀

by 이쁜도영

"호섭 씨 오셨어요? 하루 종일 일하시느라 고생하셨어요"

"식사 준비 금방 돼요 욕실에 물 받아놨으니 얼른 씻고 오세요" 복도에서 다정한 대화가 흘러나온다

무언가 끌리듯이 따라가 보니 그곳은 바로 501호. 내가 궁금해하는 그녀의 방이었다.

이름 : 최@@

나이 : 만 60세

특징 : 170cm 큰 키에 허리까지 오는 검은색 긴 생머리, 분홍색 원피스에 환자복 바지 입고, 늘 창가를 바라보며 누군가와 대화하는 모습임

내가 아는 그녀의 정보였다.

그날도 역시 햇살 잘 드는 창가에 서서 혼자 중얼거리고 있었다

"안녕하세요~최@@님 잘 주무셨어요?" 인사를 건넸지만 묵묵부답이었다.

"창밖에 누가 왔어요? 호섭 님이 누구?" 말을 다 하기도 전에 무섭고 싸늘함이 느껴지는 그녀의 눈과 마주치게 되었다.

등골은 오싹했고 식은땀과 동공이 심하게 흔들렸다. 솔직히 나는 너무 무서웠다.

"야! 너 누군데 우리 호섭 씨를 알아! 아~~자세히 보니 너 지난주에도 우리 집(병원) 화단 앞에서 얼쩡거리더니, 너구나! 우리 호섭 씨 따라다닌다는 그 스토킹!"

그제야 눈이 번쩍! 머리가 띵했다. 그때 나와 눈을 마주친 그녀가 맞았다. 나를 본 것이구나

"최@@님, 신규 간호사님이잖아요"라는 굵은 목소리의 보호사님이 달려오시면서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

"조금만 늦었어도 간호사님 머리채 잡힐 뻔했어요."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절대 혼자 병실로 가지 마세요 병동 라운딩은 가시려면 저의 보호사와 꼭 동행합니다"라고 신신당부를 하셨다

병실을 나와 나는 간호사실로 향하여 최 님의 차트를 열어 보았다.

일명 Histoty (환자의 지나온 과거력)를 쭉 살펴보았다. 충남 부여 태생으로 대학생 cc로 만나 5년 연애 끝에 결혼을 약속한 약혼남과 파혼 후 여러 차례 자해와 자살 시도를 하였고 거식증과 우울증까지 겪으면서 나이는 60세가 되어있는지 모른 채 그녀의 기억은 꽃다운 나이 26살에 멈춰 있었다.

그 이후 결혼식 한 걸로 기억하여 병원 오기 전까지 늘 같은 시간 배웅하고 밥을 하고 간식을 차리고 저녁을 짓는 일과가 시작했다고 한다.

그녀의 하루 중 가장 밝고 행복해하며 예뻐지는 시간!

바로 9시 주치의 회진시간이었다. 그 이유는 그 호섭 씨가 주치의 담당 의사선생님이었던 것이다.

"회진 시간입니다. 자리에 앉아주세요~" 우렁한 보호사님의 목소리가 들린다.

바빠지고 분주해하며 어쩔 줄 모르는 그녀의 모습이다.

아까의 무서운 눈빛은 온데간데없고 신부처럼 밝고 순수한 소녀의 모습으로 돌아가 다소곳이 앉아 있었다.

심지어 노래도 흥얼거린다. "청바지가 잘 어울리는 나~~김치볶음밥을 먹어도 배 안 나오는 나~"맙소사

직접 개사까지 해서 흥얼거리면서 그녀는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나도 그 모습에 웃음이 지어졌다.

"여보~~오셨어요? 저 오늘 어때요? 준비한다고 했는데" 하면서 수줍은 모습 속에 나도 설렘과 행복이 느껴져서 바라보면서 피식하고 ~웃음이 흘러 나왔다.

어린아이나 어른이나 마음의 상처를 입은 그녀나 다 같은 사람이었던것이었다. 사랑받고 예뻐 보이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웠다. 그토록 멈춰버렸으면 했던 34년 전 그때가 그녀의 기억 속엔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던 것일까? 그 모습을 보면서 나는 과연 언제가 가장 행복했을까? 잠시 사색이 잠겨보았다. 신나고 행복한 그녀의 모습에 시간에 쫓겨 무엇이 행복한지 모르고 지나치는 나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으악~보호사님 " "저 좀 살려주세요"

나는 화장실 밖으로 전달하기 위해 더 크게 외쳤다. "보호사님!~~~~~"

병동 안 여자 화장실 문 위로 차가운 물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누군가가 양동이에 물을 받아 퍼부었다. 그녀였다. "너지? "너였어? 우리 호섭 씨가 3일째 집을 안 와" "어디로 빼돌린 거야?" 주치의는 3일간 세미나를 간 상태였다.

나는 병동 입사 1주일 만에 화장실 안에서 물벼락을 맞았다. 그리고 그 후 나는 그녀의 행복한 기억을 지켜주기 위해 24살 아기가 셋 아줌마 간호사가 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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