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드위치를 먹는 날이었다.
나름 맛집으로 알려진 곳이었고 맛은 분명 좋았다.
다만 샌드위치는 생각보다 훨씬 컸다.
빵 사이에 채워진 야채와 고기는 성의가 넘칠 만큼 풍성해서
한 입에 베어 물려면 입을 제법 크게 벌려야 했다.
그날 나는 이상하게도 그게 조금 망설여졌다.
입을 쩍 벌리는 모습이 괜히 어색해 보일 것 같아서
흘리지 않으려고 손에 힘을 주고 속도를 줄인 채 먹었다.
샌드위치 맛보다
예쁘게 보이고 싶은 마음이 먼저 앞서 있었다.
그래서인지 샌드위치는 분명 줄어들고 있었지만
그 과정은 필요 이상으로 더뎠다.
이런 나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좋아하는 사람 앞에 서면 왜 이렇게 괜히 더 조심스러워지는 걸까.
마음이 깊어질수록 솔직해지기보다는
말 한마디, 표정 하나를 한 번 더 마음속에서 굴려보게 된다.
있는 그대로의 나보다 조금 더 단정하고
괜찮아 보이는 쪽을 선택하고 싶은 마음이다.
사실은 마음껏 웃고 크게 말하고 편하게 행동하고 싶으면서도
혹시나 흐트러질까 봐 접어 두게 된다.
그러다 시간이 조금 흐르면 알게 된다.
사랑이란 끝까지 예쁘게 남으려 애쓰는 일이 아니라
조금 흘리고 조금 어색해도 괜찮아지는 사이가 되는 일이라는 걸.
새해를 대하는 마음도 어쩌면 비슷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해 앞에서는 늘 마음부터 정리하게 된다.
계획을 세우고 다짐을 적고
올해는 좀 더 잘 살아보겠다고 스스로에게 약속한다.
실수하지 않겠다고 흐트러지지 않겠다고
작년보다 나은 사람이 되겠다고.
그러다 보니 새해 역시 괜히 조심스럽게 대하게 된다.
크게 욕심내지 못하고 실수할까 봐 발걸음을 작게 옮긴다.
잘 살아내고 싶은 마음이 앞서서 오히려 숨을 고르게 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돌아보면 가장 기억에 남는 한 해는
계획대로 흘러간 해가 아니라 조금 어긋나고 조금 흘리고 예상과 달랐던 해였다.
다짐을 완벽하게 지키지 못했어도 마음이 무너진 날이 있었어도
그 안에서 결국 나를 조금 더 알게 된 해 말이다.
사랑이 그러하듯 새해 역시
끝까지 완벽하게 살아내야 하는 대상은 아닐지도 모른다.
입을 크게 벌려도 모양이 잠깐 무너져도 괜찮은 시간.
계획에서 벗어나고 속도가 느려져도
다시 웃을 수 있는 시간.
그날의 커다란 샌드위치는 결국 다 먹지 못했지만
사랑에 대해서는 조금 더 알게 된 날로 남았다.
그리고 새해를 앞둔 지금 나는 그 장면을 다시 떠올린다.
올해는 조금 흘려도 괜찮다고 조금 어색해도 괜찮다고.
다 먹지 못해도 완벽하지 않아도 그 과정이 나에게 남는다면 충분하다고.
그렇게 새해를 너무 조심스럽게 대하지 않기로 마음먹어 본다.
잘 살아내기보다는 편안하게 살아내는 쪽으로.