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헤어질 때면 아쉬움이 먼저 앞서서 나는 잘 헤어지지 못했다.
“조심히 가”라는 말 뒤에 꼭 한 문장이 더 붙었고
그 한 문장은 언제나 발걸음을 붙잡았다.
그날도 늦은 저녁이었다.
다음 날을 기약하며 헤어지는 평범한 순간이었는데
유난히 공기가 천천히 가라앉던 밤이었다.
내가 차를 가지고 있었지만 만나기만 하면 운전은 늘 그의 몫이었다.
어디를 거쳐 가야 덜 막히는지 언제쯤 집 앞에 도착할 수 있는지
그는 늘 나를 기준으로 길을 골랐다.
헤어질 시간이 되면 그가 고른 그 길의 끝에서
나는 집 근처에 내려섰고 그는 다시 반대 방향으로 걸어 나갔다.
나는 늘 먼저 집에 도착했고
그는 늘 괜찮은 얼굴로 더 먼 밤길을 건너갔다.
헤어짐은 언제나 그랬다.
같은 시간을 보냈는데 돌아가는 길은 늘 다르게 남았다.
나는 불을 켜고 현관에 들어섰고 그는 여전히 이동 중이었을 시간.
그의 배려는 말이 없었다.
운전대를 잡는 일도 먼 길을 혼자 감당하는 일도
마치 특별할 것 없는 일처럼 넘겼다.
그래서 나는 그 고마움을 늘 한 박자 늦게 떠올렸다.
헤어질 때마다 아쉬운 이유는 사랑이 덜해서가 아니라
받은 마음을 다 돌려주지 못한 채 돌아서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괜찮은 얼굴 뒤에 숨겨둔 피로를
나는 늘 집에 도착한 뒤에야 생각했다.
그리고 오늘, 2025년의 마지막 날.
올해도 많은 것들을 먼저 떠나보내고 나서야
그 의미를 되짚는다.
괜찮은 척 떠난 시간들, 말없이 건너간 밤들,
제때 전하지 못한 고마움들.
헤어지는 일은 이렇게 늘 아쉽다.
사람과의 헤어짐도 한 해의 끝도 비슷한 표정을 하고 지나간다.
그래서 올해의 마지막에는 조금 더 천천히 보내고 싶다.
뒤돌아보며 고마웠다고 말하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