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 청소년 관람 불가 | 호러 | 몇부작 : 4부작
초자연적인 저주가 마을 주민들을 오염시키기 시작하면서, 키리에와 남자 친구 슈이치의 평범한 일상이 끔찍한 악몽 속으로 휘말려 들어간다.
마을에 소용돌이가 하나씩 생기기 시작한다. 하늘에도, 풀잎에도, 그리고 사람에게도. 몇몇 사람들은 소용돌이 모양에 광적으로 집착하기 시작하고, 주인공 키리에는 남자친구 슈이치와 그런 현상에 대해 이야기는 나누지만, 그냥 그렇게 평범하게 일상을 보낸다.
하지만 마을 전체를 뒤덮은 소용돌이, 달팽이로 변해버리는 사람들, 얼굴에 소용돌이로 구멍이 뚫리거나 머리카락이 소용돌이 모양으로 말리는 등 이상 현상은 점점 더 심해질 뿐이다. 급기야 인간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이상하게 변해버린 사람들은 같은 사람을 공격하기도 한다. 과연 이 마을은 무엇에 잠식당한 것일까?
넷플릭스 소용돌이 애니메이션은 이토 준지 원작 만화의 흑백 스타일을 그대로 재현하여, 컬러가 없는 화면이 작품의 음울하고 기괴한 분위기를 극대화했다. 이 흑백 연출이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며, 명암의 강렬한 대비로 등장인물의 불안과 공포를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했다고 생각한다.
작품 내 소용돌이의 저주는 마을 전체에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하늘의 소용돌이 구름, 소용돌이 모양의 식물, 인간의 신체가 뒤틀리는 현상 등, 점차 마을과 주민 전체가 소용돌이에 집착하고 변이되어 파멸로 치닫는 과정을 그리는데 이 연출들이 모두 그로테스크해서 보는 맛이 있었다. 시각적으로 충격적이고 불쾌감을 주는 장면들이 많기 때문에 그로테스크한 크리쳐 등에 관심이 많다면 이목을 끌 현상들이 많았다.
애니메이션을 보고 나서 다른 사람의 리뷰를 찾아보니, 소용돌이가 이토 준지가 만들어낸 작품 중 수작이라고 불린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나는 이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그냥 인과관계 생각 않고 그리고 싶은 걸 그리기만 했구나. 이야기가 없다." 라는 생각을 했기에 별점을 짜게 줬다. 근데 이게 그나마 수작이라니? 다른 작품들은 더 용두사미라니? 개연성 박살 내고 그냥 본인이 그리고 싶은 걸 그린 것 뿐인데 왜 이렇게 평이 좋지? 그 시기에 이런 그로테스크한 만화를 냈다는 것은 대단하다고 생각하지만, 2025년에 이토준지 만화를 처음 접한 사람으로서는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
짧은 애니메이션이라 만화의 내용을 많이 압축해서 조금 더 뜬금없는 전개가 된다고는 하는데, 그걸 감안하더라도 너무 개연성이 박살나서 더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들었다. 모든 작품이 이런 개연성이라면, 이토 준지가 특별한 이유는 그저 '괴랄한 그림체' 하나 뿐인데 그걸 내세우기엔 이미 독특하고 불쾌한 골짜기의 크리쳐들이 너무 많이 생겨나지 않았나?
위의 리뷰는 영화로서만 평가한 것이고 원작을 보지 않았기에 조만간 원작을 보러 만화카페에 갈 생각이다. 정말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내면서 원작의 독특함이 박살난 것인지, 아님 그 당시 호러 장르가 지금보다 더 마이너해서 그저 이토 준지가 독특해 보였던 것 뿐인지 궁금해졌다. 넷플릭스 <소용돌이>는 억지로 기괴함을 만들어내려는 느낌이 강했기에 전반적으로 실망스러웠다. 그리고 역한 장면이 많았다. 게임 <블러드본>처럼 뭔가 플레이어를 압도하는 독특한 그로테스크함이 아니라, 그냥 역겨우라고 만든 크리쳐들이 많았다고 생각한다.
일본 공포 만화, 특히 이토 준지 작품의 팬
짧고 강렬한 공포물을 찾는 시청자
일본 호러의 정수를 느끼고 싶은 사람
그로테스크하거나 불쾌한 비주얼을 혐오하는 사람
확실한 설명과 매끄러운 전개를 선호하는 사람
컬러 애니메이션이나 밝고 경쾌한 분위기를 선호하는 사람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소용돌이>는 알 수 없는 공포가 어떻게 인간의 일상을 뒤틀고 파멸로 이끄는지를 강렬하게 보여준다. 짧은 러닝타임과 압축된 전개로 원작의 깊이를 모두 담아내진 못했지만, 특유의 음산한 분위기와 그로테스크한 연출은 충분히 인상적이다.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힘 앞에서 느끼는 무력감과, 그 안에서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은 공포 소재로서 충분히 합격이다. 다만, 전반적으로 개연성이 부족해 개연성을 중시하는 사람이라면 조금 아쉬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