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달리던 사람이 멈춘 이유

by 쑤쑤

나는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정신없는 하루를 지나온 몸이라면

당연히 쉬어야 한다고 생각했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그는 달랐다.

아무리 바쁜 날에도 하루의 끝에 꼭 밖으로 나갔다.

러닝이 유행하기 전부터 묵묵히 달리던 사람이었다.

그의 하루는 늘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샤워보다 먼저 운동화를 신었다.


그런 그와 달리 나는 운동과는 꽤나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운동복을 고르는 일보다 무슨 빵을 먹을지 고르는 것이 더 익숙했고

땀을 흘리며 몸을 쓰는 일은 나와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의 꾸준함은 이해되지 않으면서도 묘하게 눈길이 갔다.

그렇게 난생처음으로 러닝이라는 단어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는 그런 내 마음을 읽기라도 한 것처럼

어느 날 운동에 필요한 모든 것을 건냈다.

러닝화, 러닝바지, 러닝셔츠, 양말까지.

망설일 틈 없는 풀세트였다.

이쯤 되니 괜히 웃음이 났다.

안 달릴 이유가 사라져버린 기분이었달까.


모든 것이 갖춰지자 마음이 먼저 달리기 시작했다.

처음엔 그와 마찬가지로 나도 집 근처를 혼자 달렸다.

아직은 누군가와 나란히 달릴 만큼 여유롭지 않았으니까.


그러던 어느 날 그가 늘 달리던 코스를 함께 달리게 되었다.

생각보다 힘들지 않다는 사실이 나를 들뜨게 만들었고

나는 출발하자마자 전속력으로 내달렸다.

나에게는 최대한의 속도였지만 그는 그 속도를 맞추느라

평소보다 한참 느린 걸음으로 달리며 말했다.

처음부터 무리하지 말라고 호흡을 아끼는 게 중요하다고.

하지만 그 말이 잘 들리지 않았다.

그에게 내가 얼마나 잘 달릴 수 있는지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결국 신나게 달린 지 얼마 되지 않아 숨이 턱끝까지 차올랐다.

다리는 점점 무거워졌고 아직 돌아가야 할 길은 한참 남아 있었다.

이제 더는 앞으로 나아가기 힘들다는 생각이 들 때쯤

우리는 잠시 멈췄다.


물 한 모금으로 숨을 고르고 편의점에 들러 쉬었다가

다시 걷고 달리기를 반복했다.

무엇보다 큰 힘이 되었던 건 그의 응원이였다.

괜찮다고 지금 속도가 좋다고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해주었다.


돌아보니 나는 ‘잘 달리는 나’를 보여주고 싶어

평소보다 훨씬 무리하고 있었다.

반면 그는 내 상태를 살피며

힘들지 않게, 지치지 않게 달릴 수 있도록

자기 속도를 한참 낮추고 있었다.

아마 평소보다 꽤 시시한 러닝이었을 것이다.


나는 잘보이고 싶은 마음에 앞만 보고 달렸고

그는 내가 멈추지 않도록 내 옆을 살폈다.


그 차이가 속도의 차이인지

사랑의 방식 차이인지

이제야 조금 알 것 같다.


좋은 모습을 보여주려는 노력도 분명 사랑이지만

연약함을 알아보고 그에 맞춰 걸음을 늦출 수 있는 마음,

그게 조금 더 깊은 사랑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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