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 청소년 관람 불가 | 드라마, 스릴러 | 몇부작 : 6부작
고풍스러운 스마트홈으로 이사 온 가족. 가상 비서가 이 집을 관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런데 이 비서는 가족을 집에 붙잡아 두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넷플릭스 <카산드라>는 복잡했던 도시 생활을 떠나 한적한 저택으로 이사 온 가족이 인공지능 비서를 만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새로운 집 내부에는 최첨단 스마트홈 시스템이 탑재되어 있었는데, 그 시스템의 핵심은 바로 AI 비서 카산드라다. 수십 년간 방치되어 있었기에 당연히 작동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지만, 카산드라는 놀랍게도 아무런 문제 없이 작동했고 새로운 가족을 따뜻하게 맞이한다.
카산드라는 집 전체와 연결되어 있어 조명, 난방, 보안 등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으며, 몸체를 지닌 덕분에 요리까지 직접 할 수 있다. 집 안 곳곳에 설치된 스마트홈 시스템 덕분에 가족이 어디에 있는지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고, 누가 어디에서 부르든 즉시 응답할 수 있는 최고의 비서로 기능한다. 원래는 사람이 해야할 일을 모두 카산드라가 도맡아 하니, 가족들은 모두 그녀의 존재에 만족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두 아이의 엄마인 '자미라'는 카산드라에게 미묘한 위화감을 느낀다. 카산드라는 자미라가 들어간 특정 방을 이유 없이 잠구어 버리거나, 자미라와 가족들 사이를 이간질시키는 등 노골적으로 그녀를 공격해댔기 때문이다. 당연하게도 가족들은 자신들에게 큰 도움이 되는, 감정이 없는 인공지능 AI가 자미라를 공격했을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평소에 정신질환을 앓고 있던 자미라가 예민하다고 생각할 뿐.
결국 자미라는 혼자서 카산드라의 정체를 찾기 시작한다. 그리고 곧 과거에 있었던 충격적인 사건을 알게 되는데...
AI 비서 카산드라는 가족의 일상에 깊숙이 관여하며, 기술 의존이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를 드러낸다. 집 안의 모든 것을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은, 곧 AI가 상당한 권한을 지니고 있다는 뜻이 된다. 편리함을 제공하는 만큼,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오히려 통제가 어렵다는 점에서 불안 요소가 되는데 그 점을 잘 부각시켜 보는 내내 적절한 긴장감을 유지시켜 좋았다.
드라마는 현재 가족의 이야기와 과거 카산드라의 탄생 배경을 교차 편집하여, AI의 서사에 푹 빠질 수 있도록 만든다. 처음엔 뭔 일 일어날 것 같은데? 중간부턴 어떡해? 마지막엔 눈물 콸콸 쏟아내는 구조였다.
인간의 감정을 이해하고 모방하는 AI의 행동은 윤리적 질문을 제기하며, 깊은 인상을 남긴다. 인간의 기억과 감정을 고스란히 학습한 AI는 그 사람이 맞을까? 만약 내가 모든 기억을 잃고 다른 사람의 기억을 보고 배운다면 나는 그 사람으로 변하게 되는 걸까?
나중에 알고 보니 카산드라는 카산드라의 증후군에서 이름을 따온 것이었다. 카산드라 증후군은 상대방이 공감만 해주면 쉽게 풀릴 수 있는 스트레스가 해소되지 않아 자존감 저하, 우울감, 의욕 상실, 불안 등의 정신적 증상이 발생하는 것을 말하는데 이거 완전 카산드라 이야기잖아. 중후반부에 카산드라한테 감정이입하다가 마음 찢어지는 줄 알았다.
개연성 떨어지는 플롯은 살짝 아쉽게 느껴졌다. 일자로밖에 서 있지 못하는 로봇을 넘어뜨릴 생각도 않고, 로봇에 달려있는 화면을 부술 생각도 못하고, 집 밖에서 전력을 차단할 생각도 못 하는 건 너무 가지 않았나?
하지만 1970년대 여성과 2000년대의 여성의 다르면서도 비슷한 면모를 비교할 수 있는 것은 되게 좋은 연출이었다고 생각한다. 카산드라는 끝까지 남편에게 희생 당했지만, 자미라 만큼은 남편을 뻥 걷어차고 아이들과 행복하게 지냈으면 좋겠다.
가까운 미래의 일상에 대한 상상력과 위기감을 느끼고 싶은 경우
심리적 긴장감을 주는 드라마를 선호하는 사람
블랙미러류의 테크 스릴러나 디스토피아적 주제를 좋아하는 사람
자극적 전개나 빠른 액션을 기대하는 사람
AI 이야기가 지겨운 사람
감정적으로 무거운 분위기를 피하고 싶은 사람
넷플릭스 <카산드라>는 AI 스마트홈을 배경으로, 인간의 욕망과 기술의 위험성이 교차하는 긴장감 넘치는 드라마다. 독특한 설정과 반전, 그리고 몰입도 높은 연출로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기지만, '공포'를 기대했던 사람들에게는 아쉬움을 남길 수 있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술이 인간성을 위협할 수 있다는 메시지와 단순한 공포를 넘어 윤리에 대한 고민도 할 수 있게 만드는 수작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